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SSG 랜더스 김주윤 멘탈 코치

네 안의 빛나는 파랑새를 찾아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첫 구절이다. 새해가 밝고 어느덧 한 달가량이 흐른 지금, 지난해의 아쉬움을 덜어내고자 무언가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는 이가 많을 거다. SSG 랜더스의 김주윤 멘탈 코치는 성장을 갈망하는 그들을 향해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말을 전했다. 바로 소설 데미안의 구절처럼 ‘나다운 것을 찾는 것’이다. 성실과 집중을 강요하고, 정해진 성공의 비법을 주입하는 말이 나를 진정한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받아들인다면 자연스럽게 빛나는 파랑새가 날아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Na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멘탈 코치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흔히 일상에서 멘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저는 선수들이 심리와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심리 치료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치료라는 건 말 그대로 정신 의학적인 분야예요. 불안정한 마음의 작용과 의식 상태를 정상 범위 내로 회복시키는 걸 중점으로 하고 있죠. 반면 멘탈 코칭은 이미 정상 범위에 있는 심리 상태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두 가지를 함께 다루는 추세기도 하고, 양쪽을 동시에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분들도 많아서 통합돼가는 과정에 있어요.

SSG의 멘탈 코칭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고정된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에요. 현재 전문적인 멘탈 코치가 있는 구단이 거의 없어서 저 역시 매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어요. 첫 번째는 1대1 세션으로 약속된 상황에서 만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훈련이나 경기 중 즉석에서 행해지는 방식입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짧게 대화를 나누는 거죠. 세 번째는 그 외에 제게 개인적으로 요청해오는 경우인데, 저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코치진이나 프런트와의 소통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최대한 선수가 원하는 방향과 방법으로 맞춰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최종적인 목표는 결국 야구를 더 잘하게 만드는 거겠죠?

그게 구단에서 저를 고용한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목적이죠. 모든 코치는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게끔 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자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외의 것을 무시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본인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어떤 삶을 살든 상관없다는 거예요. 간혹 누군가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하면 저는 바람직하다고 말해줘요. 물론 평소에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언제든 지지를 보내요.

1군에 비해 2군 선수들은 불안감이나 막막함이 클 것 같아요.

저는 2군 담당이기 때문에 1군 주전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부상이나 기량 하락으로 2군에 내려올 때가 아니면 시즌이 끝난 후에나 얼굴 볼 기회가 주어지죠. 그래서 모두 이렇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1군과 2군 모두 매한가지란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더 나아가면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2, 30대 대한민국 청년 중 미래에 관해 불안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불안과 걱정을 대부분 똑같이 갖고 있어요.

야구는 팀 스포츠기에 선수단 분위기도 주의 깊게 살펴야겠어요.

그 역시 멘탈 코치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그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이나 활동이 확고히 자리잡혀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은 제가 없었을 때도 충분히 긍정적인 분위기로 잘 해왔거든요. 제가 들어왔다고 특출나게 나아졌다고 보지 않아요. 그전에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인원이 코치, 가족, 선후배, 프런트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 저라는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된 것뿐이죠. 사실 저보다도 더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들이 있어요. 1군의 추신수 선수, 2군에는 한창 재활 중인 문승원, 박종훈 선수예요. 승원이랑 종훈이가 재활하는 동안 보여주는 행동,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가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보다는 내부적인 문화를 통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강비 힐링 코치(강화 SSG 퓨처스필드에서 키우는 강아지)와는 어떤 사이인가요?

강비 코치님은 제 선배죠. (웃음) 저보다 먼저 와계셨던 힐링 코치님이고, 실제로 저보다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훈련이 끝나면 같이 놀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데리고 산책시키기도 하고. 선수들이 정말 예뻐하거든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데 반려동물과 함께 노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멘탈 코칭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무엇인가요?

내 입을 닫는 일입니다. 선수들이 제게서 어떤 좋은 말을 듣고 에너지를 얻어 변화할 거란 오해를 많이 받는데, 사실 그건 정말 벼랑 끝의 수단이라고 여겨요. 늘 자리를 갖기 전 내 얘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질문만 하자고 다짐해요. 내 생각과 판단, 가치관을 닫아두기 위해 노력합니다. 반대로 그들로선 자신의 얘기를 잘 꺼내는 게 중요하겠죠. 본인이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예상치 못했던 아이디어나 영감이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마음을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일 같은데, 지나친 개입을 경계한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아요. 감춰진 얘기를 손수 꺼내도록 할 뿐입니다. 제가 경계하는 개입은 지레짐작하는 걸 의미해요. ‘지금 이런 생각 중일 거야’, ‘이런 마음일 거야’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낌새만 알아차리면 돼요.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거죠. 예를 들면 ‘오늘은 평소와 표정이 다른 것 같네?’ 하고 화두를 던져요. 그러면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단 걸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상황에 맞춰 무언가를 하려고 해요.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할 수 있도록 접근합니다.

속마음을 듣는 일인 만큼 심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신이 능력을 하나 주겠다고 하면 저는 주저 없이 ‘인싸’의 능력을 고를 거예요. 친화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거든요. 심리학 용어 중 상담이나 교육을 위해 신뢰와 친근감을 쌓는 걸 ‘라포(Rapport)’라고 해요. 저는 라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볼 때마다 이름 불러주고, 인사하고, 먼저 다가가려고 하죠.

선수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은 없나요?

야구 외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선수들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현저히 부족한 삶을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분위기상 어릴 적부터 운동하는 데 말은 필요 없었으니까요. 굉장히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기회가 적다 보니 그만큼 편안하게 의사소통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하게 되죠. 하지만 시도하다 보면 결국에는 기가 막히게 자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흔히 정신력은 타고난다고들 하잖아요. 선천적으로 약하더라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나요?

저는 정신력이 선천적으로 강하거나 약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어떤 사고를 겪어서 아픔이 생긴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질 좋은 정신을 가졌다는 걸 전제로 해요. 흔히 누군가가 어떤 상황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면 멘탈이 약하다고 하잖아요. 실은 그가 늘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졌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처럼 실패하는 모습이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에 대한 ‘빈도’ 때문에 타고난 영역이라는 인식이 크다고 봐요. 예를 들어 박정권 코치님이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 정신력이 강하다고들 평가하지만, 본인은 전혀 아니라고 하세요. 그랬다면 정규시즌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겠냐면서요. 큰 경기에 강했던 건 멘탈 때문이 아닌 책임감과 욕심을 내려놨기 때문이라고 하시죠.

그렇다면 멘탈 코칭이 집중력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144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투수는 몰라도 거의 모든 게임에 나가는 야수는 어렵지 않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개인마다 달라요. 모든 순간 집중하고 싶어 하는 타자가 있는데, 거기에 제가 ‘그건 불가능해. 어떻게 매 타석 집중하니?’하고 울타리를 치고 싶지 않아요. 반대로 그걸 어려워한다면 ‘몇 경기 정도 몰두할 수 있을까?’, ‘어떤 경기에 힘을 쏟아부어야 할까?’하고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상에 관해선 주로 어떤 말을 해주나요?

사실 재활 중에 크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부상이라는 건 대다수가 겪는 일이고, 다쳐서 경기에 못 나간다는 사실은 본인이 가장 정확히 알거든요. 재활하며 가장 힘든 점은 새로움 없이 매일매일 반복된다는 점이에요. 쳇바퀴 돌듯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만 운동할 수 있거든요. 그 지루한 시기를 어떻게 견디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저는 야구 외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주로 다른 취미나 새롭게 흥미를 보이는 분야 쪽으로요.

#타인을 만나는 일

스포츠 멘탈 코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오래전 국가대표 축구팀에 멘탈 코치가 도입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로 인해 이런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이버대학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밟았어요. 제게는 상담보다 코칭이 더 와닿았고, 적성에 맞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코칭을 베이스로 스포츠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어떻게 SSG와 함께하게 된 건가요?

각종 종목에서 일본 국가대표팀 멘탈 코치로 활동하는 쯔게 요이치로라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 한국 MCI(Mental Coaching Institute, 멘탈 코칭 연구소)에 프로그램 과정을 하나 만들어 멘탈 코칭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죠. 저도 그 안에서 다양한 종목을 접하며 경력을 쌓았습니다. SSG는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쯔게 코치와 함께 코칭을 실시하고 있었어요. 구단 내 모든 인원을 상대로 멘탈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교육했고, 2019시즌이 끝난 후 전속 코치를 채용하겠다고 결심을 내린 거죠. 그 결과 감사하게도 2020년도부터 제가 이곳에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야구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야구는 단체 종목이지만 개인 종목과 유사한 특성도 있어요. 제가 축구 선수들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들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더라고요. 이들은 자신의 테크닉에 대한 주제를 거의 꺼내지 않아요. 보통 큰 그림이라고 말하는 전술 위주의 고민이 많죠. 반면 야구는 개인 기술에 관한 걱정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 책임질 수 없는 팀 스포츠다 보니 두 가지를 잘 조율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멘탈 코치라는 직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굉장히 넓어질 거라고 봐요. 하지만 마냥 밝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 스포츠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심리적인 이슈는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중요해질 겁니다. 지금도 많은 분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그만큼 앞으로 많은 이가 이 업계에 뛰어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적인 측면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에 있으니, 단순히 한 분야에만 한정 지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여러 영역을 함께 봤으면 해요. 특히 요즘은 학습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느냐가 이 직종에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죠.

이 일을 꿈꾸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지금 하는 것을 그대로 계속하면 됩니다. 저도 아직 고민이 많거든요. 하지만 돌아보면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더라고요. 사실 전 프로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이 길을 걷기 시작하며 설정한 굉장히 높은 목표였는데 너무 빠르게 달성했거든요. 제 능력보다 과분한 자리라고 여겨 부끄럽고 불안하다고 느끼곤 했어요. 하지만 그런데도 이 일을 좋아하니까 할 수 있었어요. 한 명이라도 저와의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임했습니다. 꼭 스포츠 영역이 아니더라도 저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꿈꾸고 있다면, 생각과 행동, 노력을 계속 이어가세요. 그러다 보면 저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뭐 하고 있나요?

본인이 보는 SSG는 어떤 팀인가요?

사실 제가 팀에 합류하기 전 그저 한 명의 야구팬이었을 때까지만 해도 인간미 없는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왕조 시절도 있었고, 그냥 야구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엘리트 팀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잘하는 거였어요. 제가 입사한 후로 만나본 선수들은 전부 다 본인이 타고났다는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현재 위치에 만족하는 법도 없었어요. 호수 위의 백조처럼 수면 위에 떠 있기 위해 실은 물갈퀴를 부단히 휘젓고 있는 팀, 그게 SSG입니다.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느껴지네요.

제가 2020시즌에는 주로 정해진 장소에서만 선수들을 만났어요. 그러다 한계를 느껴서 작년에는 더그아웃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장에서 관찰자로서 느낀 점은 본인의 입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소통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린 투수가 마운드에서 두들겨 맞고 강판당했는데, 1군에서 잠깐 내려온 베테랑이 다가가서 말을 걸어줘요.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포지션도 경력도 다른 데다가, 특히 나이가 있는 베테랑들은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기 싫어하기 때문에 더 피하려 하기도 하고요. SSG의 굉장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는 알콩달콩 부딪혀가며 만들어졌구나 싶어요.

내년 시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일단 지금은 놀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최근까지 일했거든요. 저도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고 지금까지 한 일을 다시 보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라고 한다면 앞서 말했던 세 가지 방식과는 또 다른 전략을 시도해 보려고요. 모두가 자신만의 운동 성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은 다치지 않는 겁니다. 모두 다 잘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다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양한 위기를 경험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에게 내재한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실 팬들도 행복하려고 보는 야구인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팬들에게 멘탈 코칭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전할 수 있을까요?

야구를 행복하려고 보나요? 아닌 것 같은데. (웃음) 계속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며 보셨으면 해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 안에서 충분히 욕하고, 평가하고, 화내고, 좌절하세요. 야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1부터 10까지 전부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에 부정적인 감정도 분명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이 자리를 빌려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볼까요?

해주고 싶은 말보다는, “지금 뭐 하고 있니?”라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지금 코칭을 한다면 이 질문을 하고 싶어요. 워낙 편안하게 대화할 기회가 부족한 사람들이니 가볍게 얘기하는 것도 코칭의 일종으로 여기거든요. 물론 이 가치관이 나중에 변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그래요. 오늘 뭐 했는지, 어제는 뭐 했는지, 내일은 또 뭐 할 건지… 이런 간단한 말을 주고받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해요.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문장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감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분들이 선수들에게 DM을 많이 보내거든요. 그럴 때 정말 좋은 질문 하나를 던져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보다도 더 좋은 멘탈 코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약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고 에디터도 코칭을 받은 기분을 느꼈다. 분명 그의 직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음에도, 어느새 ‘나는 어떻지?’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기록한 답변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긴 대화가 이어졌는데, 지면상 그 따스함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김주윤 코치는 행여 선수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봐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길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2군에서 더 많은 인원이 주목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마지막에 전했다. 그만큼 그가 선수들에게 진심이고, 덕분에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0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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