
이 영상을 보라. 대형 축구 경기장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관중석에 엄청 큰 스피커처럼 생긴 것들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좌석 밑에도 공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대체 이게 뭘까?

이 곳은 중동의 카타르. 바로 2022 월드컵 개최국이다.

근데 여기...이리보고 저리봐도 사막이 많네... 카타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가 넘는 부자나라인데 국토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에 경기장만 외롭게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스피커처럼 생긴 저건 다름아닌 에어컨이다. 카타르는 한여름엔 기온이 40도를 가뿐히 넘기 때문에 그동안 여름에 열렸던 월드컵도 날짜를 한참 미뤄서 11월~12월에 열기로 한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계절상 초겨울에 사막에서 열리는 낯선 월드컵을 보는 셈이다.

근데 더운 날씨에 사막의 모래바람도 심한 나라에서 에어컨 풀가동한다고 이런게 다 해결될 수 있을까? 유튜브 댓글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 에어컨이 설치됐다는데 얼마나 시원할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겨울에 에어컨 트는 이유

카타르 월드컵은 날씨와의 전쟁이다. 카타르의 6월과 7월의 평균 온도는 35~36도. 제일 더운 한낮에는 40도를 훌쩍 넘긴다. 그러니 아예 경기가 불가능한 수준. 카타르 수도인 도하 바로 옆이 바닷가라 습도도 높아서 끈적거린다.

원래 카타르는 무슨 자신감인지 월드컵을 유치할 때만 해도 여름에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덥고 습한 날씨를 냉방 기술로 이겨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관중과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감안해 날짜가 미뤄졌다. 그나마 덜 덥다는 11월로 결정한건데 이 때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가까워서 어쨌든 덥긴 덥다.

개최 날짜까지 미룬 카타르는 무더위를 잡기 위해 8곳의 월드컵 경기장에 돈과 최첨단 과학기술을 쏟아부었다. 모든 월드컵 경기장 곳곳에는 보이는 것처럼 에어컨이 설치됐다.

에어컨 시스템을 총괄한 사람은 카타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치는 사우드 가니 박사다. 가니 박사의 별명은 ‘닥터 쿨’(Dr.Cool)이다. 쿨가이의 설명을 들어보자.

자동차 라디에이터랑 비슷한 시스템이에요. 냉각된 공기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순환하고 재활용하는 데 기초하고 있죠."
라디에이터가 자동차 엔진의 열을 차갑게 해 내보내는 것처럼, 냉방 시스템이 경기장의 더위를 식힌다는 말이다.

가니 박사의 설명을 정리해보면, 가장 중요한 건 바깥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차단하는 거다. 카타르 사막의 모래바람에 대비해 공기정화기도 구비돼있다. 경기장 온도를 22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깨끗한 공기 질을 유지하겠다는 게 주최측의 목표다.

대부분 경기장의 색깔이 밝은 이유도 냉방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알베이트 스타디움은 원래 어두운 색으로 디자인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밝게 칠해졌다. 밝은 외관은 햇빛을 반사시켜 5도 정도 더 시원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빌트인 에어컨 경기장을 세우는 데 비용은 얼마나 썼을까. 방금 본 알베이트 스타디움이 가장 비싼데 8억4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450억원이 투입됐다. 에어컨 설치 비용은 전체의 10%도 안된다고 한다. 참고로 2002년 국내 월드컵 경기장 10곳을 짓는데 2조원이 채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위 문제를 걱정 안해도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월드컵이 열리는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카타르리그 소속으로 뛰었던 구자철 선수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9월에 경기를 하는데도) 더운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에어컨 바람이 닿는 월드컵 경기장 사이드 쪽은 시원하지만 볼 경합이 벌어지는 중앙 부분은 여전히 덥다는 얘기도 있다. 에어컨으로 온도는 낮춰도 특유의 습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아 90분 내내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어찌저찌해서 날씨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카타르 월드컵의 ‘스포츠 워싱’ 즉 빅이벤트를 통한 이미지 세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막대한 냉방 시설에 따른 자원 낭비 문제인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경기장의 막대한 에어컨 설치가 오염물질 배출로 이어져 환경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월드컵이다. 스케줄까지 미뤄가며 치르는 월드컵인데다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경기장을 지으면서 외국인노동자가 무려 6500명이 사망한 ‘피의 월드컵’ 이란 시선도 따가운 카타르 월드컵. 여기에 냉방시설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월드컵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무엇보다 연이어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날씨 변수에 상관없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국대 선수들도 까다로운 현지 날씨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시길. 경우의 수 따지지않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식당에서 파는 공깃밥은 왜 항상 1000원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