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중국이 싹쓸어가네..전기 이륜차도 중국산 공습

이새하 2022. 6.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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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절반이상 외국서 수입
보조금 대상 40%가 중국산
작년 등록 전기버스 31%도
업계 "국내부품 생태계 키워야"
국내 전기 이륜차(오토바이) 시장을 중국 제조·부품 업체들이 야금야금 집어삼키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완제품이 50%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부품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어 국내 생태계를 키울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와 이륜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기 이륜차 시장 규모는 532억원, 이 중 제조원가는 346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수입 부품 비중은 약 173억원(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2019년(57%)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이륜차의 부품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사오는 것이고, 이 중 대부분은 중국 몫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 이륜차는 크게 국산과 해외 제작으로 나뉜다. 상당수 해외 제조품은 중국과 홍콩, 대만 등에서 만들어진다. 실제 올해 환경부 보조급 지급 대상인 전기 이륜차 103종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서 만든 제품이 39종(37.9%)에 달한다. 10개 중 4개가 사실상 '중국산'인 것이다.

국내 업계 1위인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 역시 판매하는 8종 가운데 1종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에서 만든다. 국내에서 오토바이를 만드는 업체들도 가격 부담 때문에 배터리와 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수입 오토바이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수십만 원에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전기 이륜차가 대부분 중국산인 만큼 일부 업체는 '애국 마케팅'을 활용하기까지 한다. 국내에서 오토바이를 만드는 한 제조 업체는 "주요 부품 6종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공급받고,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쓴다"며 "전기 이륜차 가운데 유일한 국산"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기 이륜차는 전동화 흐름과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만2003대였던 전기 이륜차 판매량은 2020년에 1만4005대, 2021년 1만8072대로 2년 만에 50.6% 성장했다. 판매량이 매년 25% 증가한 꼴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히 성장한 배달 대행 업체들도 디젤 오토바이 대신 전기 오토바이 운행을 확대하고 있다. 슈퍼히어로는 전기 오토바이 1만대를 렌탈 방식으로 공급하고, 바로고 자회사 무빙은 전기 오토바이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업계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상당수가 중국 오토바이 업체와 부품 업체들로 흘러간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 오토바이 2만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형은 85만~140만원, 소형은 165만~240만원, 대형·기타형은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한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보조금을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부품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버스 역시 지난해 등록대수의 31.4%(890대)가 중국산이다.

일각에선 일부 중국산 전기 오토바이의 안전성 우려도 제기한다. 현재 환경부는 보조금을 연비와 배터리 용량, 등판능력(전기 오토바이가 오를 수 있는 최대 경사도)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기술력을 키우기보다 오토바이 무게를 조금 가볍게 만들고 출력을 높게 맞추면 정부 보조금을 타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고가 잦은 오토바이의 특성에 맞게 안전성을 측정하거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등을 보조금 기준으로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에선 전기 오토바이 폭발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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