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박건우, 글러브 내려놓고 '서울대 정시 합격' 스트라이크!..하루 14시간 공부 결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덕수고 출신 이서준과 함께 서울대 야구부 승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야구계에 연이어 희소식이 전해졌다. 신일고 좌완투수로 활약했던 엘리트 야구선수 출신 박건우(20)가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합격했다. 지난 3일 발표된 2022학년도 서울대학교 일반전형(정시모집) 합격자 명단에 박건우의 이름이 포함됐다.
박건우는 2021년 2월에 신일고를 졸업한 뒤 1년간 재수를 한 끝에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서울대에 당당히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덕수고 3학년 내야수 이서준이 10명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을 통해 2022학년도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에는 박건우가 정시모집 25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부하는 야구선수’에 대한 또 하나의 희망을 던졌다.
고교 시절까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정식으로 등록된 엘리트 야구선수가 서울대에 들어간 것은 박건우가 역대 4번째다. 2013년 덕수고 외야수 이정호가 처음으로 문을 연 뒤 2017년에는 서울고 외야수 출신 홍승우가 삼수 끝에 서울대에 진학했다. 이어 이번에 이서준과 박건우가 나란히 합격했다. 같은 학번(2022)에 엘리트 야구선수 출신 2명이 동시에 입학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 박건우는 특히 투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서울대생이 됐다.
2017년 11월부터 모교 신일고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재권 감독은 “박건우는 진중한 성격에 집중력이 매우 뛰어났던 선수였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야구를 그만두고 이렇게 공부를 통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쁘다”면서 “1년 동안 재수를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짐작이 간다. 신일고 야구선수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들어갔으니 학교로서도 경사다”라며 축하를 보냈다.

박건우는 신일고 3학년 시절이던 2020년 투수로 활약하며 유격수 김휘집(현 키움 히어로즈), 사이드암 투수 지명성(현 kt 위즈), 포수 권혁경(현 KIA 타이거즈) 등과 함께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않았다.
3학년 때 성적은 13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6.26. 좌완으로서 시속 130㎞ 중후반대의 공을 던지며 전반기까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기 위해 구속을 140㎞대로 끌어올리려 욕심을 내다 갑자기 제구를 잃어버리면서 평균자책점이 급격히 올라갔다.
결국 프로 지명을 받는 데 실패했다.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는 길도 있었지만 그는 서울대를 목표로 잡고 공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해 서울대 수시모집에 도전했지만 불합격. 개별 과목에서는 기대 이상의 점수를 얻었지만 내신등급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재수를 선택했다. 1년 동안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4시간씩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마침내 그 노력의 열매가 맺어졌다.
박건우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야구선수로서는 목표했던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공부를 선택해 이렇게 합격하게 돼 기쁘다”면서 “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재수를 하는 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 축하한다. 서울대에 합격한 것이 실감 나는가.
“감독님, 코치님, 야구를 함께 했던 친구들, 일반 학생 친구들이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축하를 해주고 있어서 실감을 하고 있다.”
- 모든 수험생이 그렇지만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긴장했을 것 같은데.
“엄청 긴장했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나 스스로에게 감동이 밀려왔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재수를 하는 동안 고생했던 일, 13년간 꾸준히 공부를 해온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이수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셔서 함께 야구놀이를 하다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내가 왼손잡이라 당시 한화에서 뛰고 있었던 류현진 선수 같은 투수가 되고 싶었다.”
-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고 하던데.
“이수중학교 시절까지는 야구를 하면서도 공부를 병행했다. 꾸준히 1등급은 나왔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최대한 공부도 따라가 보려고 했는데 ‘프로야구 선수’가 목표였기 때문에 2학년 때부터는 야구에 ‘올인’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신 성적이 떨어졌다.”
-서울고에서 2학년 때 신일고로 전학했는데.
“서울고는 아무래도 선수층이 두껍고 좋은 투수들이 많다 보니 출전 기회가 없었다.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는 선수가 적기 때문에 기회를 얻기 위해 신일고 전학을 선택하게 됐다. 2학년 때까지는 투수 성적이 없다. 3학년 때부터 공식경기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 3학년 때 KBO 신인드래프트 직전에 기록이 좋지 않았다.
“전반기에 제구도 잘 되고 성적이 괜찮아 신인드래프트에 뽑힐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욕심이 문제였다. 구속을 끌어올리려다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제구가 안 됐다. 선발로 나가서 1이닝을 못 버티고 내려오기도 했다. 결국 신인드래프트에서 탈락했다.”

- 상실감이 컸을 것 같다.
“3학년 초반엔 기대했지만 후반기에는 좀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을 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후배 아버님이 ‘서울대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나.
“서울대를 목표로 잡았다. 공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수학 국어 등 성적들이 올라와 서울대 수시모집에 응시했다. 그런데 내신이 좋지 않다 보니 불합격됐다. 재수를 선택했다. 내신은 관리를 못했기 때문에 수능점수로 경쟁해서 들어갈 수 있는 정시모집을 목표로 잡게 됐다”
- 고등학교 때 야구하느라 공부를 놓았다가 다시 공부한다는 게 힘들지 않았나.
“일반 학생과는 시작점이 다르니까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만 했다. 그래서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4시간씩 공부를 했다. 다행히 야구를 했기 때문에 체력이 있어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성적은 공부한 만큼 나왔나.
“수학은 100점 만점을 받았다(웃음). 다른 과목도 대체적으로 1~2등급 정도로 잘 나온 것 같다.”

- 야구선수로는 1년 후배인 덕수고 이서준과 같은 학번이 됐다.
“지난 연말에 덕수고 이서준이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때 나도 합격해서 이서준과 동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대에도 야구선수 출신이 2명이 들어가게 됐으니까 전력이 더 좋아지지 않겠나. 우선 서울대 야구부가 1승을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이서준은 내야수 출신이고 나는 투수 출신이니까 더 잘 된 것 같다.”
- 이서준은 아직 프로야구 선수의 꿈도 간직하고 있다. 서울대 졸업반 때 KBO 신인드래프트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던데.
“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은 접었다. 학교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하고 있다. 로스쿨을 목표로 잡을 수도 있고, 체육교육과가 사범대학이니 체육선생님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야구는 하고 싶다.”
- 야구선수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 않나.
“아쉽기는 하지만 야구를 통해 정말 중요한 경험들을 했다. 단체생활을 통해 협동심과 희생정신을 배웠다. 친구를 배려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습관도 배웠다. 리더십 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체력도 좋아졌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야구는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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