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반페미니즘' 여론에 고개 숙인 '정면 돌파'

김영화 기자 2022. 1. 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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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략보고서에 2030 여성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라는 사실이 거론되었으나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혼선이 생긴다." 혼란을 겪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9일 이재명 후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글을 올리고 이를 ‘인증’했다(사진). ⓒ에펨코리아 갈무리

2030 청년을 향한 유력 대선주자들의 구애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성 표심 전략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페미니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 ‘씨리얼’ 출연을 2021년 12월28일 돌연 번복하면서다. 씨리얼은 여성, 청소년, 노동, 기후위기 등을 다뤄온 채널이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 편향 방송”이라며 이 후보의 출연을 극구 반대하자 민주당 선대위 지도부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다. 비슷한 결정이 또 있었다. 지난 12월15일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한 이재명 후보는 한 지지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지금 2030 흐름 너무 좋은데, 왜 닷페이스에 나가는 멍청한 짓을 하느냐?” 현장에 있던 김남국 의원은 ‘닷페이스’를 “24만명 정도 구독자를 보유한 여성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도 잠정 연기된 상태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SNS 행보는 꽤 적극적인 편이었다. 2021년 11월20일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해 딴지일보, 보배드림, 에펨코리아, 클리앙 등에 글을 게시했다. 대부분 친여권 성향의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앞서 11월10일에는 ‘홍카단(홍준표 의원 지지자)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디시인사이드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민주당이 2030 표를 잃은 원인으로 페미니즘과 부동산을 지적한다. 선대위 안팎으로는 이 글에 대해 ‘여성의 목소리를 배격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당내 2030 여성 목소리가 삭제되고 있다”라며 분노했다. “이미 (민주당 내부) 전략보고서에 2030 여성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터라는 사실이 거론될 정도로 (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어 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나타나서 (일정과 메시지에) 혼선이 생긴다.” 민주당 선대위가 온라인상의 ‘이대남’ 표심을 과잉 의식한 탓에 성평등 관련 행보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선 승리 이후부터 이재명 후보 일정 가운데, 성평등 혹은 젠더 폭력을 주제로 한 일정은 여성 생활체육인들과 ‘넷볼’ 경기(2021년 10월31일), 서울 마포구 교제살해 피해자 유족 비공개 면담(11월23일), ‘군대 내 성폭력 아웃’ 간담회(11월25일) 정도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2021년 11월12일 “남녀의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피해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임금도 (남성의) 60%이지, 승진도 잘 안 되지, 아이들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되면 복귀도 안 된다. 그걸 보전해서 평등하게 균형 맞추는 역할을 하는 게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했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서 “남성이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11월13일)”라거나 저출생 해법으로 “남성을 집으로 보낼까 고민해야 한다(12월20일)”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난 12월27일에는 피임시술 및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유독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페미니즘’ 여론 앞에서는 이 후보의 필살기인 ‘정면 돌파’가 보이지 않는다. 12월15일 유튜브 라이브에서 “제발 페미만 조심해달라”는 지지자의 목소리에 “정치에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균형감각이다”라고 에둘러 대답했다.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4·7 재보궐 선거 이후 남성 표심이 캐스팅보트로 움직인다고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여성보다) 남성 표심을 더 신경 쓰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양당의 성평등 전략은 ‘모호하다’

한국갤럽이 2021년 12월 내놓은 ‘20대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23%로 동일하다. 다만 성별 간에 차이가 있다. 20대 남성 37%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반면(민주당 16%, 정의당 1%), 20대 여성은 31%가 민주당을 지지한다(정의당 11%, 국민의힘 8%). ‘무당층’이라 응답한 20대 여성은 50%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12월20일 윤석열 후보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운데)를 영입했다. ⓒ국회사진취재단

2030 여성 유권자 전략을 두고 혼란을 겪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경선 당시 “페미니즘이 남녀 교제를 막는다” “건강한 페미니즘” 등과 같은 발언으로 비판을 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선대위가 구성되자 여성 전문가와 여성 정치인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2021년 11월29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에 이어, 12월20일엔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했다. 예상치 못한 인선에 정치권이 술렁였다. 신 전 대표는 2030 남성의 지지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온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를 공개 비판해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당원들은 ‘탈당 인증’을 올리며 항의했다.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1월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신들의 의견과 이익에 반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다는 폐쇄적인 생각으로 저를 몰아붙였다"라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후폭풍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선대위 속내는 복잡했다. 지난 12월25일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사퇴한 여명 전 공동청년본부장은 “2030과 중도층의 (페미니즘에 대한) 분노 심리를 잘못 이해하고 인사 참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저 역시 그런 충정에서 발언을 이어갔다가, 더 이상 제 목소리가 닿지 않는 것 같아서 (사퇴라는) 강수를 두었다”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20대 여성과 남성 양쪽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실패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2030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신지예 전 대표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물었어야 한다. 신씨 입당으로 2030 여성을 끌어들인 게 아니라, 2030 남성들이 이탈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내건 성평등 의제는 여성 안전이다. 젊은 여성들을 지지 세력으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강력범 음주감형 배제 등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위 소속 한 의원은 “이대남들(20대 남성) 중에서 여성정책에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안다”라면서도 “2030 남성 대부분이 여성 안전 문제에 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측 역시 여전히 ‘이대남’ 표심을 크게 의식하는 탓에, ‘청년 공약’ 이름으로 무고죄 조항을 별도로 신설하겠다거나, ‘N번방 방지법’을 두고 검열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향한 태도가 청년세대를 가르는 새롭고 뜨거운 전선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확인된 가운데 앞으로 유력 대선주자들은 어떤 성평등 전략을 추진할까? 해가 바뀌는 연말 연초의 시점에 등장한 양측의 대응을 보면 ‘모호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29일 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나를 위해, 이재명’으로 슬로건을 바꿨다. 2030 청년과 여성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성을 강조한다는 취지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12월28일 ‘신지예 영입 반대’ 시위를 벌인 청년들을 만나 “진정한 양성평등은 바로 공정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1월3일 신지예 부위원장이 사퇴하자 윤 후보는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라며 사과했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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