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컴팩트 쿠페의 정석, BMW M240i x드라이브


길이 4.5m의 아담한 차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 타이트한 조향비, ZF 자동변속기. 운전 좋아하는 사람에겐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조합이다. 여기에 BMW 배지까지 얹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펀 카’가 탄생한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돌아온 M240i x드라이브는 7,000만 원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교과서적인 펀 카다.

글|사진 서동현 기자


2시리즈(2 Series). BMW의 짝수 모델 중 막내다. 2세대 1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 후륜구동 쿠페와 컨버터블로 데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신도 잦았다. 미니와 뼈대를 공유하는 액티브 투어러로 실용성 따지는 고객을 붙잡았다. 3세대 1시리즈가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 갈아타자, 지붕 매끈한 그란쿠페를 출시해 ‘쿠페’로서의 역할을 이어갔다.

내심 걱정했다. 영원히 2시리즈가 전륜구동 소형차로 남을까봐. M235i x드라이브로 가려운 부분을 긁었으나, BMW 팬이라면 누구나 후륜구동 컴팩트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M240i x드라이브는 뒷바퀴 굴림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과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해 고성능 쿠페의 명맥을 잇는다.


① 익스테리어






신형 2시리즈 쿠페의 얼굴 디자인은 아직 호불호가 크다. 개인적으로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새로 빚은 헤드램프 디자인과 삼각형 공기흡입구가 그리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다부진 뒷모습은 마음에 쏙 든다. 마치 오랜 시간 바람이 깎아낸 바위처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쫑긋 솟은 리어 스포일러와 듀얼 머플러도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그리고 차분하다. 반짝거리는 크롬 장식을 모두 덜었다. 가변식 플랩을 단 키드니 그릴과 공기 흡입구 테두리, 사이드미러 커버를 무광 세륨 그레이 컬러로 칠했다. 19인치 더블 스포크 휠도 마찬가지. 창문을 감싼 몰딩은 유광 블랙으로 마감했다. 깊은 보랏빛의 썬더나이트 컬러 페인트도 매력적이다. 멈춰있을 땐 우아하고 달릴 땐 존재감을 뽐낸다.

디테일보다 눈에 띄는 요소는 차체 비례다. 4시리즈 등 일반적인 쿠페는 유려한 루프 라인을 자랑한다. 이와 달리 신형 2시리즈 쿠페는 전통적인 3박스 형태를 따른다. 구형 모델은 물론, BMW의 옛 소형 쿠페 2002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짧은 앞뒤 오버행과 롱 노즈 & 숏 데크 스타일도 시각적 긴장감을 만든다.

덩치는 5세대 3시리즈와 맞먹는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550×1,840×1,405㎜. 구형보다 96㎜ 길고 66㎜ 넓다. 키는 3㎜ 줄었다. 휠베이스는 51㎜ 늘인 2,740㎜다. 경쟁자는 아우디 RS3와 메르세데스-AMG A 45. 실용성을 따지면 두 5도어 해치백이 낫다. 하지만 운전자 중심의 정통 2도어 쿠페를 원한다면, 동급에선 M240i가 유일한 선택지다.


② 인테리어




길쭉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자 익숙한 실내가 드러난다. 솔직히 3·4시리즈와 구분조차 힘들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중앙 모니터, 두툼한 M 스티어링 휠 모두 당연한 듯 제자리에 있다. 그래서일까? 차에 오르는 순간만큼은 ‘신차’ 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어트림에 그린 M 컬러 장식만이 심심함을 달랜다.


버네스카 가죽으로 감싼 M 스포츠 시트는 보기에도 멋지고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허벅지와 허리 지지력이 뛰어나 코너에서 든든하다. 특히 사이드 볼스터를 부풀리는 기능이 좌우 시트에 모두 들어갔다. 평소에는 느슨하게 풀어뒀다가, 굽잇길에 들어서기 직전에 바짝 조여 시트의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단, 쿠션이 조금만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2열 시트는 ‘보조석’ 개념이다. 나름대로 천장을 움푹 파냈지만 평균 신장 이상 성인이 장시간 이동하기엔 무리다. 그래도 포르쉐 911의 구색 맞추기용 뒷좌석보단 훨씬 낫다. 나름 2열 전용 송풍구와 암레스트, 헤드레스트도 있다. 측면 시야도 은근 나쁘지 않다. 더불어 유아용 카시트 고정 장치도 있다. 그런데 카시트를 쉽게 넣을 수 있으려나?

트렁크 용량은 390L. 이전보다 20L 더 여유롭다. 2열 시트는 4:2:4로 필요에 따라 접을 수 있다. 의외로 실용적이다. 이 정도 성능과 공간을 양립한 소형 2도어 스포츠카는 흔치 않다. 같은 엔진 쓰는 Z4와 토요타 수프라는 뒷좌석조차 없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신형 2시리즈 쿠페는 4시리즈와 ‘CLAR(Cluster Architecture)’ 플랫폼을 공유한다. 즉, 엔진을 보닛 속에 세로로 얹고 뒷바퀴 또는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M240i의 심장은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0㎏·m는 ZF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모든 바퀴로 흐른다. 0→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겨우 4.3초.

2시리즈 쿠페가 강조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앞뒤 무게 밸런스다. 가장 이상적인 핸들링 성능을 위해 정확히 50:50으로 나눴다. 문득 2시리즈 쿠페의 조상 중 하나인 1M 광고가 머리를 스쳤다. 9년 전 공개한 영상 속 1M은 초대형 저울에 올라가 멈춘다. 저울은 점차 수평을 유지하고, 영상은 그대로 끝났다. BMW 소형 스포츠카의 핵심 가치를 짧고 분명하게 전달한 광고다.


④ 주행성능

와인딩 코스부터 찾아야겠다.’ 시승차를 받아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다짐했다. 작은 운전대 조작에도 휙휙 돌아가는 차체가 운전 욕구를 자극했다. 마침 경기도 북부에서 M240i와 딱 어울리는 길을 찾았다. 좌우 코너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순간적으로 바퀴가 붕 뜨는 구간도 있다. 펀 카에게 걸맞은 최적의 놀이터다.

우선 컴포트 모드로 굽잇길에 진입했다. 생각보다 승차감이 좋다. 서스펜션 구조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조합. 평범한 승용차와 비교하면 꽤 탄탄하다. 데일리카로 쓰는 데 불편함 없는 정도다. 보통 작은 차들은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통통 튀곤 하는데, 오히려 차분하게 짓누른다. 윗급인 M340i(1,720㎏)보다 무거운 공차중량(1,725㎏) 때문일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한 편이다. 주차장에서 한 손으로 다루기 부담스럽다. 절도 있는 조향을 위해 감수할 부분이다. 코너에서 운전대를 꺾자 앞머리가 놀랍도록 빠르게 움직인다. 비결은 엔진 위치. 보닛을 열어 측면에서 바라보면, 엔진 중심을 앞바퀴 중심보다 뒤로 밀어낸 사실을 알 수 있다. 네 바퀴가 만든 사각형 안에 무거운 부품을 담을수록 방향 전환이 수월하다.

시승차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T005. 주행 성능 대신 승차감·정숙성에 초점을 둔 컴포트 타이어다. 그런데 코너에서 버티는 실력이 나쁘지 않다. 어지간한 속도로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네 바퀴 굴림 시스템과 M 스포츠 디퍼렌셜이 무의미한 휠 스핀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무리하게 밟아도 좀처럼 뒤가 흐르지 않는다. 좋게 보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릴이 부족하다.

중형차에 필적하는 몸무게도 살짝 아쉽다. 경량 스포츠카만의 사뿐한 감각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작은 몸집을 보고 경쾌한 핸들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사실 M240i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새로 나오는 M 모델 대부분이 무게가 늘고 있다. 늘어난 출력을 감당할 전자장비 및 보강재, AWD 구동계 때문이다. 참고로 1M의 공차중량이 1,495㎏이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자 댐퍼가 순식간에 굳는다. 승차감 차이가 명확하다. 이따금씩 앞바퀴가 굴곡을 밟고 ‘퉁’ 튕긴다. 시골 국도처럼 거친 노면에선 컴포트 세팅이 더 자연스럽다. 변속기는 최대토크를 마음껏 꺼내 쓰도록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한다. 코너 진입 전 속도를 줄이면 알맞은 엔진회전수를 따라 기어를 칼같이 내린다.

재미있는 기능도 찾았다. 주행 중 왼쪽 시프트 패들을 길게 누르니 ‘스프린트 모드’로 돌입한다. 기어 단수를 한 번에 2~3계단씩 내리고, 변속기는 수동 모드로 전환한다. 갑자기 스포츠 주행이 끌릴 때 센터콘솔 더듬거릴 필요 없이 왼손만 까딱이면 된다. 단거리를 빨리 달린다는 뜻의 ‘Sprint’로 이름 지은 이유다.

6기통 특유의 엔진음도 주행 감성을 돋운다. 비유하자면 바리톤이다. 베이스의 웅장함과 테너의 화려함이 공존한다. 얼마 전 서킷에서 만난 AMG CLA 45 S가 떠오른다. 최고출력 421마력 뿜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4기통 엔진의 사운드는 데시벨만 높을 뿐 깊은 울림이 없었다. 6기통 마니아들이 다운사이징의 흐름에 거부반응 일으킬 만하다. 나도 마찬가지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비구름을 피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그제야 387마력의 온전한 힘을 체감했다. 속도계 바늘이 지칠 줄 모르고 솟는다. 기어 단수를 올릴 때마다 뒤꽁무니에선 ‘화륵’ 소리가 들려온다. 인상적인 부분은 고속 주행 능력. 각각 63, 35㎜ 늘어난 앞뒤 트레드가 노면을 꽉 움켜쥔다. 덕분에 실제보다 큰 GT카를 모는 듯 안정적이다.


⑤ 총평


M240i를 매일 몰아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옵션을 따져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무선 앱 커넥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하만 카돈 오디오, 360° 서라운드 뷰, 선루프가 전부 기본이다. 소형차 치고 풍성하다. 단점 두 가지만 꼽자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있으나 차로 중앙 유지 장치는 없다. 시트에는 통풍 대신 열선 기능만 들어간다.

하지만 운전대 쥐고 달리는 순간 이 모든 장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릿속은 눈앞의 코너를 공략하고픈 욕심으로 가득 찬다. 앞머리가 파고드는 짜릿함은 경험하기 힘들었지만, BMW의 슬로건 ‘Sheer Driving Pleasure(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는 여전했다. M240i도 이 정도인데, 신형 M2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장점
1) 회전 질감 좋은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
2) 짧은 휠베이스가 만드는 날쌘 회두성
3)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등 편의장비

단점
1) 짜릿함이 2% 부족한 핸들링 성능
2) 여름철 요긴한 통풍시트의 부재
3) 3·4시리즈와 대등한 몸무게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