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같은 심장 다른 맛, AMG GT 43 & CLS 53


메르세데스-AMG의 신차 두 대를 AMG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이름은 GT 43 4매틱+와 CLS 53 4매틱+. 두 차의 트림 내 위치는 극과 극이다. 전자는 AMG 고유 모델의 막내, 후자는 오리지널 4도어 쿠페의 꼭짓점이니까. 그러나 장르와 차체 크기, 파워트레인 등 공통점도 많다. 과연 둘 중 어떤 모델이 내 마음을 움직였을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서동현


행사 당일, 난생처음 AMG 스피드웨이에 들어섰다. 흔히 ‘용인 서킷’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지난 2018년 5월부터 새 이름표를 달았다. 이후 일반인 대상 드라이빙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점차 AMG만의 색깔을 입었다. 총 16개 코너를 갖춘 길이 4.3㎞ 트랙이며, 은근한 고저차와 ‘8자형’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이날의 주인공은 GT 43과 CLS 53 두 대였지만, 사실상 ‘AMG 축제’나 다름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국내에 출시한 모든 AMG를 불러들였다. 우렁찬 엔진음 내뿜는 2도어 쿠페와 로드스터, 세단, SUV들이 오프닝 세레머니를 장식했다. 제품·마케팅 총괄 요하네스 슌(Johannes Scheon) 부사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줄지어 선 AMG에 올라 피트로 이동했다.


①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서킷 주행 전, 행사장에 나란히 선 두 차를 살펴봤다. 사진 속 GT 43은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차분한 ‘루벨라이트 레드’ 외장 컬러와 V8 모델의 범퍼, 전용 21인치 5-트윈 스포크 휠,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로 차별화했다. 차체 및 인테리어 색상 조합은 고객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으며, 측면 AMG 스포츠 스트라이프도 더할 수 있다.



CLS 53의 외관은 기본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직으로 시원스레 뻗은 파나메리카 그릴과 전용 20인치 휠, 네 갈래로 나눈 머플러가 AMG만의 특징. 국내 판매 모델에는 사이드미러 커버와 리어 스포일러를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로 만든 ‘카본 패키지’를 넣었다.

GT 43


CLS 53

몸집은 비슷하다. GT 43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5,050×1,955×1,455㎜. CLS 53은 4,995×1,895×1,420㎜다. 휠베이스는 각각 2,950, 2,940㎜. 문득 2열 공간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뒷자리에 탈 가족의 편의성도 따져야 하니까. 둘 다 무릎 공간은 넉넉하고, 머리 공간은 살짝 아쉽다. 지붕 선을 가파르게 깎았으니 어쩔 수 없다. 차축이 지나가는 센터 터널도 상당히 높다.


1열 시트 아래 발 공간은 CLS 53이 더 여유롭다. GT 43은 얇은 신발을 신어도 발등이 쉽게 닿는다. 대신 GT 43은 약 2배 넓은 선루프를 챙겨, 뒷좌석 개방감이 상대적으로 좋다. 어느 한쪽이 훨씬 뛰어나다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트렁크 구조도 장단점이 분명하다. GT 43은 패스트백 스타일로, 뒷유리까지 큼직하게 열린다. 용량은 456L로 CLS 53보다 36L 작은데, 입구가 넓어 큰 물건도 쉽게 실을 수 있다. 단, 트렁크 입구가 높아 무거운 짐을 올리기 어렵다. CLS 53의 트렁크는 평범하다. 입구 면적은 좁아도 트렁크 시작점이 낮아 허리가 덜 아플 듯하다.


②파워트레인



내가 속한 E조의 오전 순서는 짐카나와 신차 소개. AMG C 63 S 쿠페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실내에서 GT 43과 CLS 53의 특징을 배웠다. 핵심은 파워트레인.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시스템을 엮었다. 전기 모터로 냉각수 펌프와 에어컨 컴프레서 등을 돌려 엔진의 역할을 분담하고, 가속할 땐 22마력을 보탠다. 변속기는 9단 AMG 스피드시프트 TCT.


GT 43 스페셜 에디션엔 ‘AMG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가 들어간다. 뒤 차축에 ‘AMG 전자식 LSD’를 심어, 뒷바퀴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접지력을 극대화한다. 주행 모드로는 스포츠+의 다음 단계인 ‘레이스(Race) 모드’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 모드까지 지원한다.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한 ‘AMG 라이드 컨트롤+’역시 기본.

최고출력은 급에 따라 나눴다. GT 43은 367마력, CLS 53은 435마력을 뿜는다. 최대토크는 각각 51.0㎏·m와 53.0㎏·m. 0→시속 100㎞ 가속 시간도 4.9초와 4.5초로 다르다. 최고속도는? 오히려 GT 43이 시속 270㎞로, 한계치가 20㎞/h 더 높다.


③주행성능



드디어 주인공들과 함께 서킷을 누빌 차례. 운 좋게도 한 대뿐인 GT 43 스페셜 에디션의 운전대를 잡았다. 새하얀 나파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서킷 주행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몸을 옥죄는 시트와 높게 솟은 센터콘솔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주행 모드 다이얼을 스포츠+에 맞추고 천천히 1번 코너로 진입했다.


솔직히 말하면, GT 43이 내뿜는 힘과 소리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다. 특히 639마력 GT 63 S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GT 63 S의 엔진은 가속 페달 다루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포악했다. 특히 91.7㎏·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끝으로 조절하는 건 일반인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요란하게 팝콘 튀기는 배기음도 하루 종일 듣다 보면 피곤하다.


박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하긴 이르다. 본 실력은 코너에서 드러난다. 공차중량 2,080㎏의 거구 치고는 뒤뚱거림이 적다. 앞 275/35, 뒤 315/30 사이즈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 타이어가 노면을 꽉 움켜쥔다(기본형은 앞 265/40, 뒤 295/35). 더불어 에어 서스펜션이 주행 모드에 따라 하체를 조여, 고속 코너에서 든든한 안정감을 만든다.


2.0회전에 불과한 스티어링 록-투-록도 인상적이다. 타이트한 2·13·14번 헤어핀 코너를 지날 때도, 양손을 운전대 3시와 9시 방향에서 뗄 필요 없다. 오히려 여유가 남는다.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출력과 민첩한 핸들링을 지닌 GT 43. AMG 패밀리 중 가장 순한 맛이지만, ‘데일리 스포츠카’라는 AMG GT 4-도어의 방향성과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어서 CLS 53으로 갈아탔다. 실내 분위기는 GT 43을 압도한다. 송풍구 주변 대시보드 패널과 센터콘솔, 도어트림에 CFRP 장식을 잔뜩 둘렀다. 운전대 손 닿는 부분은 마찰력 뛰어난 다이나미카 소재로 감쌌다. 림 굵기도 적당해 GT 43보다 그립감이 좋다. 새빨간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 주행 모드는 이번에도 스포츠+다.


같은 엔진을 쓰되 출력 높인 CLS 53. 그런데 체감 가속력은 GT 43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귓가를 울리는 배기음도 약간 클 뿐이다. 게다가 태생이 달라서인지, 코너링 감각은 GT 43이 조금 더 깔끔했다. 비교적 좁은 앞 245/35, 뒤 275/30 사이즈 타이어도 원인일 수 있다. 이는 CLS 300 d 및 CLS 450과도 같은 규격이다.


대신 시트에 재미있는 장치를 담았다. 코너 돌 때 몸이 기우는 방향 사이드 볼스터를 슬쩍 밀어내는 기능이다. 평소에는 허리를 바짝 조이지 않아 안락하고, 과격하게 달릴 땐 세미 버킷 시트처럼 몸을 지지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서도 두 모델의 성격 차이가 나타났다. GT 43은 실용성을 더한 4도어 ‘스포츠카’, CLS 53은 살짝 벌크업한 ‘럭셔리 쿠페형 세단’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④총평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내 마음은 GT 43쪽으로 약간 기울었다. ‘43 라인업도 충분히 재미있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힘에 대한 갈증은 정교한 핸들링이 주는 기쁨으로 충분히 해결했다. 물론 CLS 53도 매력적이다. 1,000만 원 이상 저렴한 데 에어 서스펜션과 가변 배기 시스템을 기본으로 챙겼으니 말이다. 만약 서킷이 아닌 공도에서, GT 43 일반 모델과 비교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