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놀라운 하이브리드 효율, 렉서스 NX350h
지난 21일, 렉서스 코리아가 제주도에서 시승회를 열고 기자단을 초대했다. 주인공은 2세대 NX와 렉서스 최초의 순수 전기차 UX300e. 그중 신형 NX는 ‘풀 체인지’에 걸맞은 인테리어 개선과 아늑한 주행 성능, 동급 최고의 연비로 무장해 매력적인 상품성을 자랑했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렉서스 코리아, 서동현
2014년 데뷔한 1세대 NX는 태생이 독특했다. 렉서스의 전설과도 같은 V10 수퍼카, LFA를 만든 인물들이 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레이서 출신 엔지니어와 V10 엔진 설계자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 디자인부터 남다른 SUV가 등장했다. 엔진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동력 제어 시스템 곳곳에도 고성능차에서 비롯한 각종 기술이 스몄다.
2세대 NX 개발을 주도한 치프 엔지니어 타케아키 카토는 ‘새로운 렉서스’를 만들고자 했다. 1세대의 민첩한 이미지와 개성을 지키면서도, 현행 IS의 사뿐한 주행 성능을 본받기 위해 시모야마 테스트 트랙에서 담금질했다. 디지털 방식을 활용한 시뮬레이션과 디자인 과정까지 거친 결과, 개발진이 추구하는 ‘렉서스다운 차 만들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①익스테리어
‘파격’ 그 자체였던 구형과 달리, 신형의 외모는 단정한 스타일로 거듭났다. 위아래로 나눴던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을 하나로 묶어 최신 패밀리룩을 따랐다. 렉서스의 상징인 스핀들 그릴 내부는 ‘U’자형 패턴으로 채웠다. 또한, 보닛이 가파르게 내려갔던 구형과 달리 콧날을 바짝 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옆모습과 뒷모습에 가득했던 칼주름도 부드럽게 다렸다. 특히 뒷모습이 마음에 든다. 유행을 따라 리어램프를 한 줄로 잇고, 아래에 렉서스 엠블럼 대신 ‘LEXUS’ 레터링을 달았다. 휠 아치 클래딩은 플라스틱으로 감쌌는데, 상위 트림인 만큼 차체 컬러로 맞췄으면 어땠을까 싶다. 오직 NX450+ F 스포트에만 차체 컬러 클래딩이 들어간다. 휠 크기는 앞뒤 모두 20인치.
몸집은 크게 부풀리지 않았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4,660×1,865×1,670㎜. 각각 20, 20, 5㎜씩 늘었다. 휠베이스는 2,660→2,690㎜로 30㎜ 키웠다. 같은 D 세그먼트 SUV들보다 살짝 짧은 편. 그러나 2열 공간성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다. 전륜구동 기반의 전자식 사륜구동 모델이기 때문에, 후륜구동 플랫폼 쓰는 경쟁 모델보다 뒷좌석 공간을 넓히기 유리하다.
②인테리어
인테리어는 만점을 주고 싶다. 기존 렉서스의 실내 콘셉트를 완전히 깼다. 대시보드 중앙에 커다란 14인치 디스플레이를 얹고, 모니터 속 구성도 훨씬 쓰기 좋게 바꿨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기존과 비교해 해상도를 눈에 띄게 개선하고, 다소 촌스러웠던 화면 색상의 채도를 낮췄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준비해 티맵 띄우기도 쉽다.
모니터 아래에는 바람 세기와 통풍 및 열선 시트, 운전대 열선 기능을 터치 패널로 묶었다. 에어컨 온도와 오디오 볼륨 조절은 직관성 좋은 다이얼로 남겨뒀다. 마우스 패드 같은 RTI(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를 뺀 점도 매우 반갑다.
‘이 차급에 이런 기능이?’라는 생각이 든 부분도 있다. 첫 번째는 ‘e-래치 도어 핸들’. 외부에서는 손잡이를 당기듯 안쪽 버튼을 눌러서, 실내에서는 엄지손가락만으로 간편하게 열 수 있다. 내부 버튼을 몸 쪽으로 두 번 당기면 고장을 대비한 기계식 잠금 해제 장치 역할도 한다. 더불어 디지털 룸미러를 달았다. 리어 스포일러 아래 카메라로 뒤쪽 시야를 비춰, 후방 시야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반면, 스티어링 휠 양쪽 버튼의 쓰임새는 의아하다. 처음에는 화살표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표면을 터치하면 10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위치별 역할이 뜨며, 가장 아래 버튼을 누르면 또 다른 용도로 변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속에 너무 많은 정보를 몰아넣었다.
2열 무릎 공간은 예상보다 넓었다. 평균 신장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주먹 두 개 정도는 들어간다. 엉덩이 쿠션을 내리고 천장을 오목하게 파내 헤드룸도 충분하며, 시트 등받이는 뒤로 살짝 기울일 수 있어 장거리 이동 부담을 덜었다. NX350h에는 네 가지 트림 중 유일하게 파노라마 선루프도 넣었다. 아울러 3단계 열선 기능과 12V 소켓 하나, USB-C 타입 단자 두 개를 마련했다.
트렁크 용량은 520L. 아우디 Q5와 같고, GV70(542L)와 GLC(550L), X3(550L)보다는 조금 작다. 양쪽 벽에는 금속 고리 2개와 최대 4㎏을 견디는 플라스틱 고리를 달았다. 버튼을 통해 4:6으로 나눈 2열 시트를 전동식으로 접거나 올릴 수도 있다(폴딩 시 1,411L). 바닥 패널 아래 공간도 꽤 여유롭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에 넣은 덕분이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추첨을 통해 배정받은 트림은 NX350h.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3개를 맞물렸다. 엔진 출력만 189마력이며, 시스템 최고출력은 242마력을 뿜는다. 이전 세대보다 43마력 올랐다. 타케아키 카토에 따르면, 2세대는 효율보다 주행 성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모터 사이즈를 키워 토크를 보강했다. 그러나 연비도 16.7% 올라 14.0㎞/L(복합)를 달성했다. 플랫폼은 ES와 공유하는 ‘GA-K’.
모든 국내 판매 NX는 ‘E-Four’ 시스템을 갖춘 사륜구동 모델이다. 여느 AWD와 비교해 엔진 힘을 뒷바퀴에 보내는 프로펠러 샤프트와 트랜스퍼 케이스가 없다. 대신 전기 모터 하나가 뒤 차축 구동을 맡는다. AWD는 2WD보다 몸무게가 늘어 연비가 소폭 내려가곤 하는데, 무거운 금속 부품이 없어 연비 하락률을 줄일 수 있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으니 센터 터널을 낮춰 2열 거주성도 확보할 수 있다.
구동력 배분의 한계치도 높다. 토요타가 2018년 발표한 신형 E-Four 시스템은 뒤 차축 전기 모터 토크를 30%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앞뒤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100:0에서 20:80까지 나눈다. 따라서 미끄러운 노면을 만나거나 선회할 때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동력을 전달하지 않을 땐 발전기로 변신해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채운다.
④주행성능
시승 코스는 토요타·렉서스 제주 전시장과 제주도 남서쪽 한 카페를 잇는 55㎞ 구간. 시내와 해안도로, 쭉 뻗은 국도를 지나며 제주도의 다양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통행량이 많지 않은 길에도 일정하게 신호등이 있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제 실력 내는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살피기 좋았다.
파워트레인 효율보다 먼저 다가온 장점은 승차감이다. 길 안내를 따라 찾아간 해안도로는 공사 중이거나 고르지 못한 노면이 종종 있었다. 새로운 쇼크 업소버는 마찰을 자주 받는 부품을 재설계해 저속 감쇠력을 개선했다. 덕분에 시종일관 나긋하다. 하부 진동을 매끈하게 걸러 몸이 받는 피로가 적다. 아름다운 바닷가 경치를 즐기는 동안, NX의 하체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로 나섰다.
마음 편히 주행하다 보니, 점차 엔진의 존재를 잊어가는 나를 발견했다. 전기 모터 주행 비중이 상당히 높다. 출발 20분 뒤 계기판에 뜬 ‘EV 주행 비율’은 무려 77%. 테스트를 위해 몇 차례 급가속을 한 뒤에도 70%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틈틈이 회생 제동으로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충전한 결과, 배터리 잔량 역시 70%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3개의 전기 모터로 회수하는 에너지양이 상당하다.
그리고 자연스럽다. 이전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엔진이 할 때 들리는 소음과 진동이었다. 이따금씩 거친 회전 질감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해쳤다. 그런데 신형 NX는 출발 후 엔진과 전기 모터가 물 흐르듯 동력을 주고받는다. 오른발에 힘을 줘 회전수를 올리지 않는 이상, 운전자가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주행 모드 전환을 깔끔하게 해낸다.
평균 연비는 어땠을까? 경유지에서 확인한 기록은 1L당 14.4㎞. 리셋 후 시내를 벗어날 때 쯤 이미 14.0㎞/L까지 올라왔다.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니 15.0㎞/L 부근도 바라봤다. 내연기관은 정차와 재출발을 가장 두려워하지만, 하이브리드에겐 연비가 쭉쭉 오르는 순간이다. 고속도로 없는 제주도 환경과 나름 어울린다.
흥미로운 점은 패들시프트다. 달리기 실력을 강조한 F 스포트가 아닌데도 운전대 뒤편에 큼직하게 자리했다. 주행 중 당기거나 변속 레버를 내려 ‘S 모드’로 바꾸면 가상의 기어 단수를 만든다. 스포츠카 다루듯 왼쪽 패들을 ‘딸깍’ 누르니 1초쯤 고민한 후 회전수를 올린다. 아무래도 과격한 주행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쓰기 위해 만든 장치인 듯하다.
이어서 시속 100㎞로 달리며 외부 소음에 귀 기울였다. 2세대는 정숙성에 더욱 신경 썼다. 1열 창문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고, 문짝과 차체 사이를 메우는 웨더 스트립도 다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풍절음을 15% 줄이는 데 성공했다. 굳이 언급하자면 풍절음보다 하부 소음이 조금 들려오는데, 그럼에도 실내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뒷좌석 탑승객과 대화하느라 목청 높일 필요 없다.
안전 성능은 어떨까.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은 이제 야간 자전거 및 주간 모터사이클 감지 기능을 챙겼다. 안전 하차 어시스트는 전자식 도어 핸들과 함께 작동한다. 문을 열기 전 자전거나 모터사이클 등이 다가오면 문을 잠가 사고를 방지한다. 실제로 경유지 주차장에서 급하게 문을 열었을 때, 뒤따라 들어오는 차를 감지해 순식간에 잠금을 걸었다. 이 정도면 도로변에서 뒷좌석 탑승객이 하차할 때도 안심할 수 있겠다.
에어백은 총 9개. 그중 하나는 측면 충돌 시 1열 탑승객끼리의 충돌을 막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다. D 세그먼트 SUV에서 해당 에어백을 가진 모델은 NX와 제네시스 GV70뿐이다. 참고로 유로 앤 캡(Euro NCAP)에서 별 5개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획득했다. 안전에 대해서는 충분히 믿어도 좋다.
⑤ 총평
NX350h 럭셔리 트림의 가격은 7,440만 원. 기본형인 프리미엄 트림(6,500만 원)과 격차가 꽤 크다. 만약 마크 레빈슨 오디오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뷰 모니터에 미련이 없다면 프리미엄 트림을 골라도 좋다. NX의 핵심 장점인 승차감과 효율,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대로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가격이 비싸게 나왔다는 평가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동급 수입차 엔트리 모델을 모아보면 시작 가격이 비슷하거나 낮은 편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세제 혜택도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개별소비세를 최대 100만 원, 취득세를 4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여기에 비교적 높은 복합 연비까지 더하면, 나름대로의 가성비를 챙길 수 있다.
장점
1) 완전히 갈아엎은 실내 디자인
2)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안락한 승차감
3) 복합 연비를 훌쩍 넘는 실제 연비
단점
1) 직관성이 부족한 스티어링 휠 버튼
2) 2% 아쉬운 뒷문 개방 각도
3) 화창한 날 계기판 커버의 빛 반사가 심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