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버는 SNS스타가 '병가' 못내는 이유 [왓칭]
놀고 먹는 게 모두 콘텐츠
넷플릭스 리얼리티 '하이프 하우스'
미국의 18세 인플루언서 찰리 디아멜리오는 2021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약 209억원을 벌어들였다. 팔로워는 1억3300만명. 디아멜리오가 거둔 수익은 2020년 기준 스타벅스 CEO, 맥도날드 CEO보다 많았다. 소셜미디어 스타들이 돈을 쓸어담는다는 뉴스는 이젠 ‘뉴’하지도 않은 시대, 청소년들이 장래희망으로 유튜버, 인플루언서를 꼽는다.
SNS 수퍼 스타의 일상은 어떨까. 넷플릭스가 그걸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제목은 ‘하이프 하우스(Hype HOUSE)’. 틱톡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18~25세 Z세대 인플루언서들이 미국 LA 무어파크의 한 저택에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일상을 8편에 나눠 담았다.
틱톡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얘네가 누구야’ 할 것이다. 굳이 구글에 검색해보니 결코 무명이 아니었다. 작년 ‘틱톡 수익 1등 인플루언서’ 디아멜리오를 비롯해 팔로워가 각각 수백만 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스타 20여명이 등장한다. 여느 리얼리티처럼 우정과 사랑, 갈등이 주를 이룬다. 다만 ‘순한 맛’이 아닌 ‘병맛’이다. ‘왜 내가 이걸 보고 있지?’란 생각이 끊임없이 들 수 있다. 극강의 참을성이 없다거나, 내 시간, 내 눈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31분 50초 분량의 1회도 완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발대’를 자처하며 2회부터는 1.5배속으로 봤다. 집중하기 어려웠다. 집중할라치면 마음의 소리가 ‘정말 이거 계속 볼 거야?’라고 외쳤다. 예상과 달리 수퍼 영 리치들의 자랑 퍼레이드는 없다. 그랬다면 눈요기라도 될텐데, 저마다 과거 자신의 불우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꿈만 같죠. 앱에 동영상을 올려서 지금은 저택에 살잖아요” “빈털터리였는데 동영상을 찍고 지금 이렇게 큰돈을 벌고 성공하게 됐죠”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스타들은 대학가 자취생들처럼 ‘추리닝’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곤 서로 장난을 친다. 보통의 대학생과 다른 점이라면 이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수백만 명이 본다는 것이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스모 선수와 겨뤄보고 싶다고 한 농담을 현실로 만들고, 우주복을 입고 우주 비행사들이 훈련하듯 30분에 700달러인 자이로스코프를 빌려서 빙글빙글 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렇듯 매회 갈등도 조명한다. 서로 ‘뒷담화’를 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게 반복된다.
중반 이후부터는 정신건강을 위해, 어쨌든 시간을 들였다는 데 자기합리화 차원에서 공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아 얘네도 고민이 있구나’란 생각 정도가 딱 든다. “SNS는 숫자 말 그대로 숫자 게임이에요. 돈이 숫자에 달려서 압박이 심하죠. 사람들이 제가 만드는 영상을 많이 보지 않으면 제가 뭔가 잘못을 한 거에요.” 동영상 촬영을 하다가 발목이 돌아갔는데도 발목보다 숫자를 걱정하며 “포스팅을 안 하면 관심을 잃죠. 병가를 못 내요. 병가를 내면 팔로워를 잃고, 그럼 수입을 잃고 직장을 잃죠” 따위의 말을 할 때 드는 생각이다. 게이, 트렌스젠더 인플루언서의 고민, 자기들을 향한 비난 여론에 대한 분노도 종종 나온다.
기자는 기대감이 지하에서 출발해 8회를 완주했을 때는 반지하 정도까지 왔다. 아 넷플릭스에서 이런 것도 만드는구나, 이런 친구들도 있구나란 생각을 갖는 데 마음이 열려 있거나, 난 색다른 거 볼 시간이 정말 충분하다는 독자가 아니라면 감히 추천하기 어렵다.
한줄평
눈요기도 없고, 공감도 어려운 SNS 수퍼스타들의 일상
개요 l 다큐멘터리 l 2022 l 8회·회당 30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평점 ⭐IMD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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