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cm 길이 막대로 엉덩이를..'항문 막대 살인' 그날의 재구성

김성진 기자, 홍효진 기자 2022. 1. 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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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위치한 한 어린이스포츠센터 내부 모습. 해당 센터 대표 A씨(41)는 지난달 31일 함께 술을 마시던 20대 직원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홍효진 기자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센터 대표 A씨(41)가 남자 직원 B씨(27)의 항문에 약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B씨를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살해 방식부터 신고 형태까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방식으로 벌어진 그날의 사건을 유족의 증언과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2021년 12월30일]_사건 전날
스포츠센터에 오전 수업이 없었다. B씨는 오후 1시30분쯤 점심과 저녁 식사로 먹을 치즈 등을 간단히 챙겨 여유롭게 출근했다. 저녁에는 대표와 직원들의 회식이 예정돼 있었다. 회식은 한달에 1~2번씩 열렸고 종종 스포츠센터 내에서 이뤄졌다. 회식이 시작된 정확한 시각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회식이 끝날 무렵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 2명이 자리를 먼저 떠났다고 전해진다.

B씨도 귀가 준비를 했다. 하지만 식당, 카페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인 저녁 9시가 지난 시점이라 대리 운전 기사를 부르기 쉽지 않았다. B씨는 저녁 10시59분 모친에 "대리 기사가 20분째 안 잡힌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친누나인 C씨가 아는 대리기사의 연락처를 넘겼지만 끝내 대리기사는 호출되지 않았다. 저녁 11시쯤 B씨는 가족 단체메시지 방에 "알아서 갈게"라 메시지를 남겼다.

자정 무렵에도 B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친누나 C씨는 B씨에게 전화했지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음성 메시지만 돌아왔다. 유족들은 B씨 휴대폰이 왜 꺼졌는지 의문이다. A씨의 부친은 "다음날 아침 경찰에게 휴대폰을 받았는데 배터리가 50% 가량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31일]_새벽 1시50분
스포츠센터 A 대표가 B씨를 폭행한 것은 새벽 1시50분쯤. 경찰이 확보한 스포츠센터 내 CCTV 영상에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 대표는 B씨의 목을 조르고 센터에 있던 집기로 B씨 머리를 폭행했다. 영상에는 A대표가 약 70cm 길이 막대로 B씨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도 담겼다.

지난달 31일 살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어린이스포츠센터 출입문에 지난달 기준 강습 시간표가 붙어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2021년 12월31일]_새벽 2시
A대표는 112에 전화를 걸어 "누나가 폭행을 당한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처음 파악한 A대표의 위치는 근처 마포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의 관할 지역 경계에 걸쳐 있었다. 두 경찰서 산하 지구대 1곳이 출동했다. 새벽 2시15분쯤 마포경찰서 경찰관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술에 취한 A 대표는 경찰이 건넨 명함을 꾸겨 쓰레기통에 던지고 난동을 부렸다. 당시 B씨는 하의가 벗겨진 채 두 팔을 쭉 벌려 대(大)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A대표는 B씨가 "직원인데 술에 취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관들은 B씨의 맥박을 확인하고 하반신에 패딩을 덮었다.

[2021년 12월31일]_새벽 2시22분
서대문경찰서 경찰관 4명이 현장을 인계받았다. 최초 신고가 '여성 폭행' 내용을 담다보니 서대문경찰서는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을 의심했다. 코드0~4로 구분된 신고 체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코드1이 부여됐다. 여성청소년수사과 수사관 1명도 담당 수사관으로 지정돼 서대문경찰서에서 출동을 기다렸다.

현장대응의 초점은 A대표가 신고할 때 언급한 '폭행 당하는 누나'를 찾는 데 맞춰졌다. 경찰관 3명은 스포츠센터를 뒤졌지만 '누나'는 없었다. 경찰이 A 대표에게 '누나 어딨냐'고 묻자 A 대표는 "누나 없는데" "내가 언제 그렇게 신고했냐"며 횡설수설했다. A 대표는 "어떤 남성이 스포츠센터에 들어와 나를 때린 후 도망갔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보고 남성을 붙잡겠다며 A대표에게 스포츠센터 내 CCTV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 대표는 "싫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며 거부했다. 경찰이 바닥에 누운 B씨를 가리켜 "이분도 폭행을 당한 거냐"라 묻자 A 대표는 "그 사람은 맞지 않았다"며 "내가 대표고, 이 사람은 직원인데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해서 자고 있다"고 말했다. A 대표가 "나중에 따로 고소하겠다"며 수사를 거부하자 경찰들은 결국 철수 준비를 했다. A대표는 경찰관 4명 뒤를 따르더니 돌연 B씨에 다가가 얼굴을 어루만졌다.

[2021년 12월31일]_새벽 2시40분
A대표는 철수하는 경찰관들을 따라 나오면서 또 한차례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들이 형편 없이 사건 처리한다"는 내용이었다. A 대표의 기행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A 대표는 순찰차 2대 중 1대 뒷좌석에 앉았다. 경찰관이 이유를 묻자 A 대표는 "추워서 그렇다"고 답했다. A 대표는 반팔 차림이었다고 한다. 경찰관들은 최종적으로 새벽 2시40분쯤 현장에서 철수했다. A 대표는 경찰을 떠나보내고 스포츠센터에 돌아와 잠에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센터 대표 A씨(41)가 20대 남성 직원 B씨의 몸을 플라스틱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B씨의 유족들은 4일 오후 3시쯤 서대문경찰서를 찾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사진=김성진 기자


[2021년 12월31일]_오전 9시
A 대표는 오전 9시12분에는 119에 신고했다. A대표는 "어제 같이 술 먹은 친구가 몸이 너무 차가워져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의식이 없다"며 "어떡하지"라고 중얼거렸다. 경찰은 소방과 함께 출동했다. B씨는 숨져있었다. B씨는 새벽에 경찰이 하반신에 패딩을 덮어준 자세 그대로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A대표는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대표를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경찰은 A대표에 폭행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2022년 1월2일]
경찰은 A대표의 혐의를 '폭행치사'에서 '살인'으로 바꿨다. 구속영장도 발부받아 A씨를 구속했다. '약 70cm 길이 플라스틱 막대가 피해자의 장기를 건드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소견을 듣고서다. 경찰은 A 대표 행위에 '살해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A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같이 술을 마셨는데, B씨가 음주운전을 하려 해 말리다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2022년 1월4일]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3시쯤 B씨의 유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경찰은 오는 7일쯤 A대표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며 "수사 막바지 단계"라 밝혔다. 이어 "성범죄는 확인된 것 없다"며 "사이코패스 성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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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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