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 해=무슨 뜻?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다. 그런데 어쩌다가 매해 이렇게 동물을 연관 짓게 되었을까? 색깔은 또 뭐고? “새해가 되면 무슨 띠가 있는데 거기 동물 이름 앞에 색을 붙여 부르는 이유가 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주술 같은 거다.

색깔+동물=OO년?

매 년도 앞에 붙는 이름은 두 글자로 이뤄지는데, 앞 글자는 ‘십간’ 그러니까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 글자가 번갈아가면서 온다. 뒤에는 ‘12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가 번갈아가면서 온다. 10개의 간은 색깔을 뜻하는데 여기서 갑과 을은 청색, 병과 정은 적색, 무와 기는 황색, 경과 신은 백색, 임과 계는 흑색을 의미한다. 12지는 각각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 동물로 표현된다. 10개의 간과 12개의 지가 매년 바뀌며 ‘OO색 OO동물의 해’가 되는데, 올해는 임인년 검은호랑이의 해고, 내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된다.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 관장님은 60갑자로 연도를 표기해온 증거가 이미 고대 중국에서도 널리 사용된 거라고 하셨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
"중국에서 굉장히 오래 3천년 전부터 만들어져서 날짜를 표기한다든지 연도를 표기하는 60갑자의 문자가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이제 후한에 오면 그게 동물과 결합이 되는 거죠."

연도에 동물을 붙이게 된 것은 천문학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지구가 공전을 하면서 별자리가 매일 조금씩 바뀌었는데, 주기가 약 360일 정도였다. 이 기간 동안에는 달의 모양이 12번 바뀌었다. 그래서 고대 인류는 시간을 나타낼 때 12진법을 사용했고, 1년도 12월로, 하루도 12시간대로 나누어 계산했다.

그리고 이 나눠진 시간대에 활동하는 동물을 대응시키며 십이지에 동물 속성이 생겼다. 그러니까 자시(23시~01)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동물은 쥐니까 쥐의 시간이라는 거다. 이 개념은 같은 한자를 가진 일, 월, 년에도 적용됐고 그 시간에 태어난 사람은 그 동물의 속성을 갖게 된다는 관념이 생겼다. ‘쥐띠 해 자정에 태어나면 식복이 많다’, ‘소띠는 책임감이 큰 만큼 고집이 세다’ 같은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그럼 색깔은 뭘까?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오행설에 따라 중심부(임금)를 북쪽의 현무, 남쪽의 주작,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가 지키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게 방위뿐만 아니라 색깔과도 연관되면서 청 적 황 백 흑, 이 다섯가지 색깔이 기본색이 됐다. 색이 가진 느낌과 연관지어 의미도 부여했는데 흑색은 지혜와 권위, 청색은 기쁨과 소생, 적색은 애정과 정열, 황색은 힘과 근원, 백색은 진실과 순결을 의미한다는 식.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색과 동물을 연관시켜 ‘oo 호랑이의 해’처럼 부른 건 비교적 최근부터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
"우리가 띠 동물을 색깔별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최근에 나온 이야기여서 오래된 전통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흔해지고 회자되는 게 황금돼지해부터 시작이 되었다라는 것이죠. 그 이전에는 띠를 색깔별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과거에 2007년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는 설이 퍼지면서 한동안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다. 당시 ‘다산을 상징하는 돼지와 황금색이 만나 2007년 태어나는 아이들은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설이 퍼지며 결혼업계가 호황을 맞았는데, 원래 2007년은 ‘정해년’으로 ‘붉은 돼지의 해’라는 의미인데 이를 과장해 마케팅으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어쨌든 유행처럼 2010년 ‘백호의 해’나 2012년 ‘흑룡의 해’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며 색과 동물을 연관 짓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올해 임인년을 여기에 맞춰 해석해보자면... 검은색은 권위를 상징하고 호랑이도 강함을 상징하므로 검은 호랑이띠들은 리더십이 있고 강인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전통 문화가 기업들의 과장된 상술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제기되지만, 천진기 관장님은 이게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
최근에 마케팅하고 연결되어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새해 띠동물의 여러 가지 덕성과 속성을 한 해의 해운과 덕담으로 풀어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는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데 나름의 의의가 있다는 말씀.

고대에 자연물을 나타내는 기호에 불과했던 간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깔과 동물의 의미가 붙으며 수많은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간지의 활용은 이렇게 변해왔지만 흉을 피하고 길한 기운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만큼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대로지 않을까? 왱구 여러분들도 2022년 임인년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