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에어 디올’, 리셀가 3배 이상 올라
변화 아닌 변화로 고객 사로 잡아
2022년 2월 영국 경매 업체 소더비에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에어포스1 200켤레가 총 250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약 299억원입니다. 기존 에어포스1 판매가는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0만원대입니다. 기존 에어포스1과 비교했을 때,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에 팔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신발이기에 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팔린 것일까요.

2022년 1월 26일부터 2월 8일까지 진행된 소더비 경매에 나왔던 에어포스1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협업한 제품입니다. 나이키는 에어포스1을 출시한 지 40년째 되는 2022년 발매를 계획으로 루이비통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번 협업 제품의 메인 색상은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다크 브라운(dark brown)이고, 루이비통을 상징하는 모노그램 패턴이 신발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피에소 다르티코에 있는 루이비통 신발 공방에서 제작했습니다.
소더비는 2000달러(한화 약 240만원)에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소더비 측은 한 켤레당 최저 5000달러(한화 약 600만원)에서 비싸면 1만5000달러(한화 약 1800만원)에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낙찰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사이즈 230mm가 가장 비싸게 팔렸는데요, 약 35만달러에 낙찰됐습니다. 우리 돈 약 4억2000만원입니다. 다른 사이즈의 경우 한 켤레당 평균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에 팔렸습니다. 가장 싸게 팔린 건 7만5000달러(약 8970만원)였습니다.
전 세계 한정판으로 딱 200켤레만 발매된 ‘에어포스1x루이비통’ 협업 제품은 모두 높은 몸값을 자랑하면서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한편 이 제품은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신발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사간 것 같다”, “나이키와 루이비통 네임 벨류는 물론 버질 아블로의 가치까지 더해지니 비쌀 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이번 판매 수익금은 버질 아블로가 설립한 장학 재단에 기부됩니다. 해당 장학 재단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흑인 학생들을 지원하는 재단입니다.
이처럼 신발 브랜드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색다른 제품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어떤 브랜드가 협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훔쳤는지 알아봤습니다.

◇발매가 300만원 신발은 이미 1000만원 넘어
나이키는 이번 루이비통뿐 아니라 디올과도 협업을 진행했었습니다. 2020년 디올과 손잡고 에어조던1을 출시했죠. 에어조던1 스우시에 디올 대표 패턴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회색과 흰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발 밑창은 반투명 하늘색으로 오른쪽 밑창엔 ‘DIOR’, 왼쪽 밑창엔 에어조던의 대표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신발은 사람들 사이에서 ‘에어 디올’, ‘디올맛 조던’이라고 불립니다.
에어 디올은 발목 위를 감싸는 하이(high)와 발목 높이의 로우(low)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습니다. 에어 디올 하이는 에어조던1 하이 출시년도인 85년을 기념해 8500족 한정 발매했습니다. 에어 디올 로우는 디올 설립년도인 47년을 기념해 4700족을 발매했죠. 해당 제품은 2020년 6월 드로우(draw·추첨)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500만명 이상이 에어 디올을 사기 위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발매 정가는 하이 제품이 300만원, 로우 제품이 270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리셀(resell) 시장에서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정판이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인 만큼 리셀가가 엄청 오른 것입니다.
◇프라다와 아디다스가 만난 ‘프라-디-다스’
아디다스는 프라다와 손을 잡았습니다. 2020년 아디다스의 스테디셀러인 ‘슈퍼스타’에 프라다를 입혀 출시했죠.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1969년 처음 선보인 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아디다스의 대표 제품입니다. 아디다스는 프라다와 손을 잡고 모노크롬 블랙, 화이트와 블랙, 크롬 실버와 화이트 3가지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프라다의 신발 장인들이 직접 제작했습니다. 슈퍼스타의 고유 특징은 그대로 살리고 신발 상단 부분에 아디다스 오리지널과 프라다의 로고를 새겼습니다. 당시 발매 가격은 60만원이었습니다. 현재 이 제품은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가와 손잡은 의사 신발
의사들이 신는 신발하면 ‘크록스(Crocs)’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크록스는 신고 벗기도 편하고 착용감도 좋아 의사와 간호사가 많이 신는 브랜드입니다. 이런 크록스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함께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발렌시아가와 크록스는 크록스 샌들에 굽을 단 ‘크록스 마담’, 남여 공용 제품 ‘크록스 부츠’를 내놓았습니다. 앞부분이 뭉툭하고 구멍이 뚫려있는 투박한 디자인인 크록스에 굽이 달린 크록스 마담은 조금은 어색하고 이상해 보이기도 합니다. 발매가는 79만원인데요, 일부 사이즈를 제외하고 대부분 품절된 상태입니다.
크록스 부츠는 88만원에 발매됐습니다. 유명 가수 칸예 웨스트가 발렌시아가와 크록스가 협업한 부츠를 신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발렌시아가 측은 “두 브랜드의 콜라보로 전형적인 클로그가 뮬의 형태로 제작된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제품 외에도 올해 크록스와 함께 다양한 샌들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발렌시아가와 크록스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크록스는 2018년에도 발렌시아가와 협업한 적이 있습니다. 크록스에 10㎝짜리 높은 통굽이 달린 제품입니다. 당시 발매가는 100만원이 넘었습니다. 고가였지만 사전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스포츠∙신발 브랜드가 명품과 협업하는 이유는 각기 다른 두 브랜드의 소비층을 한 번에 겨냥한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 디올을 출시함으로 나이키 팬과 디올 팬 양쪽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죠. 또 오래 유지해온 제품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협업을 하면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입힌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다”며 “이게 협업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