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멋진 예고편, 렉서스 LF-Z 일렉트리파이드


요즘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EQA, 제네시스 GV60, BMW iX3 등 6천만~7천만 원대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국내 출시 예정인 아우디 Q4 e트론과 폭스바겐 id4도 빼놓을 수 없지.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하이브리드 원조 브랜드, 렉서스가 만들 전기차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신동빈 기자, 렉서스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콘셉트카가 마침 한국에 들어왔다. 이름은 렉서스 LF-Z 일렉트리파이드. 전기 SUV로, 앞으로 렉서스가 만들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먼 미래 이야기는 아니다. 럭셔리 스포츠카 LC 쿠페가 그랬듯, 이 차를 통해 양산 모델의 가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실물로 마주한 LF-Z 일렉트리파이드, 어떤 특징을 지녔을까?


①렉서스 전기차 디자인, 이렇게 나온다!


렉서스는 LF-Z 일렉트리파이드가 지닌 신선한 외모를 차츰 양산 모델에 녹일 계획이다. 판을 크게 바꾼 메르세데스, BMW와 달리 렉서스 고유의 표정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좇았다. 거대한 스핀들 그릴은 구멍을 막았다. 대신 입체적인 패턴을 통해 그릴과 범퍼, 헤드램프의 경계를 교묘히 허물었다. 엔진이 없는 보닛은 상당히 낮고 넓게 깔려 있다. 가느다랗게 실눈 뜬 ‘L’자 DRL도 포인트.




핵심은 옆모습.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면서 앞뒤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대용량 배터리 탑재를 위해 휠베이스는 최대한 늘렸다. 입체적인 펜더 장식과 볼륨감 넘치는 보디 라인, SUV지만 스포츠카처럼 뒤로 바짝 누운 A필러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언뜻 LC 쿠페의 크로스오버 버전을 보는 듯, 우아하면서 역동적인 캐릭터가 돋보인다. 카메라로 대신한 사이드미러와 도어 안에 감쪽같이 숨은 손잡이도 포인트.

뒷태도 신선하다. 내연기관 렉서스와 달리 ‘L’자 엠블럼 대신 ‘LEXUS’ 글자를 3D 테일램프 안에 녹였다. 상어 지느러미처럼 뒤 창문에 붙은 핀도 눈에 띈다. 차체 길이와 너비는 각각 4,880×1,960㎜. ‘맏형’ RX와 비슷한 체격인데, 높이가 낮아 역동적이다. NX와 RX를 통해 이어온 늘씬한 비율이 LF-Z에서 방점을 찍은 듯하다.


실내도 혁신적이다. 운전석과 승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여느 전기차와 달리, 렉서스는 드라이버의 공간을 또렷이 나눴다. 시트 컬러로도 구분한 점이 흥미롭다. 운전자를 아늑히 감싸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마치 게임기를 연상시키는 스티어링 휠, 증강현실 기술 등이 눈에 띈다. 렉서스는 이러한 구성을 ‘타즈나(Tazuna) 콕핏’이라고 부른다. 전투기 조종석처럼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는데, 운전자-전기차의 긴밀한 연결을 꿈꾼다.

‘똑똑이’ 인공지능 기술도 들어갔다. 개인 비서처럼 운전자와 대화를 통해 개인 선호도와 행동 특성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맞춤형 경로 안내와 목적지에 대한 세부 정보 등 유용한 제안도 할 수 있다. 운전자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승객은 시트에 앉아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지붕 전체를 유리로 뒤덮은 결과다.


②드라이버와 일체감 강조한 EV 전용 플랫폼


‘인간과 기계의 연결 강화’. 렉서스 미디어 사이트 내 섀시 소개 파트의 첫 문구다. 렉서스는 운전자의 입력과 의도에 충실한 선형적인 응답성, 가속과 감속, 스티어링이 항상 매끄럽게 연결돼 있는 감각을 ‘드라이빙 시그니처’로 앞세운다. LF-Z 일렉트리파이드는 이러한 렉서스 고유의 감각을 더욱 정밀하게 키웠다.


가령, 배터리와 모터의 위치를 최적화해 이상적인 관성 특성을 만들었다. 특히 배터리를 바닥에 세로 방향으로 배치해, 구조강성을 키우되 무게중심은 낮췄다. 차체 앞뒤 무게배분은 5:5로 칼같이 맞췄다. 스티어링은 바이 와이어 방식. 스티어링 샤프트에 기계적 연결이 없다. 운전자는 작은 조향각도로 코너에서 예리하게 차를 제어할 수 있다.

LF-Z 일렉트리파이드는 렉서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쓴다. 앞뒤 차축에 각각 1개의 전기 모터를 얹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신기술은 렉서스의 새로운 사륜구동 제어 기술인 ‘다이렉트4(DIRECT4)’. 드라이브 샤프트로 엔진의 힘을 나누는 과거 사륜구동과 달리, 다이렉트4는 각각의 모터로 네 바퀴의 구동력을 자유롭게 주무른다. 즉각적인 반응속도가 핵심이며 굽잇길에선 한층 정교하게 접지력을 챙긴다.


③LF-Z 일렉트리파이드의 철학 물려받을 차세대 전기차

그렇다면 LF-Z 일렉트리파이드의 철학을 물려받을 차세대 전기차, 어떤 모델이 나올까?

렉서스는 모든 체급의 전기차를 만들 예정이다. 컴팩트 전기 SUV인 UX 300e가 스타트를 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EQA와 경쟁하는 모델로, UX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54.3㎾h 배터리와 싱글 모터를 얹었다. 내연기관과 같은 뼈대를 공유하며, 낮은 무게중심과 포근한 승차감을 양립한 입문형 EV다. 조만간 한국 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쓰는 본격적인 전기차는 렉서스 RZ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계획이다. 모기업 토요타가 먼저 공개한 bZ4X의 ‘이란성쌍둥이’다. UX보다 한층 넉넉한 실내 공간과 대용량 배터리, 긴 주행거리까지 갖춘 전용 전기차다. LF-Z 일렉트리파이드에서 선보인 첨단 기술과 차세대 디자인을 담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화끈한 ‘운전재미’에 초점 맞춘 전기 스포츠카도 선보인다. 렉서스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700㎞ 이상을 목표로, 수퍼카 LFA의 정신을 이어 받을 2도어 쿠페를 개발 중이다. 이들 세 모델뿐 아니라 앞으로 렉서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100만 대까지 키우고, 2035년엔 모든 라인업을 BEV로 구성할 계획이다.


④핵심은 배터리 기술력

경쟁사보다 시작이 늦은 편이지만, 토요타‧렉서스 전기차에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배터리 기술이다. 최근 토요타는 총 2조 엔(약 20조8,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제작 규모를 키웠다.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2025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자체 제작 배터리를 심을 계획이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강하게 쥐겠다는 의도다.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이다. 현재 전기차는 보조금에 기대지 않으면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이유는 배터리가 한 몫 한다. 제조원가가 비싸고,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 등 타 업체에서 사다 쓰기 때문에 차 가격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힘들다. 토요타는 자체개발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의 ‘일체화’를 꿈꾼다. 이를 통해 전기차 원가를 50% 줄일 계획이다.

디자인과 플랫폼, 파워트레인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한 LF-Z 일렉트리파이드. 넉넉한 실내 공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에 초점 맞춘 여느 전기차와 달리, 운전자와 전기차의 ‘긴밀한 교감’을 핵심 키워드로 앞세운 점이 인상 깊다. 동시에 렉서스가 그동안 갈고 닦은 정숙성과 포근한 승차감은 더욱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전동화 원조’ 렉서스. 과연 전기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움켜쥘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

한편, 렉서스 LF-Z 일렉트리파이드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내 렉서스코리아가 운영 중인 복합 문화공간, ‘커넥트투’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