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물었다 "워라밸 어떻게 생각해?"
[JP요원의 면접tip] 회사가 '워라밸'을 묻는 진짜 이유는…
먼저 고민해 봐야 할 것은 질문의 '의도' 아닐까요? 문제를 낸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을 때, 나만의 정답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아직 면접 경험이 부족한, 혹은 수많은 면접을 봤지만 지금도 그 질문의 의도와 정답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컴퍼니타임스>의 JP요원이 질문의 의도를 분석해 답변 방향을 정리해 봤습니다.
※ 이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 각종 채용 면접을 앞두고 있는 분
- "진짜 가고 싶은 회사 면접이 잡혔다" 면접 준비 제대로 해봐야지 싶은 분
- "그때 떨어졌던 그 회사, 이런 질문을 받았었는데…" 지금도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 이상하게 면접만 보면 떨어지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는 분
Q.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회사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의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일자리 특징'을 조사해 발표했는데요. 1위를 차지한 것이 '근무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직장'이었습니다. 월급보다도 중요하게 꼽힌 것이 '근무시간'이었죠.
그만큼 '일과 업무의 균형', 즉 워라밸이 좋은 일자리를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워라밸에 대한 질문은 곧 근무 시간, 더 직접적으로는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 추가 근무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되곤 합니다. '워라밸'이라고 하면 정해진 시간 내 근무를 하고 이외 시간은 일 이외의 삶을 자유롭게 누리는 것으로 이해가 되니까요.
그래서겠죠.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에는 "야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거나 "야근이나 주말근무 해도 괜찮나?" 같은 질문이 연달아 떠오릅니다.
사실 난감합니다. 워라밸 중요하죠. 세상에 야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질문을 하고 있는 면접관도 야근 싫을걸요? 자고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 미덕으로 떠오른 시대 아닙니까?
그렇지만, 면접에서 워라밸이나 근무 시간 관련 질문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로 받아들여집니다. '워라밸이고 뭐고 무조건 야근 할 수 있다고 말해야지' 싶잖아요. 언뜻 생각해봐도 "저는 워라밸이 무척이나 소중해서, 근무 외 시간에는 절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라고 답하면 안될 것 같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붙여만 주십쇼! 야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고 말하자니 속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는 모두 아니까요. 야근이 즐거울리 없다는 것을.
면접관님, 면접관님도 워라밸 중요하잖아요. 다 알면서 이런 질문 왜 하는거죠?
A. 업무와 삶은 정말 함께할 수 없는 걸까요?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야근이 많다는 건 회사가 그만큼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잘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맡겨진 일이 많다는 것은 제가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저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야근이 많더라도 업무 초석을 다지고 능력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면접에서 워라밸이나 야근 관련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답변입니다. 이에 대해 "서로 마음에 없는 소리인 것 알고 있지만, 면접이니까 이렇게 말해야지" 같은 반응이 많이 나오죠. 말 그대로 무난한 답변입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지원자들은 비슷한 답변을 준비하곤 합니다.
맞습니다. 흠잡히지 않고 넘어갈만한 답변입니다. 평가는 면접관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훌륭한 마인드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같은 의문을 갖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대답하니까요.
또 이런 질문에 대해 "이 회사 야근이 많아서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워라밸은 당연히 중요한데 이런 것을 물어보다니 꼰대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라밸이 좋다"고 소문난 회사의 면접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오곤 합니다. 이 질문의 의도는 정말 "우리는 야근이 많은 회사다"거나 "우리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의미일까요?
사실 워라밸은 이미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떠올랐습니다. 각종 연구들은 직원들이 업무에만 매몰되는 것보다 삶과 업무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업무 성과가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워라밸이 일과 삶을 분리 구분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구분이 아닌 조화, 즉 '일과 삶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떠오르기도 하고요.
회사가 '워라밸'을 중시하는 이유는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면, 중요한 것은 업무와 삶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통해 조직원은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회사는 더 효율적인 업무적 성취를 높일 수 있다는 고민이 담겨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많은 회사들은 이미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일 겁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인재'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재'들이 회사를 고를 때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워라밸을 고민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들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얘기죠.
하지만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한편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시간만 때우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성과를 높이는데는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지는 상관없이 시간 다 됐으니 집에 가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거죠. 면접관 중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