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kg 홍어 삭혀 횟감 1kg..톡 쏘는 건 독성, 많이 먹지 말아야
[이택희의 맛따라기] 4대째 가업 양재동 ‘영산포홍어’

서울 양재동 ‘영산포홍어’ 여주인 정민정(66)씨는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세 차려 건강 고비를 홍어 덕분에 넘겼다는 그는 홍어 삭히는 기술을 4대째 이어가고 있다. 대대로 생선가게를 하면서 증조모에게 배운 할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가르쳐줬고, 그걸 딸이 물려받은 것이다. 다른 집과는 삭히는 과정과 원리, 먹는 부위가 다르다. 그래서 맛도 다르다.
톡 쏘는 맛에 관한 의견이 가장 다르다. “사람들이 입천장이 훌렁 벗겨지고, 코가 뻥 뚫리더라면서 홍어 제대로 먹었다고 말들 하는데, 그건 아니다. 쏘는 건 홍어 몸 안의 요소 성분이 발효하면서 생긴 암모니아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다. 많이 먹어 좋을 게 없다. 삭힌 뒤 오줌물(홍어의 수분을 꼭 이렇게 말했다)을 한 달 이상 빼야 암모니아가 적당하니 줄어든다. 고놈을 먹어야 홍어가 몸 안을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여주인 “건강 고비 세 차례 홍어로 넘겨”

지난 15일 찾아가니 저온창고에 뒀던 흑산도 홍어 12마리가 올라와 있었다. 2월 21일 바다에서 잡아 27일 경매한 7.9㎏ 한 마리를 해체했다. 배를 열어 애·알집·내장 꺼내고, 양 날개 떼어내고, 나머지는 머리·몸통·꼬리로 잘라 세 무더기로 나눴다. 날개는 40일 이상 삭혀서 회로 쓴다. 남은 살과 뼈는 1년 이상 삭혀서 전으로 부친다. 뱃속에서 나온 건 3년 이상 삭혀서 홍어보리애탕을 끓인다. 9년 넘게 삭힌 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해체한 홍어를 삭히려고 안치는 과정을 살펴봤다.

step2 항아리를 열고 짚을 다시 깐 다음 다섯 토막으로 자른 홍어와 짚을 번갈아 올리며 켜켜이 담는다. 한 항아리에 5마리 분량이 들어간다.
step3 맨 위에는 짚을 더 많이 덮는다. 미생물 활동에 적합한 온도(20~25도)를 맞추는 보온재 역할을 한다. 겨울에는 두껍게, 여름에는 얇게 덮는다.
step4 봄 날씨에는 10일쯤 두면 오줌물이 항아리 3분의 1쯤 고인다. 갑자기 날이 더워지면 7~8일쯤 열어서 냄새 맡아보고 너무 삭지 않게 꺼내야 한다. 한여름에는 삭히는 작업을 중단한다.
step5 삭은 홍어를 꺼내 표면의 물기를 잘 닦아내고 날개는 네 토막으로 다시 잘라 면이나 모시·삼베 수건으로 양쪽을 두 겹씩 감싸서 영상 5~10도에 저장하고 매일 수건을 갈아준다. 한 달 이상 계속한다. 기본 40일이 걸리는 것이다. 나머지 살과 뼈는 다른 그릇으로 옮겨 저온에서 1년 이상 삭힌다. 애·알집·내장은 항아리가 아닌 다른 그릇에서 3년 이상 삭히는데 70~80%가 물로 빠진다고 한다.
삭힌 홍어 날개는 사방을 도려낸 뒤 두툼한 부분만 껍질을 벗겨 회로 썰어 낸다. 지난 연말에 잡은 7.9㎏ 홍어를 삭혀 작업을 마치니 회로 낼 수 있는 살은 딱 1㎏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주인은 “홍어를 이런 식으로 하는 집은 우리뿐이다. 전 세계에서도 여기뿐일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값은 비쌀 수밖에 없다. 홍어전, 삼합(홍어 1인 110g), 애탕, 보리굴비에 녹차와 밥이 나오는 홍어삼합 코스요리는 2인 기준 24만원이다. 서해산은 18만원, 칠레산은 12만원. 홍어는 달라면 더 준다. 한번 먹을 때 배부르게 먹어야 몸을 청소하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 한다.
입춘 전후에 잡힌 홍어가 제일 맛있어


이참에 홍어 이름의 복잡한 사연도 좀 알고 가자. 우리가 앞에서 써온 홍어(흑산도 홍어)의 진짜 이름은 참홍어다. 홍어·상어가오리·간재미·갱게미라고 부르는 것은 표준명이 홍어(학명 Okamejei kenojei)다. 홍어·살홍어·눈가오리·묵가오리라고 부르던 흑산도 홍어는 유전자가 달라 참홍어(Raja pulchra)로 독립했다. 흑산도 홍어가 흑산도에서만 사는 건 아니다. 대청도를 비롯한 서해5도부터 흑산 해역까지 서해 전역을 오르내리며 산다. 2012년 8월에는 울릉도·독도 해역의 참가오리 유전자가 서해 참홍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서 확인했다. 외국산 홍어 맛이 다른 건 저장 기간과 조건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택희 전 중앙일보 기자. 늘 열심히 먹고 마시고 여행한다. 한국 음식문화 동향 관찰이 관심사다. 2018년 신문사 퇴직 후 한동안 자유인으로 지내다가 현재는 경희대 특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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