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접대부..'서른, 아홉'을 보는 불편한 시선
[스포츠경향]

드라마 ‘서른, 아홉’이 서른아홉 살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내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설정으로 반감을 일으켜 논란이 일었다.
안방극장에 공감과 힐링을 선사하겠다던 ‘서른, 아홉’이 ‘불륜·술집 접대부 미화와 같은 유해한 설정의 막장물’ 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23, 24일 방송된 JTBC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는 췌장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찬영(전미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해당 회에서 강선주(송민지)는 김진석(이무생)과 감정을 주고받는 정찬영을 찾아가 “우리 남편 옆에 언제까지 있을 거냐. 남자가 필요하면 가정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냐”며 따졌다.
강선주가 정찬영을 향해 “죽을 때 쪽팔리지 않겠냐”고 분노를 표하자 차미조(손예진)가 막아섰다. 차미조는 정찬영을 대신해 강선주와 언쟁을 벌이다 그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았다.
내내 정찬영과 김진석의 관계를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했던 차미조가 정찬영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을 안 후,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든 것이다.
극 중 본처 강선주 입장에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강선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찬영을 괴롭히는 김진석의 아내로 표현되는 동시, 폭행의 피해자가 됐다.
‘서른, 아홉’에서 정찬영은 김진석을 사랑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과거 연인 사이였지만 김진석은 강선주와 결혼해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다. 그럼에도 정찬영은 김진석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1회에서 정찬영은 “그 여자보다 내가 먼저였다. 그러니까 나 불륜 아니다. 오빠 결혼하고 한 번도 안 잤다”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뼈 때리는 말이다. 그런데 난 로맨스다. 난 신종일관 멜로” 라며 애써 사랑으로 포장했다.
해당 내용이 전파를 타자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른, 아홉’ 첫 방영부터 ‘불륜 미화’ 전개를 우려하던 시청자들의 우려가 결국 실망감으로 터진 것이다.
시청자들은 정찬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안쓰럽고 안타까운 인물이 됨과 동시에 그의 유부남을 향한 사랑까지 옹호 받는 내용은 이해가 가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른, 아홉’ 에서는 불륜녀 정찬영이 아닌 강선주가 비난을 받는다. 마치 강선주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사랑에 양보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추는 듯한 장면이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불륜녀 콘셉트까지는 이해했는데 미화까지 하는 내용을 보니 우려스럽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시청자들의 비난은 ‘서른, 아홉’이 담는 불륜의 정의와 시각을 향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자지 않으면 불륜이 아니다’는 시한부 정찬영과 그런 친구를 돕고자 본처의 뺨을 때리는 차미조의 장면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불륜 미화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줄리어드를 졸업한 피아니스트 김소원(안소희)이 엄마의 죽음으로 방황하며 피아노 선생님으로 일하는 척 술집 접대부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청자들은 역시 어이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소원이 엘리트 재원이 아니라 입양아라는 속사정이 있으나, 이 설정이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비춰지는 전개가 맥락이 없다는 것이다.
불륜·술집 접대부 미화 등 비도덕적인 내용이 연달아 그려지자 시청자들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설정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화 시작부터 내가 헤어지라고 소리친 커플은 여기가 처음일 거야.. 김진석·정찬영 아주 대단한 사랑들 하고 계십니다” “하.. 여기 ‘서른, 아홉’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 왜 다 사연 있는 척하는데? 그 사연들이 구린 거지. 21세기 드라마 맞나요?” “불륜, 접대부 미화 이 2개를 한꺼번에 하는 드라마 나 처음 봐요. 진짜;”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작가의 세계관에도 의문을 표했다. 한 시청자는 “누가 봐도 불륜인 걸 ‘서른, 아홉’ 작가만 불륜 아니라고 소리치면 그게 불륜이 아니게 되는가?” “왜 김진석 아내를 정찬영을 괴롭히는 못된 부인처럼 묘사하는 거지? 몇 년을 참고 산 사람인데 저 정도면 천사 아닌가?” “사연 있는 불륜 만드시려고 하신 거 같은데 아주 큰 실패입니다. 보는 시청자들이 공감이 안 되는데”라고 했다.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등의 배우들을 내세우며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 ‘서른, 아홉’은 시작하자마자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서른, 아홉’이 앞으로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 돌아선 일부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효이 온라인기자 hoyf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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