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러버' 히딩크, 조용한 막내 박지성..신현경 영양사가 추억하는 그시절 [2002 숨은영웅②]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세계열강 틈바구니에 갇혀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 축구에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었다. 또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 인프라 확보와 재능 있는 ‘2002 키즈’ 발굴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축구 발전의 근간이 된 4강 신화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23명 태극전사의 땀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이들의 빛나는 영광 뒤엔 숨은 조력자가 있다. 스포츠서울은 한일월드컵 20주년을 맞아 숨은 영웅을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파주=강예진기자] 파주NFC에 21년째 몸담은 신현경(49) 영양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의 ‘식(食)’을 책임졌다. 때론 엄마처럼, 때론 옆집 누나처럼 선수와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2002 숨은 영웅’ 인터뷰로 파주NFC에서 만난 그는 “감회가 새롭고 감개무량하다. 2002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내겐 정말 영광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1년째 대표팀 식단을 책임지는 베테랑이나, 20년 전만 하더라도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파주NFC 최초 영양사로 들어온 그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TV에서 보던 대표 선수의 본식부터 후식, 디저트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 당시엔 양식 전문 조리사도 없어서 거스 히딩크 감독 입맛에 맞는 치즈를 직접 공수해 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 ‘카푸치노 없인 못 살아’ 히딩크와 한식 러버 태극전사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밥과 반찬은 물론 디저트, 음료까지 만들어 제공했다. 신 영양사는 “가끔 외식 분위기를 내려고 통오리 구이 등을 준비한 적이 있다. 수정과, 매실 등도 직접 담갔다. 사과즙, 당근즙도 100%였다”고 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 했던가. 선수가 가장 좋아한 음식은 단연 한식이다. 신 영양사는 “특히 해외파 선수는 한국 음식이 그리웠는지 정말 좋아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비롯해 전골, 소갈비구이, 장어구이, 토종닭백숙 등이 있었다. 흑염소 전골도 준비한 적이 있는데 선수들이 처음엔 ‘개고기 아니냐’며 장난스레 묻기도 했다. 어떤 선수는 겉절이를 먹더니 해외 갈 때 싸가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 웃었다.

유독 히딩크 감독이 좋아했던 메뉴가 있었는데 ‘카푸치노’였다. 신 영양사는 “히딩크 감독은 식사 후 항상 카푸치노를 찾았다. 한국말로 ‘(카푸치노) 빨리빨리’라고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카푸치노 감독’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위계질서 문화를 희석하고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식사 때 어린 선수와 베테랑 선수를 한자리에 앉게 하도록 했다. 또 ‘운동장에서 존댓말 금지’ 등도 내세웠는데, 대표팀 막내급 이천수가 최선참이자 ‘주장’ 홍명보에게 식당에서 “명보야 밥 먹자”라고 당차게 말한 건 유명한 일화. 신 영양사는 당시 직접 귀로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그래도 선수 간의 딱딱했던 분위기가 차츰 좋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 기억했다.


◇ ‘장난기 가득’ 천수와 조용했던 지성이
2002년 6월 붉은 함성과 함께 새 역사를 써 내려간 태극전사. 하루하루 달라지는 대표팀 위상이 피부에 와닿았다. 신 영양사는 “하룻밤이 지나면 유명세가 올라간 선수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 신기하더라”고 말했다. 태극전사는 그를 ‘누나’라고 불렀다. 나이 차이도 크지 않았기에 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신 영양사는 “이영표는 가장 친근했던 선수, 김남일은 카리스마가 있지만 츤데레였다. 이민성은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떠올렸다. 또 “골키퍼 이운재는 나보다 어리지만 살가운 친구 같았다. 때론 시골스러운 옆집 오빠처럼 따뜻했다. 이천수는 예쁜 동생이었다. 한 번은 내게 아줌마 같다고 장난했는데, 김남일이 혼낸 기억이 있다.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할까”라고 웃었다.

끝으로 신 영양사는 “2002 당시 가족 같은 분위기였기에 요즘 예능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선수를 보면 ‘내가 저 사람과 함께 했었지…’라며 눈물 나게 반갑다. 가끔 파주에 오면 식당 생각이 많이 난다는데 그럴 때마다 고맙다.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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