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초코맛 단지우유는 없을까?
그러게..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지?
빙그레가 초코맛 단지우유 출시 안하는 이유
단지우유는 빙그레에서 생산하는 시그니처 가공우유. 1974년부터 생산된 바나나맛 우유는 이미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먼저 빙그레에 전화해 많고 많은 단지우유 중에 왜 초코맛은 없는지 물어봤다.
빙그레 홍보팀 강승수 차장
어려운 질문ㅎㅎ 저희가 여러 맛들을 출시했었어요. 초코도 사내 테스트는 했었는데 바나나맛 우유는 워낙 강하지 않습니까. (단지우유가) 바나나맛 우유라는 인지도가 너무 강해가지고...(초코맛도) 사내테스트는 해봤는데 생각보다 반응들이 좀 안 좋았어요. 출시된 적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내부 검토는 있었지만 가공우유계의 최강자 바나나맛 우유의 아성을 넘기 어려웠다는 얘기. 식품산업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하루에만 80만개가 팔리고, 한해 매출 2000억원으로 전체 바나나 우유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결국 초코맛 단지우유의 시장성을 확신하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이미 ‘우유얌 초코’ ‘초코타임’ ‘초코레떼’ ‘빙그레 초코우유’ 등 초코맛 우유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어서 별도의 초코맛 단지우유를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게 빙그레의 설명이다.
빙그레 홍보팀 강승수 차장
지금 현재도 나오는 초코맛 우유들이 많아서 (초코맛 단지우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
그래도 아쉬움을 떨치긴 어렵다. 초코가 누군가. 흰 우유를 제외한 가공우유 바닥에서 바나나, 딸기와 함께 전통의 강호로 분류되는 맛인데 단지우유 라인업에 추가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이미 커피맛에 바닐라맛 우유가 출시됐고, 최근 ‘세상에 없는 맛-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를 하면서 오디맛, 귤맛, 리치피치맛, 호박고구마맛, 캔디바맛, 꿀맛 우유도 시그니처 용기에 담아 소개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초코맛이 출시되지 않는 힌트가 있다. 바로 바나나맛 우유 마케팅 전략과 연관이 있다.
빙그레가 빙그레우스 등 캐릭터를 내세우며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젊은 세대가 바나나맛 우유를 직접 사서 먹지 않는다는 걸 대략 2010년대 중반부터 깨달으면서부터였다.
‘어릴적 목욕탕에서 먹었던 익숙한 우유’라는 건 알지만 굳이 찾아 먹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단지가 궁금해’ 시리즈를 통해 여러 맛을 느끼게 함으로써 추억의 맛으로 각인된 바나나맛 우유에 새로움을 주고, 젊은 세대가 바나나맛 우유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체험을 유도하는 게 목표가 됐다.
이른바 ‘펀슈머(fun-sumer·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소비자)’ ‘모디슈머(modi-sumer·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한 마케팅이다. ‘뚱바’ 시그니처 용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우유의 맛을 다양하게 출시하는 이런 전략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바나나맛 우유의 새로움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바나나맛 우유 자체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꿀맛 우유 등은 맛 자체의 호불호가 있는 편인데 이와 관계없이 꾸준히 새 단지우유 제품 출시로 바나나맛 우유의 상품성과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단지우유 세계관에서 1970년대 가공우유의 출발과 함께해온 초코맛의 포지션은 다소 애매할 수 있다.
빙그레 측에 물어봐도 오래전 일이라 초코맛 단지우유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 어려웠는데, 취재 과정에서 초코맛 단지우유가 1970년대 바나나맛 우유의 탄생 시절부터 함께 있었다는 자료를 찾았다.
1975년 1월 12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대일유업의 ‘퍼모스트 우유’ 광고에는 바나나맛 단지우유와 함께 딸기우유, 흰 우유, 초코우유가 나란히 놓여있다.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유업은 1972년부터 미국 퍼모스트 맥킨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아이스크림과 우유 생산에 나섰고, 1974년 마침내 우리가 잘아는 바나나맛 우유를 출시한다. 광고 사진을 보면 이 당시에는 ‘퍼모스트 우유’로 소개됐고 상표 로고도 지금과는 다르다.
1975년 2월 26일 신문 광고에도 ‘퍼모스트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함께 소개하면서 주제품으로 초코, 딸기, 바나나, 일반우유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제휴기간이 끝나면서, 단지우유도 빙그레 상표로 바뀌었고, 대일유업은 1980년대초 빙그레로 회사명을 바꾸게 된다. 빙그레는 현재 우리가 먹고있는 딸기맛 단지우유를 2003년 1월에 출시했는데, 이때에도 초코맛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우유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초코맛의 출시는 오랜 숙제가 풀리는 것같은 기분을 들게 할지도 모른다. 아직 실망하기엔 이른 게 2년 후인 2024년은 바나나맛 단지우유가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뭔가 큼지막한 이벤트가 있어도 좋을것 같다. 팬들이 원한다면 빙그레에서도 초코맛 출시를 한번 더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