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흐름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일부 브랜드들은 ‘그래도 내연기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소량이라고 해도 일부 브랜드에 각국의 정부들이 특혜를 줄지는 미지수일뿐더러, CO2 배출량을 맞추지 못하면 상당한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텐데, 지속적으로 부과되는 막대한 과징금이 누적되면 살아남는 브랜드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전동화를 준비하고 있다. 페라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SF90 스트라달레와 SF90 스파이더 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로 친환경 흐름에 합류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난해 선보인 296 GTB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모델이다. 이 296 GTB가 드디어 한국시장에 상륙, 1월 20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출시행사를 진행해 현장을 찾았다.

이름의 유래는 2,992cc의 배기량과 엔진의 실린더 개수, 그리고 그란투리스모 베를리네타에서 따온 것이다. 베를리네타는 2도어 2시트 혹은 2도어 2+2시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페라리 식의 작명법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델이다. 탑재된 V6 엔진은 페라리 로드카에선 최초지만, 페라리 브랜드 전반을 놓고 보면 1957년부터 레이스 머신에 적용해왔으며, 지금도 포뮬러 1에 참가하는 페라리 레이싱카에 V6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있다.

탑재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V6 터보 엔진에서 663마력, 전기모터에서 167마력을 내 시스템 총 출력 830마력/8,000rpm, 최대토크 75.4kg‧m/6,250rpm의 막강한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차량 전체의 무게는 1470kg에 불과해 무게 대 출력비 1.77의 뛰어난 수치를 달성했다. 제로백(0-100km/h) 2.9초, 제로이백(0-200km/h) 7.3초에 최고속도는 330km/h 이상을 낸다. 엔진과 탑승공간 사이 격벽에 설치된 7.45kWh 배터리는 전기모드로 25km를 주행할 수 있고, 전기로만 최고 135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은 좌측 충전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도로에서도 ‘운전의 재미(Fun to drive)’를 느낄 수 있도록 공기역학적 설계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점은 페라리 제품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반적인 형태뿐 아니라 전면부의 에어커튼과 사이드 플릭, 후면부의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등을 통해 뛰어난 민첩성과 반응성을 안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공기역학적 성능과 후면 디자인을 위해 배기관을 후면 정중앙에 배치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 여기에 트랙 주행까지 생각하는 고객들을 위한 아세토 피오라노 옵션을 추가하면 멀티매틱 댐퍼, 프런트 범퍼의 카본 티 트레이, 차체 곳곳에 적용되는 카본을 비롯한 경량 소재들이 차량의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가죽 소재가 조화를 이룬 실내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소개된 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조수석에도 소형 스크린이 배치되어 음악 재생을 비롯해 차량의 주행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시동 버튼 역시 디지털화에 맞춰 물리식 버튼 대신 스티어링 휠에 내장된 정전식 버튼을 적용했다.

이번 296 GTB를 시작으로 V6 터보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앞으로 출시하는 차량에도 적용이 예상되는 만큼 페라리의 전동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국에서 발표한 내연기관 단종 시점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페라리만의 색깔을 담은 전동화 제품에 대한 준비를 조금 더 서둘러야 한다. 특히 유려한 디자인을 앞세운 전기 하이퍼카 업체들이 여럿 등장해 먼저 레이스를 시작한 상황에서 출발이 늦어진 페라리가 경쟁사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