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기야?.. 씹는 맛·고소한 향 감쪽같네

기자 2022. 2. 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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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를 함박스테이크 모양으로 구워낸 오세계향의 비건 스테이크. 콩으로 만든 고기지만 질감이나 식감은 실제 고기와 거의 똑같다.
북한 전통음식인 인조고기밥.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 이우석의 푸드로지 - 대체육

콩에서 단백질과 콜라겐 추출 동식물성 지방 더해

1000년 이상 육식 금지 日선 콩고기로 장어 흉내

유럽선 가축의 젖 이용 치즈·빵 만들어 고기 대체

버섯·견과류 지방 이용해 닭고기 식감 살리기도

“대체 대체육이 뭐야?”

가짜고기(fake meat)의 시대가 열렸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기를 만들어 낸다. 왜 그랬을까. 고기가 모자라서? 비싸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요즘 유통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짜고기(대체육)에 대해 알아봤다.

제한된 재화를 더 많이 갖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러한 집념과 노력은 결국 다양한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등 삶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서방과 이슬람권에서 유행한 연금술(alchemy·鍊金術)은 반드시 귀금속을 만들어 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원래 자신의 수행을 위해 금을 만드는 연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이 발달했다. 훗날 가짜 고기를 만들어 내는 고기 연금술(food tech)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얘기다. 조리의 발전에는 ‘고기 연금술’이 크게 기여했다.

인류는 농업혁명으로 혁신적으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게 이르렀지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곡물에 비해 제한됐다. 곡물에 비해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의 사육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낙농업 중심으로 발달한 서유럽보다는 전형적 농경정착 사회인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불균형이 더욱 두드러졌다.

농경민족은 스스로 생산한 곡물 중심의 잉여농산물로부터 늘 부족했던 단백질 음식을 만들려 했다. 이른바 고기의 연금술이 시작됐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두부와 전 등이다. 콩에 함유된 단백질을 추출하고 동식물성 지방을 이용해 고기와 얼추 비슷한 맛을 만들어 냈다.

동아시아에서 두부는 고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가축을 잡아먹을 여유도 없었거니와 종교(불교)의 영향도 있었다. 유부처럼 튀기면 더욱 비슷했다. 사찰 음식 중에는 유부를 활용한 맛있는 메뉴가 많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버섯 종류, 식감이 그나마 고기와 비슷한 고사리, 근대, 더덕 등 나물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내도 고기 맛을 훌륭히 대체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담백한 생선살도 전유어(煎油魚)를 부쳐 고기라 여기고 감사히 먹었다.

여유가 있다면 약간의 고기와 비계에 밀가루 옷을 뒤집어씌워 양을 늘려 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단백질을 많이 품은 녹두에 돼지비계를 썰어 넣고 지져낸 빈대떡(貧者떡)은 대표적인 고기 대체식품, 즉 ‘가짜고기’였다. 고기와 비슷하게 만들려다 보니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다. 중국과 대만, 홍콩의 ‘정진요리’가 그것이다.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하니 채식의 재료를 사용하되 고기와도 닮은 다양한 맛을 내는 조리기술이 발달했다. 대두단백과 글루텐으로 고기와 내장 요리를 재현한 홍콩의 자이루웨이(齋鹵味) 등을 보면 요즘 대체육 밀키트의 원리와도 거의 흡사하다. 1000년 이상 육식이 금지됐던 일본에도 콩고기를 이용한 장어요리 ‘쇼진우나기’(精進うなぎ) 등이 있다. 이럴 땐 대체수산물이 맞다.

목축과 낙농업을 하는 유럽에서도 늘 고기를 입에 달고 살 만큼 충분치 않았다. 가축의 젖으로 고기와 비슷한 식재료를 만들었다. 그리해서 만들어진 치즈와 빵은 고기를 가끔 대신했다. 다양한 반죽을 고안해서 고기를 씹는 식감을 내고 여기다 버터와 치즈로 지방맛(Oleogustus)과 감칠맛(umami)을 가미했다. 참고로 지방맛은 인류의 제6번째 맛으로 인정받았다.

가짜고기 만들기는 한식에서 두드러진다. 여느 국가보다도 고기가 귀했던 까닭이다. 게다가 고려 때는 불교에서 육식과 도축을 금기시했고, 조선에 들어서선 농본주의 탓에 소의 도살을 엄명으로 다스렸다. 기껏해야 특별한 날 여유 있는 집에서 돼지와 닭을 잡는 것이 전부였다. 대두로 두부를 만들고 녹두로 전을 부치거나 생선을 지져 고깃덩어리를 흉내 낸 전유어가 발달한 이유다. 강원도 산간에는 녹두마저 귀해 동부콩을 갈아 지져낸 ‘동부지짐’도 있다. 단백질에 참기름이나 돼지기름 등 지방을 첨가해 열을 가하면 곡물과는 달리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낸다는 것을 발견한 덕이다.

자, ‘옛날식’ 고기 만들기는 여기까지다.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채식주의와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며 이에 따른 새로운 식품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기 시작됐다. 가축 질병의 대유행과 사육환경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인류의 조리 역사는 육식을 기본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의 불만이 있었다. 채소만 먹되 맛은 다양해야 한다는 비건(Vegan)들의 요구는 식품업계(학계)의 연구실을 바쁘게 만들었다. 게다가 생각하면 생산성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높은 축산업은 환경에도 좋지 않으니 이에 대한 고민도 따른다. 1㎏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같은 무게 기준 쌀의 12배가 넘고 밀의 30배에 이른다. 예전과는 다른 이유로 ‘무엇이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식재료를 다루는 과학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대체육 시장이 활짝 열린 것이다. 대체육 시장은 특이하다. 철저히 육류를 배제한 식품을 연구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고기에 가까운 맛과 영양을 추구한다. 흔한 콩과 밀을 쓰다가 요즘은 버섯, 견과류, 곤약, 해조류 등 갖은 식재료를 활용해 ‘고기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재료에서 단백질과 콜라겐 등을 추출하고 특수한 가공기술을 통해 고기를 만들어 내는 연금술을 부리고 있다.

씹는 식감과 고소한 맛을 내기 유리한 콩고기와 밀고기는 선호도도 높고 만들기도 좋아 가장 많이 쓰는 재료다. 닭고기는 특유의 살이 결을 따라 찢어지는 특성이 있어 버섯을 사용해 만든다. 땅콩과 견과류의 지방으로 닭고기 특유의 구수한 맛과 식감을 살린 제품도 있다. 대체육의 범주에는 동물성 세포를 인공배양하는 배양육도 포함되지만, 여기선 대체로 식물성 재료를 쓴 경우를 말한다.

산업 리서치 기관 등에 따르면 ‘가짜고기’는 성장 전망이 아주 밝다. 대체육의 글로벌 시장은 2021년 기준 77억4900만 달러 규모(추산치)로 전통적 축산물 시장의 1%에도 못 미치지만 관심도는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환경 이슈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요 소비주체로 자리매김하는 2026년에는 3배 이상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맛도 좋아졌다. 셰프 고든 램지가 10여 년 전 요리사 오디션 프로그램 ‘헬스 키친(Hell’s kitchen) 시즌4’에서 대체육으로 만든 치킨, 스테이크, 소시지 등 3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이때 셰프 테스터 8명 중 단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실제 정육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격세지감. 필자가 예전(1990년대 초반)에 군대에서 먹던 ‘베지미트’ 불고기와 요즘 나오는 대체육 밀키트는 비교도 안 된다. 퍽퍽하고 생소한 느낌의 예전 ‘콩고기’는 유부 말린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대체육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리미트(지구인컴퍼니), 하이즈, 비건팜, 쏘이마루 등 전문 스타트업 기업과 플랜테이블(CJ제일제당), 베지가든(농심), 베러미트(신세계푸드) 등 식품 대기업이 국내 대체육 브랜드와 제품, 레스토랑 등을 줄이어 내놓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롯데리아는 업계 최초로 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리아미러클 버거’를 출시하기도 했다. 동원F&B는 세계 최대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 제품군을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체육 시장의 애플로 불리는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제품화 기술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고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식물성 고기는 어쨌든 그 경제성이 좋다. 채식 시장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대목이다. 정육보다 운송 조건이나 유통기한도 길어서 학교나 군부대 급식이나 저렴한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기에 좋다.

대체육을 안 먹어 봤다는, 그리고 먹을 일도 없다는 이들도 한 번쯤은 모두 맛을 봤을 것이다. 지금도 라면이나 냉동만두에 분리대두단백이란 이름으로 콩고기가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고, 비근한 예로 짜파게티 건더기 수프에 든 작은 고기가 바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콩고기의 일례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비건스테이크 = 오세계향. 비건음식 전문점으로 다양한 채식 메뉴를 판다.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와 소시지, 돈가스 모양으로 튀겨낸 콩가스, 짜장면 등이 있다. 스테이크는 함박스테이크 모양으로 구워낸 콩고기를 소스, 샐러드와 함께 제공한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담백하면서도 특유의 씹는 맛은 살렸다. 콩가스는 어묵 맛이 난다. 함께 곁들인 반찬도 죄다 대체육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12길 14-5. 1만3000원.

◇인조고기밥 = 능라밥상. 새터민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이 운영하는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던 북한의 인기 노점음식이 ‘인조고기’다. 기름을 짜낸 후 얻은 콩 찌꺼기를 활용한 음식이다. 넓적한 콩고기 안에 밥을 넣고 매콤한 양념을 발라 먹는데 얼추 고기나 어묵과 비슷한 맛이 난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별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로2길 14. 8000원.

◇두부전 = 황금콩밭. 이름난 두부 레스토랑이다. 두부전은 아주 오래전부터 콩으로 고기의 맛과 영양을 얼추라도 재현해보려는 조상의 노력이 깃든 메뉴다.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내 두부 특유의 고소한 단백질 맛과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매일 국내산 콩을 직접 갈아 만든 두부를 사용해 부드럽고 신선한 두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6길 9. 1만4000원.

◇사찰짜장 = 강남반점. 채식 열풍이 불기 전부터 스님들을 위해 버섯 등을 이용해 짜장면을 만들어온 불심 깊은 사장이 운영하는 집. 청도 운문사 앞에서 일명 ‘스님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오신채와 고기를 일절 쓰지 않고 표고버섯과 양파 등을 볶은 간짜장 스타일 사찰짜장면을 만들어 낸다. 사찰탕수이(糖水茸), 사찰짬뽕도 판다. 경북 청도군 금천면 선암로 618. 7000원.

◇빈대떡 = 열차집.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 빈대떡은 빈자의 고기 격으로 생겨난 음식이다. 녹두의 단백질에 약간의 비계를 첨가해 그럴듯한 지방맛을 낸다. 전 종류는 원래 금방 부친 것이 맛이 좋다. 바삭하게 빈대떡을 부쳐내는 열차집은 피맛골 시절부터 유명한 막걸리집이다. 고기, 김치 등 빈대떡에 굴조개젓을 함께 얹어 먹으면 감칠맛이 터진다. 서울 종로구 종로7길 47. 3장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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