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지수가 알려주는 지구환경

서동준 기자 2022. 6.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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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며칠새 한낮 햇볕이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로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자외선 지수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중 내내 전국 대부분이 ‘매우높음’으로 나타났다. 여름으로 접어들며 태양고도가 상승하고 구름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외선 지수는 계절과 그날 날씨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도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전 지구적으로 지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오존층이 줄어 지구로 들어오는 자외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오존층이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자외선 지수가 어떤 경향을 보일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태양은 방대한 스펙트럼의 빛을 지구에 내리쬔다. 그중 10~400㎚(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짧은 파장 대역의 빛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UV)이다. 적절한 자외선 노출은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기미 같은 색소 질환이나 심할 경우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자외선 파장 중에서도 인체에 이런 영향을 주는 건 320~400㎚ 대역의 자외선A(UV-A)와 280~320㎚대역의 자외선B(UV-B)다. 이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C(UV-C)는 지구 대기에서 대부분 차단된다.

자외선A는 계절에 상관없이 대부분 지표에 도달한다. 피부 깊숙이 침투해 건조함, 면역억제, 주름, 피부가 검어지는 현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자외선B는 약 5%가 지표에 도달하며 여름에 강해진다. 피부 표면에 영향을 끼쳐 기미, 일광화상, 주근깨, 검버섯, 홍반, 피부암 등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 차단제의 차단 효과는 각각 'PA+'와 ‘SPF’로 나타낸다.

기상청은 서울, 포항, 목포, 강릉, 고산, 안면도 등 전국 7곳에 자외선측정기를 배치해 자외선 복사량을 측정하고 있다. 자외선 지수는 관측된 자외선 복사량에 특정 파장에 대한 가중치를 곱하고, 구름, 대기 상태, 고도 자료와 결합해 예보된다. 보통 구름과 대기오염 물질이 많으면 대기 중 자외선이 차단돼 자외선 지수가 낮아진다. 

국내 자외선 지수는 1부터 11까지 숫자로 산출되며 총 5단계로 나뉘어 예보된다. 가장 높은 단계는 자외선 지수가 11 이상일 때인 ‘위험’ 단계다. 햇볕에 노출 시 수십분 이내로도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어 가능한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최근 자주 나타나는 ‘매우높음’ 단계는 지수가 8 이상 11 미만일 때다. 수십분 이내로 피부화상을 입을 수 있어서 기상청은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외출을 피하거나 그늘에 머무르길 권장한다.

자외선지수의 단계별 대응 요령. 기상청 제공.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이 같은 자외선 지수 체계를 활용함에 따라 국가별 자외선 지수 특징도 비교할 수 있다. 가령 영국의 여름철 최대 자외선 지수는 6~8인 반면, 호주는 10~14에 달한다. 사라 러프란 호주 방사선보호및원자력안전국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전문가 기고 웹사이트인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네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위도의 차이다. 호주의 위도는 9도, 영국의 위도는 51도다. 위도가 낮을수록, 즉 적도에 가까울수록 태양고도가 높다. 태양의 고도가 높으면 햇빛이 통과해야 하는 대기의 양이 적어지고 이에 따라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이 증가한다. 러프란 연구원은 또 다른 이유들로 “호주가 북반구의 대도시보다 대기오염 입자가 적어 자외선 차단이 덜하다”며 “북반구 여름보다 남반구의 여름이 태양과 약간 더 가까운 것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이유는 오존층이다. 오존층은 자외선B를 흡수한다. 오존의 농도가 1% 감소하면 자외선B의 양이 2% 증가하며 이에 따라 피부암 3~4%, 백내장 0.6% 등 관련 질환의 발병위험이 증가한다. 이런 오존층은 남극으로 갈수록 점점 얇아진다. 이 때문에 호주를 비롯한 남반구 국가들의 자외선 지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오존층은 국가별 자외선 차이를 만들 뿐 아니라, 최근 수십년간 전 지구적인 자외선 지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기도 하다. 영국 남극조사단은 지난 1985년 남극 대륙 상공의 오존층에 구멍이 생겼음을 확인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며 오존층 감소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이에 46개국이 1987년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오존층 파괴물질인 염화플루오린화탄소를 사용금지하거나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당장 오존층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지난 2010년 오존층 감소로 중위도 지역의 자외선B(305㎚) 수준이 1979년 대비 2008년 약 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서야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2017년부터 자국 내 염화플루오린화탄소의 불법 생산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대기 중 농도가 크게 감소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올해 2월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0년대 크게 증가했던 대기 중 삼염화플루오린탄소가 2017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2019년 말 삼염화플루오린탄소가 연간 1% 감소했으며 이는 오존층이 복구궤도에 올랐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오존층이 회복되며 향후 자외선 지수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를 막는 요인도 남아 있다. 러프란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적어질 것”이라며 “자외선을 차단하던 대기오염 물질이 줄면 자외선은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와 국립환경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1년 시뮬레이션 결과 오존층 회복보다 대기 중 입자와 구름이 감소가 자외선지수에 더 큰 영향을 줘 향후 자외선지수가 상승할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반대로 기후변화로 산불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로 발생하는 대기 입자들이 도리어 자외선을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 러프란 수석연구원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구름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냐에 따라서도 자외선지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 스페인, 일본, 독일 등 4개국 공동연구팀이 지난 2020년 11월 24일부터 12월 4일까지 관측한 남극 상공의 오존층 모습이다. 검은색 점선 안이 오존층 구멍이다. 연구팀은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12월 남극 대륙의 자외선 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14.8에 근접한 14.2로 나타났다며,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이언티픽리포트 제공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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