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도 못하고 헛걸음".. 청년희망적금 첫날, 앱도 창구도 마비

박소정 기자 2022. 2. 21. 1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4개월 50만원씩 부으면 이자 100만원"
'청년희망적금' 출시 첫날, 전산 장애로 창구 혼선
우대금리 많은 은행 3곳서는 앱 지연 현상 발생
"수요 예상보다 많아" 금융위, 예산 증액 논의할 듯
“청년희망적금 가입하려 일찍이 은행 방문했는데, 전산 장애 때문에 가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기다리다가 복구되면 꼭 연락 달라고 이야기하고 나왔습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마자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는데, 오류가 나서 거의 2시간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높은 우대금리 조건은 포기하고, 다른 은행 앱을 깔아보다가 빨리 접속이 되는 곳에서 가입했어요.”

청년희망적금 첫날 가입을 시도했던 고객들의 말

출시 전부터 흥행 조짐을 보인 ‘청년희망적금’이 오픈 첫날부터 잡음을 냈다. 신청자 폭증뿐만 아니라 ‘자격 조회’를 위한 전산 오류까지 겹쳐지면서 애플리케이션(앱)과 은행 창구 등 두 통로의 가입이 모두 차질을 빚었다. 일부 고객은 아침 일찍부터 은행을 방문했다가 가입도 못 한 채 그대로 집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11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 21일 1991·1996·2001년생을 대상으로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개시했다. 상품 출시 첫 주인 이번 주는 가입 대상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요일별로 생년 끝자리 5부제가 실시된다.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은 물론, 각 은행 창구를 통해 직접 가입도 가능하다.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지점에 비치된 '청년희망적금' 안내문. /뉴스1

그런데 첫날 오전부터 오류가 빚어졌다. 우선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3곳의 앱에선 오전 9시 30분 신청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이들 은행은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 최대 1%포인트(p)를 제공해, 출시 은행들 중 가장 높은 금리를 내건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행 앱은 “거래량 폭증으로 인해 업무 시스템에서 거래 유입량을 제어 중”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대학생 박모(21)씨는 “오픈하자마자 은행 앱에 접속했는데 1시간 넘게 대기했던 것 같다”며 “결국 원래 가입하기로 했던 우대금리가 가장 좋았던 은행을 포기하고, 다른 은행 앱을 깔아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곳에서 상품 가입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 은행의 앱은 거의 점심때가 돼서야 정상화됐다.

비슷한 현상은 은행 창구에서도 나타났다. 상품 가입을 위해선 2020년 기준 총급여 3600만원 이하, 1은행 1계좌 개설 등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전산을 통해 일정 자격을 조회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국 각 지점에서 조회 시도가 일시에 몰리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한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가입 자격에 해당하는지 조회부터 되지 않아, 일부 고객에겐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며 “전산 장애 문제 때문에 오전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고 전했다.

21일 서울의 한 은행과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연합뉴스

다만 만 19세 이상~34세 이하(1987년 2월 21일까지 출생자) 청년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역별로 은행 창구 분위기는 온도 차가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대학가가 몰려 있는 곳의 지점은 오전 내내 창구가 붐볐다”며 “다만 주거 단지나 주로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점은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이른바 ‘선착순 게임’이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5부제를 운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앞서 상품 출시를 앞두고 가입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시행한 ‘미리보기’ 서비스 조회수는 200만건에 달했다. 물론 중복 조회나 가입 불가 대상자 조회분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가입 가능 규모가 38만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희망적금은 ‘최고 연 10% 금리 효과’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 중 2~4%를 차지하는 ‘저축 장려금’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된다. 해당 사업에 저축 장려금 몫으로 배정된 예산은 456억원으로, 총 38만명분에 해당한다. 이번 주 중 일찍이 한도가 동난다고 해도, 앞선 요일에 배치된 특정 출생연도에 유리하다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입을 조기 마감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청년희망적금 출시 첫날 KB국민·신한·NH농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지연 안내문.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미리보기 운영 결과 당초보다 가입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획재정부와 운영 방향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관련 예산을 증액해 가입 신청을 계속 받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매달 50만원 내로 2년간 저축하면 연 9% 이상의 금리 효과를 보는 적금 상품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연 5% 금리를 주고, 만기를 채우면 정부 예산으로 1년 차 2%, 2년 차 4% 등 저축장려금을 추가 지급하는 식이다. 은행에 따라 우대금리 최대 1%p가 추가로 주어지며, 비과세 혜택도 있다. 매월 50만원을 2년간 적금(총 1200만원)으로 부으면, 총 98만5000원이 이자로 붙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5부제 시행에 따라 이번 주 화요일엔 1987·1992·1997·2002년생, 수요일엔 1988·1993·1998·2003년생, 목요일엔 1989·1994·1999년생, 금요일에는 1990·1995·2000년생이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할 수 있다. 창구를 통한 가입은 오후 3시 30분까지, 앱을 통한 가입은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