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도 전에 버려지는 음식들..'식품손실' 막는 일본의 대안은?

2022. 4.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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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손실 법률 제정 필요.."식품손실만 줄여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식품손실'(Food loss)은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음식을 의미한다. 주로 소매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포함하는 '식품폐기'(Food waste)와 달리 식품손실은 생산, 가공, 유통 등의 과정에서 버려지는 섭취가 가능한 식품을 포함하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못난이 농산물'이다. 수확되었으나 외관 상 품질기준에 의해 판매되지 않은 식품으로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식품손실이다. 포장 미숙으로 식품이 손상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하지 못하는 식품들도 각각 가공,유통 단계의 식품손실이다. 조리까지 완료되었음에도 섭취되지 않은 '잔반'은 소비 단계의 식품손실이다.

식품손실은 전 지구적인 문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공급되는 식량 중 3분의 1은 소비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021년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그 비중이 더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먹을 수 있지만 폐기되는 음식물은 매년 25억 톤에 달하며 생산된 식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식품손실의 규모는 식품 공급 체계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FAO가 2021년 추산한 세계 식량부족 인구는 최대 8억 명이 넘는다. 지구 한편에서는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버려지고, 한 편에서는 기아의 문제가 여전히 진행되는 것이다.

식품손실은 온실가스 배출 확대 등 환경 문제도 야기한다. WWF는 공급단계에서의 식품손실과 소비 단계에서의 식품폐기 등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 정부는 식품손실 및 폐기를 줄이기 위해 2010년 이후 환경부 주관하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음식물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대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는 음식물 폐기물 감량에만 치중한 정책이며, 공급 단계에서의 식품손실 관리, 즉 폐기물 '예방'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1년 작성한 '식품 손실·폐기량 저감과 관리 정책 동향,입법과제' 보고서에서 "국내의 경우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각 영역에서 식품 폐기 저감 및 관리 정책이 분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국가푸드시스템에서 지속가능성 제고에 필수인 식품의 손실과 폐기 이슈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국가적인 전략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수 있는 해외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식품순환자원의 재생이용 등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재활용법), 2019년 '식품손실 삭감추진 관련 법률'(이하 식품손실감소법)을 시행해 식품시스템 전체 과정에서 식품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품손실 저감 법률을 만들어서 정책으로 추진하는 나라다. 반면 아직 국내에는 식품손실 저감의 내용을 담은 법률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일본의 식품손실감소촉진정책 추진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며 "일본의 경우 식품손실 발생량은 줄고 있고, 법률에 의거 이행 성과를 정량화·체계화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라며 "한국 정부도 식품폐기물 발생 예방 차원의 식품손실 관리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보고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입법조사처 장영주 입법조사관은 "음식물 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버려지는 식품량과 같은 통계가 필요한데 현재 음식물 폐기물 통계에 식품손실 내용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 등 식품손실 사례가 있지만 식품손실에 대한 별도의 통계는 측정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제조부터 가정까지...식품 공급망 전체에서 '식품손실' 고려하는 일본

일본 정부 식품손실 감소 촉진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식품 생산, 유통 등 공급 단계뿐만 아니라 가정 내 소비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식품손실량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식품손실감소법 제정 이후 소비자청이 주무부처가 되어 환경성,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등 범부처 협력을 통해 식품손실 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환경성은 가정에서의 식품손실을, 농림수산성은 식품산업계의 식품손실을 관리하는 식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손실과 섭취가 불가능한 음식물 폐기물 발생 현황을 분리해서 조사하고 있다. 조사의 주체는 기초지자체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식품폐기물 중에서 식품손실이 차지하는 비율을 조사한다. 기초지자체는 외식산업, 식품 도·소매업, 제조업의 식품손실량도 분리해서 조사한다. 감량 목표 또한 산업별로 다르게 설정된다. 부문별로 측정된 자료는 푸드뱅크, 유통기한 임박 음식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지원에 활용된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납품기한 완화, 편의점 과잉발주 예방 등 수요에 맞춘 식품소비시스템 구축과 미이용 식품의 판매를 촉진하는 기술 기반 사업 지원, 푸드뱅크 지원사업 추진 등 정책으로 "식품손실 발생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장 조사관은 "일본의 가장 최근 통계가 2019년으로 법 제정 효과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법률에 따른 이행 성과를 정량화·체계화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춘 점은 큰 성과"라며 "식품 손실과 관련된 법률을 만들어서 추진하는 일본은 식문화, 식품 산업이 비슷한 한국이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식품손실'과 '식품폐기' 지표를 분리하여 수집하고, 관리체계를 통합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장 조사관은 주장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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