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가장 떡상한 직업군으로 손꼽히는 개발자. ‘네 카 라 쿠 배 당 토’ 공대생들이 웬만한 대기업 쳐다도 안 보고 입사를 꿈꾸고, 문과생들도 ‘문송’의 길을 박차고 코딩 학원 등록해가며 기회를 노리는 대표 IT기업들. 비대면·IT 업종의 호황에 힘입어 초봉이 8000만원을 넘어가고, 주요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는 ‘개발자 전성시대’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는 업계에서도 흉흉한 소문이 돈다는데…. 바로 “개발자의 미래는 치킨집 사장”이라는 썰. 프로그래머로서의 명성도 결국 조기 명예퇴직으로 끝나고, 할 수 있는 건 야식으로 자주 먹던 치킨집이라는 게 개발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자조섞인 농담이라는 얘기. 유튜브 댓글로 “개발자는 커리어 수명이 짧다는데 정말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전현직 개발자들을 취재했다.
개발자의 미래는 치킨집 사장...?

‘네카라쿠배당토’ 중 한곳에 다니는 30대 현직 개발자에게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지 물었다.
대형 IT기업 N년차 개발자
“자기 의지 여하와 상관없이 갈 곳이 없어서 개발을 접는 분을 좀 보기 힘든 상황이기는 해요.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기술이 있으니까”

개발 업종의 수명이 짧다고 알려진 건 나이 든 개발자에 대한 편견 때문. 머리 회전 속도가 느려져 새롭거나 어려운 프로그래밍을 못 한다는 의미인데, 이건 각종 개발 경험으로 쌓은 숙련도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거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베이스를 바탕으로 개발 언어와 도구를 학습한 경험이 있다면 새로운 기술도 상대적으로 습득이 쉽다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개발자 중에서도 트렌드를 끊임없이 따라가며 공부한 사람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게임회사 네오플에서 개발자로 60세까지 근무해 업계 최초의 정년퇴직자가 된 백영진 연구원은 살아있는 모범 답안이다.
백영진 코빗 기술연구원
“과거에는 이제 PC 게임만 있었고 그다음에 온라인 게임으로 플랫폼이 바뀌어 나갔고 또 이제 모바일로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가 되고 플랫폼의 변화에도 적응을 해야 되고요. 개발 도구에 대한 언어라든가 툴이라든가. 트렌드가 또 있죠. 그런 것도 적용해 공부해 나가야 되죠”

백영진 연구원은 퇴직 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기술연구원이 돼 거래소에 또다시 새로운 툴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노가다’에 가까운 단순·반복 프로그래밍만 해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개발 스터디나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개발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성실히 공부하지 않으면 40대가 아니라 30대라고 해도 그대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세계인 셈.
대형 IT기업 N년차 개발자
“타의에 의해서 원하지 않는 조직에 소속되어서 재미없이 일하는 분들은 커리어를 빨리 비교적 한 5년 이하 안에 접으려고 고민하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아직까진 통계적으로 보면 50대 이상 개발자 비율이 낮긴 하다. 지난해 게임업계를 조사한 결과 프로그래밍 직군의 50대 이상 비중은 0.3%에 불과했고, 2030이 96.2%로 압도적이었다. 다만 이건 코로나 이후 젊은 개발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발생한 착시 현상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개발자라는 직군 자체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고연령 개발자의 절대적 숫자가 적은 것도 있다.

연차가 쌓인 개발자들은 종종 관리직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모든 직장인이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가 정년까지 다니려면 오직 ‘프로그래밍 원툴’로는 어렵기 때문.
대형 IT기업 N년차 개발자
“40~50대가 될 때까지 정말 코딩만 하는 경우는, 프로그래밍만 하는 경우는 좀 드문 것 같고요. 밑에 주니어들을 키워내거나 하는 관리직 쪽의 일을 겸하게 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외에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주니어 교육을 담당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이직이 잦은 개발업계 특성상 좋은 회사에서 정년까지 다 채우는 건 아직까지는 흔하지 않고 어려운 일. 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백영진 연구원은 겸손하게 말했다.
백영진 코빗 기술연구원
“저는 운 좋게 이렇게 정년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던전앤파이터의 던파 서버를 기초부터 만들어 왔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기여도가 어느 정도 있었고요. 프로젝트가 성공을 하면 다행인데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낮고 그러다 보면 (실패한) 프로젝트에 종사하던 분들은 이직을 하거나 이렇게 또 이동을 해야 되는 거죠.”

전문가들이 개발자들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활동 영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고, 업계 전망이 유망하다는 점에서 인재들은 개발업계로 계속 몰릴 거다. 올해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장래 희망 직업 순위에서 개발자의 순위가 중학생은 11위에서 8위로, 고등학생의 경우 7위에서 4위까지 뛰어올랐다고 하는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개발자들 몸값도 한동안 고공행진이 이어지지 않을까.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왜 이렇게 매년 크게 오르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