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패션에 나타난 스포츠 룩의 물결[명품 이야기]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프라다 ③

바쁘게 살아가는 20~30대 비즈니스 우먼을 겨냥한 1990년대 초반의 프라다 패션들은 클래식 스타일이 주류를 이뤘다. 패션에 대한 별다른 지식 없이 여성 의류에 진출한 미우치아 프라다는 저택의 색바랜 가구와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가방, 어머니가 쓰던 낡은 옷장 등 자신에게 친숙한 환경에서 디자인 콘셉트를 찾았다. 프라다의 디자인은 클래식하고 전반적으로 선이 날카롭고 경직된 느낌을 줬다. 또 프라다 패션에서 반복돼 나타나는 패턴인 제복의 느낌을 연출하는 밀리터리 룩의 경향도 엿보였다.
프라다는 1996년 패션 콘셉트의 새로운 틀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니멀리즘을 중심으로 중성적 이미지와 제복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버튼이나 장식을 제거하고 간결하며 모던한 세련미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구축해 나간 것이다.
프라다의 미적 특징은 명품 브랜드들이 고가의 사치스러운 제품을 생산해 소수만을 위한 옷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선입견을 깬 것이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진정한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튀지 않는 평범한 옷, 그러면서도 어딘가 고급스럽고 세련된 옷, 평범한 ‘보통 여자들’을 위한 옷이 그녀가 추구하는 패션 세계였다.
1993년대 중반 프라다의 콘셉트가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으로 전환되면서 프라다는 스포티한 감성이 묻어 나는 스포츠 룩을 출현시켰다. 그것이 스포티함과 캐주얼한 디자인의 프라다 스포츠다. 운동을 좋아했던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 파트리치오는 프라다의 요트인 루나로사로 국제 요트 대회에 참가해 이탈리아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때 그가 입은 바람막이 점퍼, 방수 재킷, 요트용 바지가 인기를 끌었고 프라다 스포츠 웨어의 유행에 일조하기도 했다.

스포티즘, 루이뷔통과 샤넬로 이어져
1990년대 들어 스포츠와 레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간과할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돼 패션 유행의 현상으로 정착됐다. 특히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문화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은 스포츠 룩 보급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각종 스포츠의 프로화와 빅 이벤트화는 스포츠 영웅을 탄생시켰고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 패션 디자인에 강한 영향을 줬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발판으로 1990년대 후반 스포츠 웨어에서 아이디어를 딴 스포티즘과 미래적인 접근의 퓨처리즘이 유행의 선두에 올라서게 됐다. 이런 현상은 뉴욕 컬렉션의 헬무트랭을 시작으로 밀라노 컬렉션의 프라다와 미우미우, 질샌더, 파리 컬렉션의 루이뷔통과 샤넬로 이어졌다.
샤넬·프라다·모스키노는 로고와 패션성을 강조한 스키 웨어들을 대거 선보였고 프라다는 스포츠 웨어의 기능성을 강조한 포켓과 자석 여밈 등 여러 디자인을 내놓았다. 안전성과 관련된 기능성 소재들이 미적인 요소로 도입되기도 했다. 주로 야간에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클링 웨어와 스키 웨어 등에서 사용되는 전반사 물질이 액티브 스포츠 웨어에 사용됐다. 단순하고 명확한 선과 실루엣, 지갑이 불필요한 기능적인 포켓, 자석 단추 등을 이용한 여밈 등이 기능주의 액티브 스포츠 웨어의 특성이었다. 스포츠 웨어에 하이테크 소재도 본격 적용됐다.

1990년대 스포츠 룩이 나타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프라다·구찌·캘빈 클라인 등이 이끄는 미니멀리즘이었다. 미니멀리즘은 장식을 생략한 심플한 스타일, 신체 라인을 살린 단순한 실루엣을 특징으로 하며 검정을 비롯한 모노 톤과 브라운 컬러가 주류를 이뤘다.
슬림한 실루엣의 유행은 동시에 스트레치 소재의 보급을 촉진시켰다. 어깨 폭이 좁아지면서 팔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주로 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던 스트레치 소재가 패션 무대에서 활용된 것도 미니멀리즘의 영향 때문이다. 미니멀리즘 영향에 따른 큰 변화는 의복 앞쪽에 있던 버튼이 이중 웃깃의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지퍼와 벨크로 등의 부자재 대신 사용되게 된 것이다. 이는 디자인의 일부를 구성하기도 했던 버튼의 존재감이 미니멀리즘의 의상과 만나 디자인 구성 요소를 변화시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후원 로고가 문제
스포츠 경기에서 후원 로고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줄리아 마리노(미국)는 빅에어 결승 경기를 앞두고 기권했다. 프라다의 후원을 받는 그녀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프라다 로고가 새겨진 보드와 헬멧을 착용했다. 하지만 슬로프스타일 경기에 앞서 헬멧의 프라다 로고를 가리라고 요구받은 데 이어 보드도 지적 받았다. 프라다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로고를 가릴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녀는 헬멧의 로고를 가렸지만 보드 로고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제기됐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로고를 가린 스노보드로 연습했지만 점프의 속도가 느리고 동작에 문제가 생겨 결국 집중하는 데 곤란을 겪었다고 호소하며 추가 부상 방지를 위해 기권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그녀가 탄 프라다 로고 스노보드는 3600달러(약 430만원) 정도 되는데 이후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리치오는 공격적으로 프라다의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였고 그 일환으로 1998년 X-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브랜드 합병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1999년부터 프라다와 비슷한 미니멀리즘 콘셉트를 추구하는 브랜드인 헬무트랭·질샌더·펜디 등을 인수·합병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2002년 프라다는 16억1720만5000유로의 큰 부채를 안게 됐다. 이로 인해 일부 브랜드들을 처분했고 2006년 이후 프라다·미우미우, 영국 신발 브랜드인 처치스(Church’s)와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인 카 슈(Car Shoe)만을 운영하고 있다.
“프라다가 인기 있는 이유는 소리치기보다는 조용히 속삭이기 때문”이라고 미우치아 프라다가 말했다. 그녀는 “속살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스타킹 대신 양말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직접적인 노출보다 은근한 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 자료: 프리다 스포츠의 미적고찰(정성혜, 복식문화연구 14호 제4호)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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