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폐기물·재생은 기상변수 '발목'.. "독식 어려운 구조" [원전 vs 재생 '파워게임'을 넘어서]
원전 폐기물 등 뒤처리 골치
중저준위만 겨우 1곳서 저장
고준위는 처리방향도 못잡아
"임기내 총대 매려는 이 없어"
재생에너지 최대 과제 '간헐성'
"태양광발전 저녁엔 발전량 급감"
변전소·송전망 등 설비설치 인한
환경훼손·인근지역과 갈등도 문제

전국에 부슬비가 내린 지난 14일 경북 경주. 신경주역에서 토함산을 넘어 동해에 다다르니 어디서 많이 본 돔이 보인다. 월성 원자력발전소다. 차로 달린 지 1시간, 발전소를 지나 도착한 목적지는 입구부터 경비가 삼엄하다. 이곳은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처분시설’이다. 국내 24개 원자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유일한 곳이다.
핵연료로 전기를 만들고 나면 다양한 폐기물이 나오는데, 방사능 농도에 따라 고준위와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로 나뉜다.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방사능은 방사능이다. 이곳에 폐기되려면 우선 원자력발전소에서 예비검사를 받고, 처분 시설에 와서 원자력환경공단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실시하는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드럼에 담긴 폐기물은 10㎝ 두께 콘크리트에 밀봉된 상태로 지하 동굴에 영구 매장된다. 동굴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는 1층, B17, B21 이렇게 세 개의 버튼이 있었다. 폐기물이 내리는 곳은 B17, 지하 170m란 뜻이다. 폐기물은 두께가 1∼1.6m나 되는 콘크리트 사일로(저장고)에 저장된다.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는 마지막 지점에 6개의 사일로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는데 유독 5번 사일로에만 폐기물이 쌓여있었다.

폐기물은 원전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한국에서는 더 심각히 다뤄져야 할 문제지만, 국내에선 중·저준위 폐기물만 2015년에 이곳에 처분되기 시작했을 뿐 고준위는 처리 방향성도 잡지 못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난 핵 연료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한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폐연료봉에서 쓸모있는 플루토늄을 뽑아 다시 쓰는 재처리 방식을, 그 외 대부분의 나라는 영구 처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재처리를 염두에 둔 건 ‘사용 후 핵연료’, 처분을 앞둔 것을 ‘고준위 핵폐기물’이라 부른다.

문제는 폭탄에 붙은 불이 심지 끝까지 타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월성 원전이 99%까지 들어찬 맥스터(임시저장시설)를 증설해 간신히 급한 불을 껐지만, 10년 내로 고리·한빛원전부터 포화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2차까지 나왔지만 이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계획 추진을 위해 발의된 특별법은 지난 국회에선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선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자력 전문가는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연 그대로의 바람, 햇볕,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재생에너지는 ‘청정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폐기물 발생이 없더라도 재생에너지 또한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기상 여건에 따른 간헐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저장기술(ESS), 농민과 어민 등의 반대와 환경 훼손 우려로 인한 입지 선정 갈등 등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면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기까지 변전소, 송전망, 송전탑 등 각종 설비 설치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전남 무안군이 대표적이다. 무안군 현경면에는 지난해부터 주변 재생에너지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망에 잇기 위한 송전설비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나주역에서 무안으로 가는 길, 듬성듬성 눈에 띄는가 싶던 전봇대가 점점 빈번하게 나타났다. 희뿌연 하늘에는 거미줄같은 굵은 선들이 뒤엉켜 있었다. 전선이다. 무안에는 2003년 들어선 운남변전소에 더해 재생에너지 민간사업자들이 허가받은 3개 변전소가 추가 신축 중이거나 건설을 마쳤다.

우리나라 송전용 변전소가 사용하는 송전 전압량은 154㎸이다. 무안군에는 이런 변전소 네 곳이 붙어있다. 전기 선로를 땅 밑에 묻는 ‘지중화’를 하면 전자파가 다소 줄어든다는 말도 있으나 변전소와 송전선이 몰려있는 지역 주민들은 전자파 노출을 우려한다. 지가가 떨어지고 재산권 행사가 어려운 점은 차후의 문제다.

에너지원을 둘러싸고 진영 갈등이 첨예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쪽이 에너지판을 독식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자로를 24기나 보유한 나라에서 새 원전을 짓고, 송전탑을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은 시작도 못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전체 전력의 4%를 담당하고 있을 뿐인데도 갈등의 축으로 떠올랐다. 지역사회 갈등과 기술적 한계를 넘어 믿을 만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파워게임이 덧없는 이유다.
무안·경주=박유빈·윤지로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표? 여기선 찢습니다!…송은이·강민경·김준수, 대기업도 놀란 ‘파격 복지’
- 장가 잘 가서 로또? 슈퍼 리치 아내 둔 김연우·오지호·김진수, ‘재력’보다 무서운 ‘남자의
- 15년 전세 끝낸 유재석, ‘285억 현금’으로 ‘논현동 펜트하우스 벨트’ 완성
- 엄마 위해 산 자양동 6층 빌딩 2배 껑충…채연의 '효심 재테크' 통했다
- 7남매 집 사주고, 아내 간병까지…태진아가 350억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
- 이영현 "첫째가 잇몸, 둘째가 눈 가져갔다"…엄마들의 '위대한 훈장'
- 커피 가루 싱크대에 그냥 버렸다가… ‘수리비 30만원’ 터졌다
- "먼저 떠올린 건 매니저" 정해인 외제차 선물… 연예계 뒤집은 '통 큰 미담'
- 에어프라이어 200도로 튀긴 감자, '아크릴아마이드' 10배 폭증 [라이프+]
- “약사 손주가 꼭 먹으랬다”…88세 김영옥도 챙긴 '오메가3', 효과적인 복용법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