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레드벨벳, 유아인 등 셀러브리티 헤어 스타일리스트 5인 

박지희, 박내주, 윤서하, 김우준, 이에녹.

첫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헤어스타일이다. 그만큼 셀러브리티들은 다양한 헤어스타일에 도전하며 이미지 변신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런 셀러브리티들의 헤어스타일은 대중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아인의 ‘아이비리그 컷’이 길거리를 휩쓸었던 것처럼 말이다. 셀러브리티들이 입는 수백 수천만 원의 의상은 따라 입을 수 없지만 헤어스타일은 이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헤어 스타일링의 영역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다. 트렌디하면서도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려야 하며, 얼굴형, 이미지에 맞추어 외형적 장점을 끌어내야 한다. 어디 이뿐일까. 한 가지 헤어 컨디션 안에서도 상황, 장소, 역할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하기까지. 이토록 어려운 헤어 스타일링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K-콘텐츠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셀러브리티들의 헤어를 책임지는 5명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을 만나봤다.

박지희 (@giihee)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헤어 스타일링을 위해서 준비하는 자세다. 모델의 얼굴과 두상을 분석하고 어떤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 계획 등 스타일링을 직접 하기 전까지의 시간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계기는?

어릴 땐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집안 사정으로 꿈을 포기해야 했고, 미용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빅뱅의 헤어를 담당하던 미장원 태현 원장을 만나면서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일을 하며 깨닫게 된 건 피아니스트도 헤어 스타일리스트도 무언가를 창작하고 표현해 내서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켜주는 직업이라는 거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헤어 스타일링을 하나의 손 기술로 생각한다면 헤어 스타일링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헤어 스타일링을 위해서 준비하는 자세다. 모델의 얼굴과 두상을 분석하고 어떤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 계획 등 스타일링을 직접 하기 전까지의 시간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로서 어떤 작업을 했나?

딘, 이하이, 크러쉬, 비오, 릴체리, 프라우드먼, 라치카, 콜드, 레디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다. 헤어 스타일링부터 염색, 커트, 특수 머리, 헤어 스크래치, 가발과 액세서리 제작까지 다양한 작업을 한다. 헤어 스타일링이라는 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같다. 사전에 아이디어에 대한 계획부터 그것을 표현해 내기까지의 준비 기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촬영 전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그들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듯한 유니크한 헤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예전에는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 속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을 보았다면 지금은 자연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면 다들 힐링을 느끼지 않나.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주황과 핑크, 보라, 에메랄드 컬러를 믹스해 염색 작업을 하는 식이다.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직접 디렉팅 했던 염색을 주제로 한 홀리 숍의 화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교한 탈색과 염색 시술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모델들이 함께 고생을 했는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모두가 열정적으로 촬영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 몰려왔다. 그게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사실 지금 하고 있는 헤어 디자인 작업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건 그때 때 적용하여 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작업물 들을 아카이빙 해서 관련 책이나 뮤지엄을 만들고 싶다.

박내주 (@bit.boot_naejoo)

“헤어를 제외한 전체적인 룩에 더 신경 쓴다. 오히려 헤어스타일의 시안은 보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포멀한 헤어가 어울릴지, 웨트한 헤어가 어울릴지 느낌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 사람마다 모질, 두상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차피 시안과 완벽히 같은 헤어는 나오기 힘들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는 없다. 학창 시절 친한 친구를 따라 이 일을 시작했다. 어릴 땐 고향인 안양에서 헤어숍 원장을 하는 게 꿈이었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할 때 친구가 톱스타들의 광고나 매거진 작업을 하는 이혜영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무작정 그 현장에 어시스트를 하고 싶다며 찾아갔다. 처음으로 참여했던 이효리의 비오템 광고 촬영장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의 액티비티한 분위기에 단번에 매혹되었다. 그렇게 숍 일과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 일을 투잡으로 하다가 결국 본업을 포기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갔고, 딱 1년 만에 독립했다.

BTS부터 EXO, 트와이스, NCT, 더보이즈 등 많은 K-POP 아이돌의 헤어를 담당했다.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SM 비주얼&아트 디렉터였던 민희진 이사에게 연락을 받아 처음으로 동방신기의 앨범 작업을 했다. 그 이후로 많은 K-POP 아티스트과 작업하게 되었는데, EXO는 데뷔 전부터 헤어 스타일링을 담당했고 BTS는 2번째 앨범부터 함께했다. 트와이스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으며 당시 메이크업을 담당하던 원정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실을 차렸다. 의자 두세 개로 시작했던 공간이 점점 규모가 커졌다. 그게 지금의 빗앤붓이다.

헤어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헤어를 제외한 전체적인 룩과 톤 앤 매너에 더 신경 쓴다. 촬영의 디테일한 콘셉트 시안이 나오면 오히려 헤어스타일이 나와있는 페이지는 보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포멀한 헤어가 어울릴지, 웨트한 헤어가 어울릴지 느낌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 사람마다 모질, 두상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차피 시안과 완벽히 같은 헤어는 나오기 힘들다. 촬영을 하는 포토가 누구인지, 콘셉트가 무엇인지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몇 년 전 MAMA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아티스트 모두를 내가 담당했던 BTS, 엑소, 트와이스가 휩쓸었던 적이 있다.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가 잘 되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 BTS와 함께 그래미 어워드를 참석했을 때도 인상 깊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있었다. 그런데 참석한 아티스트가 다를 뿐이지 스태프 모두가 바삐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열정적인 현장 분위기는 다를 게 없더라.

영감 혹은 자극을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1970년, 1980년대의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영화나 화보, 뮤직비디오까지. 그 시절 펑크족의 네온 빛깔 헤어나 데이비드 보위의 멀릿 헤어 등 그때의 시대상을 반영한 독특한 헤어스타일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특히 1985년 영화인 <빽 투 더 퓨쳐>는 지금 봐도 활용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브랜딩.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 ‘내주제에’도 그 과정 중 하나고, 언젠가는 브랜딩을 하고 싶다. 헤어 제품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도 있고, 빗앤붓 숍을 프랜차이즈화 하겠다는 생각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꿈이다.

윤서하 (@yoon_seoha_)

“아무리 예쁜 머리도 의상, 메이크업에 어우러지지 않으면 ‘투 머치’가 될 뿐이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이 합이 잘 맞아야 한다. 가끔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도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게 보일 때가 있다. 그 부분을 잘 조율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안 배워본 예체능이 없다. 스피드 스케이팅부터 발레, 사진, 미술까지. 그중 부모님이 유일하게 미용 학원을 가는 건 반대하셨다.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몰래 미용 학원을 등록했다. 그렇게 미용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붙고 동네 미용실에서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로서 어떤 작업을 했나?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활동 때부터 레드벨벳의 헤어를 전담해오고 있다. 그중 아이린, 슬기, 웬디를 주로 맡아서 한다. 아이브 멤버들의 헤어는 데뷔 전부터 시안 작업을 함께 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맞게 헤어 시안 작업을 도와주고, 커트, 컬러, 길이 같은 것을 제안해내는 것도 나의 몫이다. 특히 그룹 멤버들과 작업을 할 때는 그룹의 컨셉을 지키면서 개개인의 매력도 돋보일 수 있게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셀러브리티와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예쁜 머리도 의상, 메이크업에 어우러지지 않으면 ‘투 머치’가 될 뿐이다. 특히 헤어는 부족한 2%를 완벽히 채워주는 지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생각한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이 합이 잘 맞아야 한다. 가끔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도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게 보일 때가 있다. 스탭의 욕심일 수도 아티스트의 욕심일 수도 있다. 그 부분을 잘 조율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직접 디자인한 웬디의 헤어 컷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디자인은 웬디와 숍 마감 후에 서로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나온 스타일이다. 오랜만에 휴식기를 가지는 웬디가 잦은 시술로 상한 머리를 자르고 싶다며 시안을 가져왔다. 그 사진이 대부분 일본 스트리트 무드의 레이어드 컷이었다. 방송 활동 기간은 아니었지만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었고, 레드벨벳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헤어는 할 수 없으니 웬디가 원하는 시안을 대중적인 스타일로 풀어낸 거였다. 신기하게도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그런 좋은 피드백이 온다. 슬기의 처피뱅도 가발을 붙이자는 걸 그냥 잘라보자고 제안해서 나왔다.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레드 벨벳의 ‘빨간 맛 (Red Flavor)’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그전까지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는 다른 프리랜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담당하다가 처음 내가 맡아서 한 작업이라 애착이 깊다. 지금이야 하이틴 스타일이 유행이라 다양한 디자인의 헤어 액세서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컬러풀한 헤어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없었다. 키치한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일본으로 가서 하루 종일 WEGO(위고) 같은 숍을 돌아다니며 헤어 핀 쇼핑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김우준 (@hairmon_)

“아티스트 본연의 색깔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렌디한가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려 스타일링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트렌드를 쫓다 보면 다 비슷한 형태의 헤어스타일로 진행되어 자칫 매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계기는?

학창 시절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속 구준표의 파격적인 웨이브 헤어가 ‘소라빵 스타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어머니의 고데기를 몰래 학교에 가져가서 당시 같은 반 친구들 모두에게 손까지 데여가며 그 머리를 해준 기억이 있다. 한 명 한 명 해줄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는데, 그 기분 좋은 감정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이 직업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어떤 작업을 했나?

패션 매거진과 패션, 뷰티 브랜드의 광고를 맡아 하는 것은 물론 배우 유아인과 김영광, 래퍼 빈지노 등 많은 셀러브리티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여자 헤어 스타일링을 더 선호했다. 남자 셀러브리티들을 많이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 헤어 스타일링이 더 좋아진 케이스다. 비교적 작은 디테일로 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6년 전, IAB 크루와 함께 에디킴의 ‘팔당댐' 앨범 커버 작업을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늘 사적인 자리에서만 만났던 IAB 친구들과 처음으로 정식으로 일로써 만난 자리였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완벽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이 프로 같아 보여 인상적이었다. 모델이 없는 촬영이었는데, 친구들이 만든 구조물 사이에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표현했다. 지금 봐도 세련돼 보일 정도로 만족한 작업물이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티스트 본연의 색깔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렌드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려 스타일링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트렌드를 쫓다 보면 다 비슷한 형태의 헤어스타일로 진행되어 자칫 매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영감 혹은 자극을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신기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 머리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받는다. 어릴 때부터 아기를 좋아해서 유치원 교사가 꿈인 시절도 있었다.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헝클어진 머리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실제로 아기들의 머리를 사진으로 남겨 그대로 패션 화보에 인용한 적도 있을 정도다.

1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헤어몬’이기도 하다.

촬영장에서 늘 분위기 메이커였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웃긴 사람’으로 자리매김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영상으로 이 재미있는 모멘트를 남겨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많이 받았다. 처음엔 헤어 스타일리스트 직업에 유튜브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문득 그런 걱정들이 나답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하다 보니 오히려 헤어 스타일리스트라는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 속에서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많은 분들이 즐겨 봐주시는 덕분에 지금은 백업을 해주는 직원이 생길 정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담당하고 있는 배우, 아티스트들이 인간적으로도 하나같이 성격과 인품이 좋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그런 세세한 모습들까지 잘 내비쳐지지 않는 것 같다. 유튜브 채널을 더욱 성장시켜서 담당하는 배우, 아티스트들을 초대하고 싶다. 카메라 속 모습이 아닌 나만 볼 수 있었던 평소 그들의 편안하고 솔직한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에녹 (@enoclee)

“촬영의 콘셉트나 전체적인 큰 그림 안에서도 나만의 취향을 담아내는 데 힘쓴다. 당연히 촬영의 콘셉트나 시안에도 충실하겠지만, 그 안에서 또 나만의 느낌과 감성을 보여주는 게 아티스트로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계기는?

부모님의 권유로 고등학교 3학년 때 헤어숍에서 일을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 중에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분이 소장하고 있는 해외 잡지를 많이 빌려줬다. 패션 잡지를 보며 문득 나도 저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친구의 추천을 받아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지원했다. 그때 추천을 해준 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 그리고 그때 만난 사수가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이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로서 어떤 작업을 했나?

매거진 화보와 광고 작업을 위주로 한다. 신현지, 배윤영 같은 모델부터 이영애, 이진욱, 고수, 한소희 같은 배우, 아이돌까지 화보나 광고 촬영장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았다. 아티스트들이 평소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끌어내야 하는 게 화보다. 헤어스타일에서도 평소의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 색다른 모습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재미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사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작업을 할 땐 늘 재미있고, 그런 작업들이 기억에 남는다. 신기하게도 내가 했던 촬영에서는 헤어 시안이 없을 때가 많다. 큰 틀만 던져주고 현장 상황에 맞춰 헤어 스타일링을 했는데,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 지금 기억 나는 건 아이콘 바비와 함께 했던 작업. 그때도 헤어 시안이 따로 없었다. 피스 작업을 거쳐 브레이드 헤어, 트위스트 펌을 곁들인 컬리한 헤어 등 여러 가지 스타일에 도전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촬영의 콘셉트나 전체적인 큰 그림 안에서도 나만의 취향을 담아내는 데 힘쓴다. 당연히 촬영의 콘셉트나 시안에도 충실하겠지만, 그 안에서 또 나만의 느낌과 감성을 보여주는 게 아티스트로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위에서 “이 헤어는 이에녹이 했네”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다.

영감 혹은 자극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브루스 웨버, 리처드 애버던, 스티븐 마이젤 같은 아이코닉한 포토그래퍼들의 옛 사진들을 즐겨 본다. 그리고 SNS는 오히려 보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요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른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의 작업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비슷한 헤어가 나올 때가 있다. 뻔하지 않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에는 더 강했다. 예를 들어 요즘 2대 8이 유행이라고 하면 나는 올백머리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6.5대 4.5 정도로 타협을 하면서도 그 안에 나만의 색을 녹여내는 방법을 알게 됐다.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언젠가는 작업 과정을 인쇄물로 남겨보고 싶다. 얼마 전 한 포토그래퍼가 작업물을 담은 책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그런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아직 별로 없다. 디지털로 얼마든지 자신의 작업물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지만 빳빳한 질감을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종이의 매력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Editor Park Gahyun
Photography Lee Guno 


'김병지 머리' 멀릿에 대해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17가지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