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일간 출퇴근하며 타본 싼타페 가솔린 6인승, 장단점은?


2022년 임인년 새해 첫 시승차로 현대 싼타페를 골랐다. 2열 독립시트 갖춘 6인승 신 모델로, 2.5L 가솔린 터보 AWD 사양이다. 3일간 싼타페와 함께 인천-서울 출퇴근 하면서 장단점을 각각 3가지씩 추렸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현대 싼타페 2.5 가솔린 6인승 HTRAC>

장점
①두둑한 토크로 가속이 즐거운 2.5 터보 엔진
②2.2 디젤과 다른 서스펜션 세팅…탄탄한데, 편하다.
③편안한 착좌감의 1~2열 시트

단점
①정체구간 싫어하는 DCT
②복잡한 센터페시아…버튼이 너무 많아
③다소 떨어지는 출퇴근길 연비

지난해, 싼타페 2.2 디젤 5인승 모델을 타고 장단점을 소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싼타페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부드럽다’란 특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라이벌 쏘렌토와 비교해 승차감이 한결 나긋나긋했다. 그러나 이런 성격 변화는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했다. 개성 강한 외모와 뒤뚱대는 감각은 썩 조화롭지 않았다. 투싼의 체급 월장에 따른 변화가 명백했다.

그러나 이번 싼타페 가솔린은 의외로 느낌이 꽤 달랐다. 싼타페 TM 초기형 모델처럼 탄탄한 감각을 앞세우되, 편안한 승차감까지 양립했다. 긴 시간 시승하며 느낀 여러 장점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세 가지를 먼저 추렸다.

장점① : 두둑한 토크로 가속이 즐거운 2.5 터보 엔진


싼타페 2.5 가솔린 모델은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m를 뿜는다. 235마력 냈던 페이스리프트 전 싼타페 2.0 가솔린보다 출력은 46마력, 토크는 7.0㎏‧m 더 높다. 늘어난 파워는 오른발로 쉽게 느낄 수 있다. 고회전까지 활기차게 도는 엔진이 사륜구동 시스템과 만나 시종일관 호쾌한 가속을 끌어낸다.

특히 40㎏‧m 넘는 최대토크가 1,700rpm부터 4,000rpm까지 줄기차게 나온다. 어지간한 가속을 최대토크 영역 안에서 해치운다. 반응속도 빠른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빠른 가속에 한 몫 톡톡히 보탠다. 또한, 부분변경 하면서 3세대 플랫폼으로 바꾼 결과, 고속주행 안정감도 TM 초기형 모델과 비교해 한층 올라갔다. 281마력을 안심하고 휘두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귀도 즐겁다. 과거 2.0 엔진보다 회전질감도 부드럽고 고회전에서 음색이 거칠지 않다. 이번 2.5 터보 엔진은 제네시스 라인업에서도 느꼈지만, 두둑한 토크로 시원하게 속도 붙이는 느낌이 아주 좋다. 특히 시승차는 2열까지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감싸 정숙성도 훌륭하다. 고속에서도 뒷좌석 승객과 대화할 때 목소리 높일 필요 없다.

장점② : 2.2 디젤과 다른 서스펜션 세팅…탄탄하되, 승차감도 좋다


개인적으로 싼타페 2.2 디젤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개성 강한 외모와 반비례하는 푹신한 하체가 영 못마땅했다. ‘동생’ 투싼이 체격을 훌쩍 키우면서, 자연스레 싼타페의 타깃 연령대가 올라갔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가령, 다소 뒤뚱거리는 감각은 달리기 좋아하는 30대에게 외면 받았다. 또한, 개성 있는 스타일은 4050 세대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딱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 싼타페만의 주특기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번 2.5 가솔린 터보는 희미한 정체성을 또렷하게 바꿨다. 호쾌한 파워트레인과 걸맞은 탄탄한 섀시가 핵심이다. 지나치게 부드러웠던 디젤과 비교해 나사를 바짝 조인 느낌이다. TM 초기형이 생각나는 세팅인데, 충격은 한층 부드럽게 흡수한다. 서스펜션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이 주는 효과다. 여기에 반응속도 빠른 8단 DCT가 120% 보조해주니, N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즐겁다. 더욱이 같은 사양 기준으로 디젤보다 50㎏ 가벼워, 앞머리가 한층 사뿐하게 움직인다. 이젠 ‘운전이 즐거운 중형 SUV’란 타이틀을 내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장점③ : 편안하고 안락한 앞뒤 시트


3일간 출퇴근하며 느낀 세 번째 장점은 편안한 시트였다. 시트는 운전자와 가장 많은 시간 ‘접촉’하는 중요한 부위. 의자가 불편한 차는 오래 운전하면 허리가 피로하다. 반면 싼타페는 지루한 출퇴근길을 달리거나 굽잇길을 빠르게 달릴 때도 허리를 편안하게 지지한다. 특히 방석 앞뒤 길이가 길어 허벅지 끝까지 포근하게 감싸는 맛이 좋다.

시승차는 6인승 사양. 1년 전 탔던 5인승 모델과 비교하면 2열 착좌감이 한결 편안하다. 등받이 기울기도 커서 장거리 여행도 거뜬하다. 4인 가족이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놀러갈 때, 이런 구성은 빛을 발한다. 또한, 거대한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뒷좌석에서도 개방감도 좋다.

3열은 2열 승객과 적절히 타협하면 부족하지 않은 다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대신 건장한 남자 성인이 앉기엔 머리공간은 조금 부족했다. 3열을 펼쳤을 때 적재공간은 간단한 쇼핑백 2~3개 가로로 싣기 괜찮다.

지금부터는 단점 이야기. 장점과 공평하게 단점도 3가지를 추렸다.

단점① : 정체구간 싫어하는 DCT


싼타페 가솔린은 훌륭한 주행성능을 갖췄다. 가속, 조향, 서스펜션, 제동성능 모두 흠잡을 데 없다. 그러나 운전재미 뛰어난 차를 사도, 결국 월~금은 출퇴근 이동수단으로 활용한다. 인천 계양에서 서울 신논현까지 1일 왕복 60㎞ 출퇴근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DCT였다. 달릴 때는 장점이었는데, 가다서다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선 불편했다.

가령, 출근길 정체구간에선 브레이크 페달 ‘밟았다, 뗐다’ 반복하며 시속 10㎞ 이하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DCT는 수동변속기 클러치 미트 시킬 때처럼 ‘부들부들’ 떨며 기어를 붙인다. 수동 운전 30년차 베테랑처럼 매끈하게 클러치를 붙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진동이 꽤 거슬린다. 이는 수동 기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지난해 2.2 디젤 모델을 탔을 땐 디젤 엔진의 진동에 가려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한 가솔린 모델에선 이런 변속기 특성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진다. 기아가 카니발에 DCT 대신 8단 자동기어 얹었듯, 싼타페 같은 패밀리카엔 연비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부드러운 토크컨버터 방식이 더 맞는 듯하다.

단점② : 복잡한 센터페시아…버튼이 너무 많아



단점 두 번째는 다소 복잡한 1열 구성이다. 그 동안 싼타페를 나름 많이 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적응시간(?)이 필요했다. 버튼 개수가 많아 ‘어느 위치에 어떤 버튼이 있는지’ 단번에 외우기 힘들다. 센터페시아 각도를 완만하게 하면서 세단처럼 편안한 포지션을 만든 건 좋다. 그러나 시대에 역행하는 다양한 아날로그 버튼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쏘나타의 디자인을 바탕 삼으면 어떨까? BMW 5시리즈 & X5가 좋은 예다. 두 차의 인테리어는 거의 비슷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세단과 SUV의 실내 디자인이 거의 비슷하다.

단점③ : 다소 떨어지는 출퇴근길 연비

가장 중요한 건 가격과 유지비용. 가솔린 모델은 어떤 분들께 추천할 수 있을까?

차 가격은 가솔린이 디젤보다 210만 원 저렴하다. 시승차 사양인 싼타페 캘리그래피 6인승 AWD 풀 옵션의 가격은 4,561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 하이브리드 모델은 같은 사양 기준 4,947만 원으로 386만 원 더 비싸다.

*풀옵션 기준 하이브리드 4,947만 원>디젤 4,771만 원>가솔린 4,561만 원.

연료효율은 어떨까? 싼타페 2.5T 6인승 AWD 20인치 휠+빌트인캠 기준 복합연비는 9.5㎞/L(도심 8.6㎞/L, 고속 10.9㎞/L). 같은 사양의 디젤은 12.8㎞/L(도심 11.7㎞/L, 고속 14.4㎞/L). 하이브리드는 19인치 휠 AWD 기준 13.1㎞/L다(도심 13.8㎞/L, 고속 12.3㎞/L). 제원으로 가늠하면 도심주행이 많으면 하이브리드,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높으면 디젤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디젤은 주도권을 잃었고, 하이브리드가 주력 모델로 발돋움 했다. 그렇다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의 386만 원 차이를 연료비로 메울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연료비 외에 연간 자동차세 차이도 있다. 싼타페 2.5 가솔린(2,497cc)의 연간 자동차세는 한 번에 선납 시 584,290원. 하이브리드(1,598cc)는 298,820원이다.


3일간 싼타페 가솔린 모델로 출퇴근하며 연비를 체크했다. 인천 계양에서 서울 신논현까지 편도 29.7㎞이며,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비중이 높지만 정체구간이 길어 높은 효율을 뽑아내기 힘들다. 이동시간은 1시간 10분 내외이며, 시승차의 평균 연비는 1L 당 7.4㎞를 기록했다. 정체가 잦은 출퇴근길에선 공인연비만큼의 효율을 기록하기 어려웠다. 236.6㎞ 달리는 동안 기록한 누적 연비는 7.2㎞/L.

동일 모델은 아니지만 현재 내가 출퇴근하며 타고 있는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는 같은 코스에서 19~20㎞/L의 연비를 꾸준히 기록한다. 정체구간이 많을수록 EV 모드의 사용비중이 올라가 연비하락을 최소화한다.

즉, 가솔린 모델은 ①호쾌한 달리기 성능을 중요시하되 ②연간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운전자에게 권해드릴 수 있다. 다만, 주행거리가 길어도 평소 다니는 길의 통행량이 비교적 원활한 환경이라면 운전이 재미있는 가솔린 모델을 추천하고 싶다. 시속 80~100㎞ 안팎으로 정속 주행했을 때 평균연비는 1L 당 15~16㎞ 수준. 가솔린 중형 SUV치고 꽤 괜찮은 효율이다.

총평

긴 시간 타보고 느낀 싼타페 가솔린. 예상보다 운전이 즐거워 기존에 갖고 있던 싼타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변했다. 나처럼 중형 SUV가 필요한 30대 가장이라면, 중후한 쏘렌토 디자인보단 좀 더 젊은 감각을 원한다면, 이번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괜찮은 선택지임에 틀림없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