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 건물 상부는 ‘맥주 거품’
남다른 본사 건물로 기업 특징 제대로 살리는 기업들
“스팸 건물 옥상에는 캔따개도 있나요?”
건물 옥상에 캔따개가 있냐니,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일까요. 하지만 몇 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한 건물 사진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합니다. 대형 스팸을 연상시키는 듯 각 모서리가 살짝 둥근 기둥 형태의 푸른 건물에 스팸의 상징 색인 노란색으로 ‘SPAM’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앞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대형 스팸 그 자체이고, 옥상에 황금색 바닥에 대형 캔 따개 조형물이 있다고 해도 그럴 법해 보입니다.

놀라운 건 또 있습니다. 이 건물이 실재하긴 하나 실재하는 건물이 아니라는 건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이 건물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 있는 ‘알파리움타워’입니다. 스팸을 만드는 회사인 CJ제일제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죠.
그렇다면 CJ제일제당이 이 건물에 광고라도 의뢰를 한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건물 전체에 스팸 랩핑을 한 듯한 사진은 합성 사진이었습니다. 다만 원래 건물 자체가 워낙 스팸처럼 생겨서 감쪽같은 합성에 모두가 속아 넘어갔던 겁니다.
그렇다면 CJ제일제당의 본사는 어디있을까요. CJ 본사는 서울시 중구 퇴계로5가에 있습니다. 스팸 타워로 알려진 판교 알파리움타워와 같은 푸른색 건물에 최상단에 CJ로고가 있는 이 건물은 외관상으로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이 건물은 오히려 1층에 있는 뚜레쥬르 매장으로 유명합니다. 라뜰리에 뚜레쥬르라 부르는 이곳은 전문 파티쉐들이 직접 만든 빵과 케이크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매장으로 전국 어느 매장보다 다양하고, 맛 또한 좋은 뚜레쥬르 빵을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맛있는 빵은 CJ 본사 직원들만 먹고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상에서 우스개 소리로 떠돌기도 했죠.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건물은 재미없잖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CJ제일제당 본사처럼 평범한 건물을 사무실로 쓰고 있지만 언제나 튀는 이들이 있는 법. 세계 각국에는 남다른 본사 건물로 회사의 정체성(아이덴티티·identity)을 제대로 살리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수제 바구니 회사 롱거버거(The Longaberger Company)는 그런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롱거버거는 수제 단풍나무 바구니를 비롯해 가정에서 쓰이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었던 제조·유통업체입니다. 한때 롱거버거의 본사로 쓰인 이 건물은 미국 오하이오주 16번 국도변에 있습니다. 건물은 언뜻 보면 사무실로 쓰이는 회사 건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초대형 바구니 모양으로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나무 바구니 모양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짓다니, 정말 파격적입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이 강렬한 이 건물은 롱거버거의 본사일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했다네요.
롱거버거사가 2018년 문을 닫으면서 이곳은 현재 새 주인을 찾는 건물이 됐습니다. 어떻게 된 이야기일까요. 이 건물은 1997년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롱거버거가 문을 연지 26년 만의 일이었죠. 7층 높이에 18만 제곱피트(약 1만6720㎡, 5060평)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롱거버거사가 설계하고, 글로벌 건축 및 디자인 회사인 NBBJ와 Korda Nemeth Engineering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이 건물은 롱거버거의 창업자 데이브 롱거버거의 아이디였습니다. 처음 그가 바구니 모양으로 건물을 짓자고 제안했을 때 투자자와 건축가, 직원들 모두 반대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는 결국 바구니 모양 건물을 세우는데 성공했습니다. 건물 상단의 바구니 손잡이 무게만 거의 150톤에 달할 정도로 건물 자체도 견고하게 지어졌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0년 중반 롱거버거사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2016년 건물은 오하이오주의 부동산 개발자들에게 넘어 갔습니다.

안타까운 롱거버거 본사의 이야기와는 달리 여전히 회사의 특징을 잘 살린 본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잘 운영해 나가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덴마크의 블록 장난감 회사인 레고 그룹(The LEGO Group)도 그 중 하나입니다. 레고의 본사는 덴마크 윌란 반도의 빌룬(Billund)이란 마을에 있습니다. 레고 본사는 조립형 블럭인 레고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답게 21개의 레고 블록을 엇갈려 쌓은 듯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이름도 레고 하우스(LEGO House)입니다. 2017년 문을 연 레고 하우스는 철근 구조물로 지어진 어엿한 건물이지만 밖에서 볼 때는 수 천개의 작은 레고들을 쌓아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본사 건물은 유명 덴마크 건축회사인 BIC(Bjarke Ingels Group)가 지었습니다. 레고 하우스 건물 안에는 직원 업무 공간뿐 아니라 전세계 레고 팬들을 위한 공간도 있습니다. 이곳에선 레고로 만든 폭포인 ‘영원히 흐르는 레고 폭포’와 레고 팬들이 만든 작품 등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일본 맥주 브랜드 아사히는 본사 건물에 생맥주의 영혼을 담았습니다. 아사히는 황금빛 맥주에 흰 거품이 얹어진 손잡이 없는 아사히 생맥주 잔 형태로 본사 건물을 지었습니다. 황금빛 사각 기둥 타워의 맨 꼭대기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맥주 거품을 상징하죠.
이 건물은 1989년 도쿄 스미다가와강 인근에 지어졌습니다. 건물 안에는 품질 관리를 받은 슈퍼 드라이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홀도 있습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도쿄 여행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네요.
이밖에도 미국에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사업부 건물은 안드로이드 캐릭터를 형상화한 입구 구조물이 있다고 합니다. 누가봐도 안드로이드 사업부 건물이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 것이죠.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2000년대 초반 브랜드가 출발한 트렁크 여행가방에서 모티브를 얻어 2000년대 초반 본사 건물을 디자인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본사 건물에 초대형 트렁크 여행 구조물을 설치한 것인데요, 지금은 아쉽게도 볼 수 없다고 하네요.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