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쏘렌토 7인승과 떠난 '서울-부산-서울' 1,000km

조회수 2022. 6. 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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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총 집합!” 장인어른께서 야심차게 기획한 2박3일 가족여행을 떠났다. 어른 여덟 명, 아이 두 명으로 구성된 우리가족은 사위들이 준비한 두 대의 SUV에 나눠 타 부산으로 향했다. 내가 준비한 차는 기아 쏘렌토 7인승. 처제한텐 미안하지만, 3열까지 식구들 가득 태워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싶었다. 여정의 총 길이는 ‘서울-부산-서울’ 1,000㎞.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기아, 강준기

‘70만 원’. 쏘렌토에 7인승 옵션을 더하려면 70만 원을 더 내야한다. 아마 쏘렌토 구입을 고려 중인 소비자는 과연 70만 원의 값어치를 하는지 궁금할 듯하다. 5명 이상의 식구가 빈번하게  여행을 간다면 카니발을 사는 게 맞겠지만, 나처럼 ‘어쩌다 한 번’ 단체여행 가는 상황이라면 ‘중형 SUV+3열 시트’ 조합이 합리적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주 용도는 출퇴근이니까.

본론에 앞서 이번 여정을 통해 느낀 쏘렌토 7인승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3가지씩 추렸다.

장점
1)식구들 가득 태워도 부족함 없는 엔진 출력
2)차분한 거동과 든든한 고속주행 안정감
3)장거리 주행 시 허리가 편안한 1열 시트

단점
1)정체구간에서 승차감을 떨어트리는 8단 DCT
2)3열은 장거리보단 도심 근거리 이동용으로 적합하다.
3)이젠 다소 작아 보이는 중앙 디스플레이


장점 1)식구들 가득 태워도 부족함 없는 엔진 출력

시승차는 쏘렌토 7인승 2.2 디젤 2WD 모델. 이미 4세대 쏘렌토가 나온 지 2년이 흘렀기 때문에, 2.2 디젤의 퍼포먼스는 독자들께서 크게 궁금하지 않을 듯하다. 나의 관심은 운전자 혼자 탔을 때보단, 3열까지 식구들 가득 태웠을 때 힘이 부족하진 않을지, 연비는 얼마나 떨어질지 등에 쏠렸다. 시승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2만1,000㎞로, 컨디션이 썩 좋진 않았다.

우선 1열엔 나와 아내, 2열엔 장모님과 처남, 3열엔 처제 1명, 이렇게 타고 여정을 시작했다. 3열 시트 한 개 접은 트렁크엔 개인 짐을 가득 실은 상태.

무게가 크게 올라갔지만, 의외로 가속할 때 힘이 부족하진 않았다. 저회전부터 강한 토크(45.0㎏‧m)를 내는 디젤 엔진답게, 승차인원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시원스레 속도를 붙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는 분들이 많을 듯한데, 확실히 중저속에서 기운차게 나가는 맛은 디젤 쪽이 낫다.

참고로 현재 현대차그룹의 2.2 디젤 엔진은 R 엔진(2,199cc)과 스마트스트림 엔진(2,151cc), 두 가지로 나눈다. R 엔진은 스타리아, 팰리세이드가 쓰고,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카니발, 싼타페, 쏘렌토, GV70 등에 얹는다. 스마트스트림이 나중에 개발한 신상이다.

두 엔진을 비교하면 확실히 스마트스트림의 소음‧진동이 한결 적다. 2만㎞ 넘게 달린 시승차는 공회전 상태에서 진동이 신차 때보다 늘긴 했지만, 기존 R 엔진을 쓰는 여느 모델과 비교해 꽤 조용했다. 블록이 새롭고, 엔진 내부에 마찰 저감 기술을 듬뿍 얹은 결과다. 또한, R 엔진과 비교해 무게는 38㎏ 덜었고, 신형 인젝터와 배기가스 정화장치 덕분에 유로6 RDE STEP2 최신 규제까지 만족한다.

과거 중형 디젤 SUV는 기름 값 때문에 소음‧진동은 타협해 사는 느낌이 짙었다. 반면 이번 쏘렌토는 풍절음뿐 아니라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차분히 제압했다. ‘정숙성’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있는데, 사실 하이브리드는 정차 중 배터리를 충전할 때 엔진을 약 1,300~1,400rpm으로 공회전 시킨다. EV 모드를 제외한 정차 중 소음‧진동 만 비교하면 디젤 모델이 조금 더 낫다. 까다로운 규제 맞춰 등장한 새 엔진인데, 디젤이란 이유로 손가락질 받아 안타깝다.


2박3일간 인천→경남 산청→부산→인천까지 총 1,025.5㎞를 달리고 체크한 최종 연비는 14.7㎞/L. 다섯 명의 탑승인원과 개인 짐까지 감안하면 꽤 훌륭한 효율이다. 다만, 1L 당 2,100원 대까지 치솟은 경유 가격 때문에 살뜰한 효율이 빛을 못 냈다.


장점 2)차분한 거동과 든든한 고속주행 안정감

이번 쏘렌토의 핵심은 차분한 거동과 든든한 고속주행 안정감이다. 쏘렌토가 품은 현대차그룹 3세대 플랫폼은 무게중심이 전보다 낮다. 덕분에 고속주행이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코너를 꽤 빠른 속도로 들어가도, 바깥 서스펜션이 노면을 단단하게 짓누르며 궤적을 깔끔히 그린다.

참고로 신형 플랫폼의 평균 인장강도는 68.1㎏f/㎟에 달한다. 150K급 핫스템핑 부품과 120K 초고장력강판을 두루 쓴 까닭이다. 게다가 골격 자체 무게는 358㎏으로, 이전 세대보다 쌀 한 포대 무게만큼 덜었다(약 21㎏). 즉, 3세대 쏘렌토가 차체는 탄탄하되 무게는 조금 양보한 ‘예습’ 단계였다면(LF 쏘나타, 제네시스 DH도 같다), 4세대는 경량화까지 신경 쓴 뼈대로 의미를 갖는다.

서스펜션이 탄탄했던 초기 버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조금 부드러운 세팅으로 변했다.

다만 4세대 쏘렌토 디젤 초기 버전과 비교하면, 새 엠블럼으로 바꾼 시승차는 서스펜션이 조금 더 포근한 감각으로 변했다. 개인적으로 탄탄했던 초기 버전의 만족감이 높았는데, 뒷좌석 승객의 승차감을 생각하면 지금 세팅이 더 나을 수 있다. 부드러운 감쇠력 때문에, 특히 선회 시 뒷바퀴가 따라 붙는 움직임이 한 템포 씩 늦다.


장점 3)장거리 주행 시 허리가 편안한 1열 시트

장거리 시승할 때 가장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부위는 다름 아닌 시트다. 사실 시트의 착좌감은 전시장에서 잠깐 앉아보는 걸로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모양이 예쁜 일부 ‘요즘 차’ 중에도, 허리가 금세 피로해지는 경우가 여럿 있다.

반면, 쏘렌토의 앞좌석은 장시간 이동해도 허리가 불편하지 않았다. 쿠션이 마냥 푹신한 건 아닌데, 허벅지와 옆구리, 요추를 알맞게 감싸는 느낌이 좋다. 다만 앞좌석 통풍 기능은 여느 현대차‧기아 라인업과 비교해 ‘시원하다’는 느낌이 부족했다.

사진은 6인승 모델의 뒷좌석. 독립시트 구성을 제외하면, 다리공간은 6인승과 7인승 동일하다.

거주 공간 설명은 2열과 3열을 나눠 하고 싶다. 우선 2열은 120% 만족이다. 3세대 플랫폼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 다리공간은 이전 모델보다 9.6%, 등받이 각도 기울기는 최대 21→23°로 늘었다. 재미있는 건 시트 방석 높이는 44㎜ 올렸는데, 덕분에 뒤에 앉아도 주변 시야가 쾌적하다. 커다란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도 한몫 톡톡히 보탠다.

지금부터는 단점 이야기. 단점 역시 공평하게 3가지로 추렸다.


단점 1)정체구간에서 승차감을 떨어트리는 8단 DCT

이번 쏘렌토는 8단 자동변속기를 썼던 전작과 달리, 8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얹는다. 기존 준중형급에 들어가는 7단 건식 DCT와 달리 오일로 클러치를 냉각한다. 허용 토크도 한층 높다. 무엇보다 동력 전달효율이 93.8%에 달하는데, 보편적인 토크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엔진의 힘을 남김없이 바퀴로 전달한다. 그래서 효율적이다.

쏘렌토의 DCT는 ‘직결감’보단 편안한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가속 상황에선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처럼 부드럽게 각 단을 오르내린다. 시속 100㎞ 항속 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1,600rpm. 대신 패들 시프터를 통해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했을 때 반응 속도는 자동변속기보다 빠르다. 내리막에서 다운 시프트를 통해 엔진 브레이크 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가다서다’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는 종종 울컥대는 현상을 빚었다. 특히 1단에서 클리핑 모드로 달릴 때, 클러치가 ‘붙었다‧뗐다’ 반복하는 시점에서 승차감을 떨어트렸다. 곤히 잠든 장모님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운전 잘 못 하는 사위처럼 보일까봐.


단점 2)3열은 장거리보단 도심 근거리 이동용으로 적합하다.

처음엔 서열 4위(?), 막내 처남을 3열에 태우려고 했다. 그러나 머리가 지붕에 닿아, 체격이 작은 처제를 맨 뒤로 보냈다.


의외로 공간은 2열 시트를 적당히 앞으로 당기면 크게 부족하지 않다. 3열에도 에어컨 송풍구가 있고, 컵홀더와 USB 포트가 있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니발이나 팰리세이드처럼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없어 편하게 이동할 순 없었다. 또한, 3열까지 승객을 태웠을 땐 짐 공간이 줄어들어 장거리 여행엔 적합하지 않았다. 3열 오른쪽 시트를 접어 적재공간으로 활용했지만, 코너를 돌 때마다 짐이 한쪽으로 쏠렸다. 결국 대전까지 악착같이 버틴 처제는 2열 가운데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쏘렌토의 3열은 장거리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에 밥 먹으러 나갈 때, 차 한 대로 이동하고 싶을 때 ‘급한 용도’로 이용하는 게 낫다. 70만 원 아껴 기본 5인승을 추천하고 싶다.


단점 3)이젠 다소 작아 보이는 중앙 디스플레이


USB-C포트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세 번째 단점은 중앙 10.25인치 디스플레이. 2020년 출시 당시엔 부족함 없었지만 이젠 다소 빈약하게 보인다. ‘동생’ 스포티지는 12.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달았고, 비슷한 가격의 K8도 12.3인치를 쓴다. 부분변경 모델엔 더 큰 디스플레이 탑재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니터 사이즈보다 아쉬운 건 편의성이다. 요즘 스마트폰이 즐겨 쓰는 USB-C포트 비중을 늘리면 좋겠다. 또한,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때 여전히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 점도 다소 아쉽다. 인포테인먼트에 남다른 강점을 가져온 국산차답게, 무선 커넥트 기능을 빠르게 도입하면 좋겠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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