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 인터뷰] 마일로 작가 "크레이지 가드너, 식물광인 리얼 스토리"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K-콘텐츠를 만들어 낸 주역에는 웹툰이 있다. 지난해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는 식물을 소재로 한 웹툰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물과 '식테크'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식물을 잘 키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이 있고, 식물을 키우려면 햇빛과 흙 배합, 물주기, 통풍, 온도, 습도 등 주변 환경을 맞춰줘야 한다. 수많은 이들이 호기롭게 식물을 사고, 동시에 수많은 식물들이 죽어나간다.
카카오페이지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일로 작가는 홈 가드닝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식물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었다. 식물 화분만 200개라는 그는 전작 '여탕 보고서'와 '극한견주'를 통해 일상 속의 소재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왔다.
마일로 작가의 '크레이지 가드너'는 2021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본격 교양 식물 만화'를 내세운 이 작품은 직접 200개의 화분을 키우고 관리하는 작가가 경험한 에피소드와 식물과 관련된 정보를 담았다. 만화는 카카오페이지 연재와 동시에 SNS 등에서 식물을 키우는 독자들로부터 큰 화제를 모았고, 현재 단행본 1권이 출판된 상태다.

마일로 작가는 "웹툰 오픈 직전까지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이 올까 걱정이 많았다"며 "식물은 대중적인 소재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편집자 분들께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편집자들이 마일로 작가의 웹툰을 보고 식물을 키우다가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식물을 키우는 분들에게 만화가 많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며 웃음을 보였다.
작가가 식물을 키우게 된 계기는 약 5년 전 독립을 하면서부터다. 집안에 놓을 식물을 키우다 독학을 하고, 점점 깊이 식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웹툰 제목인 '크레이지 가드너'도 실제 작가가 온라인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다. 한창 식물에 빠져 살 때, 하루 종일 식물만 들여다보고 독학으로 식물에 대한 자료만 찾으며 지냈다고 한다.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아서 그렇게 닉네임을 지었는데, 그게 만화 제목이 됐다"며 "주위에도 '식물광인', '식치광이' 같은 닉네임을 쓰시는 분들이 많았다"라며 웃었다.
식물 키우기의 매력에 대해 작가는 '오감 만족'이라고 답했다. "식물은 시각적으로 예쁘면서도, 흙이나 잎을 만지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된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흙을 갖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좋은 향기가 나며, 조용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궁극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행위는 성취감을 쉽게 느끼게 해준다."

최근에는 연재에 바빠 가드닝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 보유한 화분 수가 줄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식물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얼마 전까지는 칼라데아 퓨전화이트에 빠졌다가, 요즘은 베고니아에 흠뻑 빠져들었다. "식물을 어느 정도 키우게 되면 점점 키우기 어려운 식물에 도전하게 된다"며 "어려운 식물이 잘 크면 본인도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마일로 작가는 연재 시작 전에 원고를 두 번 정도 엎었다고 한다. "가드닝에 대한 정보도 전하면서, 동시에 유머도 잃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식물 디자인도 상당히 고심한 끝에 나온 결과다. 식물을 근육질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유머 코드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한다.
반려식물 인기가 늘면서 식물로 재테크를 하는 '식테크'도 주목 받는 요즘이다. 대표적인 희귀식물인 몬스테라 알보 같은 경우 잎 한 장에 수십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노골적인 되팔이 만을 목적으로 값비싼 식물들을 키우는 행태는, 식물 마니아들에게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마일로 작가는 "식테크 자체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취미로 식물을 키우다 금전적인 이득도 볼 수 있다면 좋은 것인데, 노골적인 리셀러는 당연히 싫다"고 말했다. 특히 마일로 작가는 "식물뿐만 아니라 토분 리셀러도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토분 리셀러란, 구하기 힘든 수제 토분을 구매한 뒤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람을 말한다. 때로는 공식 가격의 2~3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작가는 "토분 리셀러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며 "토분을 만든 사람이 아닌데도, 왜 중간에서 이익을 가로채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근 식테크에 입문하신 분들은 무늬종과 희귀 수입 식물을 찾는데, 과거 식테크는 난과 다육이에서 많았다"며 "모든 재테크가 그렇지만, 가격이 폭락하는 시기가 온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레이지 가드너'에 등장하는 식물이 갑작스럽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칼큘러스와 하월시아였다. 만화를 본 뒤 갑자기 주위에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마일로 작가는 "의외로 '이상하게 생긴 식물' 편을 많이 좋아하시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예정대로라면 '크레이지 가드너'는 45화로 완결될 예정이다. 시즌2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아직 그리지 못한 소재들이 많기에, 그 식물들을 키운 뒤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작가는 "괴근 식물, 난, 분재, 야외 가드닝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꽃도 다뤄보고 싶은데, 꽃은 실내에서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마일로 작가는 "요즘은 다들 식물을 많이 키우시는데, 제 만화가 식물을 키우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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