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쓴 줄만 알았던 에스프레소… 벨벳처럼 농밀하게 혀를 감싸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 5. 21. 03:05 수정 2023. 11. 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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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칼럼니스트의 단골
에스프레소 바
서울 ‘세컨드커피’의 대표 메뉴인 콘파나./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베이루트’라는 필명으로 이름난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33)씨가 커피를 처음 맛본 건 중학교 3학년 때. “음악 동호회 형·누나들을 따라가 지금은 문 닫은 이대 앞 커피전문점 ‘비미남경’에서 마셨어요. 커피가 썼지만, 설탕을 넣으려 할 때마다 형과 누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요(웃음).”

그는 차츰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 대학 시절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에게 커피를 팔았고, 날이 좋을 땐 캠퍼스에서 노천 카페를 열었다. 그의 솜씨를 인정한 지도 교수가 “1000만원 줄 테니 카페나 열라”고 권했을 정도. “둔한 미각과 몸, 센스로 바리스타가 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어요(웃음). 하지만 커피라는 아름다운 세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고 싶어서 여기저기 커피 관련 글을 쓰고 있죠.”

조 작가는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따비)를 또 다른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씨와 함께 지난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도 다뤘다. 그는 “맛있는 에스프레소에 입맛을 길들이면 그 달콤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잊지 못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며 “유행 전부터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카페들로, 저에겐 참새 방앗간이나 다름없는 곳들”이라며 단골 에스프레소 바 4곳을 소개했다.

세컨드커피: 콘파나는 바로 ‘원샷’하세요

“3가지 블렌드 중 선택 가능한데요, ‘강배전 블렌드’가 가장 맛있다고 소문 났어요. 인도 아티칸 농장의 워시드(수세식)와 내추럴(자연건조식) 커피 2종, 인도 아자드 힌드 농장의 고품질 로부스타 원두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들었어요. 벨벳 같은 질감과 농밀한 초콜릿의 단맛이 매력적입니다.”

업계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로스터 겸 바리스타 김정회씨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바다. 에스프레소에 휘핑 크림을 얹은 ‘콘파나(con panna)’가 대표 메뉴다. 이탈리아 남부식으로 강하게 볶은 커피 원두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녹이고 휘핑 크림을 얹고 초콜릿 가루를 뿌려 낸다. 진득하면서 산뜻한 크림이 설탕과 섞여 달콤쌉쌀하면서 고소한 에스프레소와 절묘하게 조화롭다. 김 바리스타는 “내드렸을 때 바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어서 테이크아웃 없이 매장에서만 파는데, 사진 찍느라 늦게 드시는 손님들을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며 웃었다.

에스프레소 3000원, 콘파나 4500원, 캐러멜 라테 6000원.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16, (070)8226-0012

프릳츠: 빵과 커피의 탁월한 조화

“프릳츠를 대표하는 블렌드는 여럿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단연 ‘서울 시네마’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 특유의 향기로움과 코스타리카 커피 고유의 맑고 깨끗한 산미가 조화롭습니다. 깔끔한 단맛도 매력적입니다.”

빵집과 커피점을 합친 ‘베이커리 카페’의 원조로 꼽힌다. 빵과 커피가 각각 먹어도 맛있으면서 서로 어울렸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궁합을 고민한 결과물을 입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롱블랙·아메리카노 각 4600원. 서울 마포구 새창로2길 17, (02)3275-2045

커피몽타주: 두 잔이라 든든하죠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이름 때문에 더 매력을 느끼는 블렌드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장면이 떠오른다면 낯간지러울까요(웃음). 2014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꾸준히 찾아 마시는 커피입니다. 온두라스와 에티오피아의 원두를 섞은 커피로, 꽃향기와 함께 과일의 달콤새콤함이 잘 느껴집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과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얹은 ‘마키아토’로 구성된 ‘플래터 메뉴’도 제공한다. 조 작가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끝내기 아쉬운 순간 이만큼 든든한 메뉴도 없다”고 했다.

에스프레소 4000원, 에스프레소 플래터 5000원, 진저라테 4500원.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48길 23-12 1층, (0507)1418-1303

파스쿠찌 에스프레소바: 세트로 즐겨보세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스쿠찌가 지난해 9월 오픈한 에스프레소 전문 매장입니다. 사실 파스쿠찌는 1883년 이탈리아에서 문 연 진짜배기 이탈리아 커피 전문점인데요. ‘에스프레소바’는 이탈리아 남부에 비해 우아하고 산뜻한 산미가 특징인 북부식 에스프레소를 선보이기 위해 각 잡고 만든 매장입니다. 시그니처 블랜드 ‘골든색(Golden Sack)’으로 만든 에스프레소는 한 모금 마시며 향미를 즐기다가 설탕까지 잘 녹여 꿀떡 넘기면 깊은 향과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에스프레소와 마키아토·콘파나 등 에스프레소 응용 커피로 구성된 세트로만 판매한다. 에스프레소 한 잔만 따로 마실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아페리티보(식전주)로 가장 흔하게 마시는 아페롤 스프리츠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에스프레소 세트 4500원, 아페롤 스프리츠 8500원.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620 1층, (02)3462-8497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오른쪽)씨와 그의 공저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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