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는 의사들
웹툰 그리고, 링 위에도 오르고
탈모로 벗겨진 머리, 복부비만으로 불룩 나온 배, 관절염과 통풍, 고지혈증 등 각종 만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 사람. 바로 내과 의사 ‘박원장’입니다. TV 속 호감형 외모에 돈 잘 벌고, 아픈 사람에게 희망이 돼주는 하얀 가운의 멋있는 의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사실 박원장은 웹툰 ‘내과 박원장’의 주인공입니다. 비록 만화 주인공이지만 웹툰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나 의사들은 박원장이 현실 의사 모습에 가깝다고 입을 모읍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개인 병원을 열고 나서 은행 빚에 시달리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피부 시술을 알아보는 모습까지도 닮았다고 하죠.
초현실주의로 의사를 그려낸 사람은 의사 출신 웹툰 작가 ‘장봉수(필명)’입니다. 장봉수 작가는 실제 개원도 했었습니다. 7년 동안 병원을 열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2~3년 동안 페이 닥터(pay doctor·병원 소속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의사)로 일하다 2020년 1월 ‘내과 박원장’ 웹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사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인기가 많아지자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에도 올렸죠. 이후 정식 연재까지 이어졌고 지금은 드라마 방영도 시작했습니다.
장봉수씨는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과거 jobsN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의대를 가고 만화는 나중에 그리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만화 동호회도 찾아봤고 방학 때는 문하생을 뽑는 곳에 전화도 했습니다. 그러나 의대생의 시간은 한정적이었죠. 만화 그리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펜을 잡지 못하다가 전문의를 따고 30대 중반부터 다시 만화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첫 연재는 ‘바둑광 박부장’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고료를 받고 정식으로 연재했죠. 병원을 열고는 만화를 그릴 시간이 없어 한동안 작가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병원을 닫고 페이닥터로 일하면서 시간이 생겨 ‘내과 박원장’으로 돌아온 것이죠. 처음엔 의사 생활과 병행했지만 지금은 웹툰 작가로서 자리를 잡아 전업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봉수 작가처럼 의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낮에는 소아과 의사 밤에는 파이터
5전 4승 1무 2KO.
한 복싱 선수의 전적입니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한 번도 진적이 없는 여성 복서죠. 보통 아마추어 선수 성적 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정체를 알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복싱 선수는 바로 소아과 의사 서려경씨입니다. 그는 낮에는 소아과 의사로, 밤에는 링 위에서 권투 선수로 활동합니다. 서려경 의사는 현재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 의학칼럼을 기고하기도 하는 등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씨가 복싱에 발을 들인 건 뜻밖의 계기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공의 시절 술을 즐겨 마셨는데, 함께 술을 마시던 한 교수님이 ‘너 복싱을 잘할 수 있을거 같다’는 말에 솔깃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체육관 등록을 했습니다. 권투 글러브를 끼게 된 우연한 계기였던 셈입니다.
어릴때 부터 힘이 세고 샌드백을 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던 서씨는 복싱에 소질을 보였고, 2020년 1월 아마추어 데뷔를 했습니다. 평일 퇴근하고 밤에는 체육관을 다니면서 운동을 했습니다. 낮에 진료를 하고 밤에 선수로서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죠. 특히 병원 일이 고단했던 날은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또 경기 준비를 할 때 훈련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서씨는 “아이들의 건강이 안 좋아서 잠을 못 자고 진료를 받고 오면 밤에 운동할 때 힘이 안 들어갑니다. 이때 운동하고 집에 가면 진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삭신이 쑤신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렇지만 제가 선택한 일이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서려경 의사는 이어 “소아과 의사는 아이들 생명과 관련된 일입니다. 저의 노력과는 달리 아이들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고, 또 그걸 보고 있으면 병원을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회의적으로 병원을 뛰쳐나가고 싶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지만 복싱을 하면 이런 걸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령 링 위에서 가장 힘들 때, 주먹을 한 번 더 뻗으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찾기도 합니다. 맞는 것을 한 번 더 참고 주먹을 지르는 상황에서 정신력을 더 키울 수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크게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서씨는 “지금도 의사와 복싱 선수를 병행하기에는 조금 힘듭니다. 그래서 앞에 닥친 것 하나하나 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의사, 잘하는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설부터 시작해 유튜버까지
웹소설 작가로 시작해 유튜버 채널까지 운영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한산이가’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낙준 의사입니다. 그는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넘은 네이버 인기 웹소설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를 쓴 작가입니다. 성격 나쁜 천재 의사 백강혁이 중증외상센터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죠. 웹소설 인기에 힘입어 2019년 12월부터 웹툰 연재도 시작했습니다.
이낙준씨는 인하대 의대를 졸업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입니다. ‘군의관, 이계가다’를 시작으로 웹소설 작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웹소설 및 웹툰 작가이자 의사 친구 두 명과 함께 유튜브 채널 ‘닥터 프렌즈’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 채널에 나와 “작가로서 수입이 의사 수입보다 많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본업이 남부럽지 않은 의사지만 부업을 하고 있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의사를 하고 있는 도중 꿈이 생겼거나, 과거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죠. 그래도 이들은 말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든, 언제든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