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비싸다는 중고차, 제대로 사는 3가지 팁
신차가 3500만원인데, 1만km 탄 중고차가 3800만원?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기간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1년 이상 길어지면서 신차 구매를 포기한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린 탓이다. 중고차 수요가 늘면서 중고 시세도 덩달아 뛰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서는 2021년 7월 출시된 2022년형 스포티지 가솔린 시그니처 모델이 3700만~3800만원대에 거래된다. 비슷한 옵션을 단 같은 트림의 신차는 3500만원 수준이다. 인기 차종에선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중고차 수요는 늘었지만, 많은 소비자가 중고차 매매단지 안으로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부정적인 업계 이미지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싼 값에 존재하지 않는 차를 홈페이지에 올린 뒤 고객이 찾아오면 바가지를 씌워 팔리지도 않는 차를 비싸게 파는 허위매물 피해 사례는 괴담처럼 떠돈다. 2021년 2월에는 인천 자동차 매매단지에서 250만원짜리 1톤 중고 화물차를 700만원에 강매당한 6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허위매물이 아니라도 차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중고차 딜러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중고차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전문가가 소비자 대신 딜러를 상대하고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는 구매동행 서비스가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이 사고 싶은 매물을 고르면 전문가가 함께 매매단지를 방문해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매물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는 서비스다.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중고차 구매동행 서비스 업체 마이마부 양인수(51) 대표에게 중고차를 제대로 사는 법에 관해 물었다.
중고차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차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많이 올랐다. 신차가 꾸준히 나와줘야 중고차 매물도 늘어나는데, 신차 공급이 부족한 탓에 중고차도 안 나오고 있다. 가격 인상폭은 차종마다 다르지만, 카니발은 2년 탄 중고차가 신차 가격과 200만~30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또 포르쉐처럼 차량 구매 후 고객 인도까지 오래 걸리는 차는 중고차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만 보지 마라”…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싸고 좋은 차는 거의 못봤다. 싼 차는 대부분 결점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매물을 보고 딜러에게 전화를 하면 전손(보험 목적물의 전체가 멸실되어 발생한 손해) 이력이 있는 경우다. 일반 소비자가 혼자 중고차를 구매한다면 중고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매물을 확인하러 가기를 권한다. 정말 무사고 차가 맞는지, 성능기록부는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숨은 수수료가 있을 수도 있다.
차량 사진과 가격만 보고 매장으로 달려가면 좋은 차를 구하기 쉽지 않다. 막상 현장에 갔더니 차가 마음에 안들어 딜러에게 다른 차를 소개받으면, 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액을 치르는 셈이다. 그것보다 마음에 드는 차를 여러대 골라두고, 딜러와 통화하면서 직접 매장에 찾아가 볼 만한 차인지 판단하는 게 좋다. 현장에 가면 딜러가 갑자기 수수료 10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수수료를 받는 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수료를 받는 걸 미리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갔다가 통보받는 건 다르지 않나. 매물을 보러 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필요하면 구매동행을”
“사고 유무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중고차의 가격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매물 가격이 적절한지 평가한다. 예를 들어 6만km를 탄 3년 된 중고차가 3000만원에 올라왔다면, 차를 보고 이 가격이 적당한지 본다. 무사고 차라 홍보한다면 정말 사고가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차를 리프트에 띄우고 하체검수를 통해 기름이 새는지 확인한다. 주요 검수가 끝나면 작동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등 디테일한 부분을 본다.”
“‘무늬만’ 무사고를 골라내야”
“중고차 판매 플랫폼에는 무사고 차량이 유독 많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물의 결점이 최대한 적어 보이게 하고 싶을 거다. 사고가 난 적이 있어도 무사고 차라 홍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자동차의 뼈대를 건드리지 않은 사고는 사고로 기록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펜더(바퀴 덮개), 범퍼나 문짝은 여러번 교환해도 무사고로 본다. 소비자는 차의 문짝을 갈았다고 하면 사고라 생각할 수 있지만, 무사고라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교환한 부분이 어딘지에 따라 더 차를 싸게 살 수도 있다. 펜더나 문짝 교환은 분명 감가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다.
소비자도 엔카 같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보험사고이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사고일자와 수리비로 얼마가 들었는지, 부품 교체와 공임 도장으로 얼마를 썼는지 정도만 알 수 있다. 이것만 봐선 펜더가 찌그러져서 편 것인지, 범퍼를 교환한 건지 가늠할 수 없다. 단순히 ‘무사고’란 말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안되는 이유다.”
딜러사에서 구매동행 서비스를 거절하기도 하나.
“물론이다. 물건을 보여준다고 했다가 검수 전문가가 같이 간다고 하면 안 판다고 한다. 이미 팔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본인이 내놓은 차에 자신이 없거나 고객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다. 그래서 우리 쪽 직원이 동행한다는 걸 미리 알리면 이런 업체를 거를 수 있다. 헛걸음 할 확률이 줄어드는 셈이다. 검수 전문가가 간다고 말하면 본인을 의심하는 거냐고 딜러들이 오해하기도 한다.
허위매물도 마찬가지다. 업체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딜러에 연락해 차가 확실히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판매자들도 전화한 사람이 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인지 전문가인지 안다. 우리가 전화하면 매장에 못 오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고차 딜러와 상담을 맡기는 고객 분들도 있다.”
혼자 중고차를 사려는 이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차를 볼 줄 알아야 탈이 안 난다. 자동차 전문가는 차량 외장 색상이 조금만 달라도 바로 알아보고 사고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은 휠에 난 흠집을 알아보는 등 단순 외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보닛을 열어볼 때 볼트가 풀린 흔적을 보고 부품을 교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이격을 조정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일반인이 이런 부분까지 확인하고 차를 구매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허위매물에 속지 않는 법도 궁금하다.
“일단 시세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 싶으면 의심해야 한다. 싼 가격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천이나 경기도 부천에서 허위매물 신고 사례가 많이 나왔다. 그러다 매매단지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허위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업체들이 경기도 수원 같은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격만 보고 매물을 고르는 것만 걸러도 허위매물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