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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국밥 2000원에 팔아온 이 집, 알고 보니

조회수 2022. 6.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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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음식파는 ‘착한 식당’들
32년 동안 1500원 인상한 국밥집
“어려운 처지의 이웃 외면할 수가 없어서…”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밥집 ‘원조 소문난집 국밥전문’이 가격을 500원 올려 화제다. 물가 상승으로 너도나도 가격을 인상하는 때에 500원 올리는 것이 무슨 이야깃거리가 되는가 하겠지만, 국밥 가격을 보면 납득이 간다. 2000원에 팔던 국밥 가격을 2500원으로 인상했는데, 요즘 웬만한 분식집 김밥 한 줄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권영희 사장은 10년 동안 국밥을 2000원에 팔아왔다. 그 덕에 가게에는 ‘이천원 국밥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1970년 시어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아 52년째 국밥 장사를 하고 있다. 그가 가게를 물려받을 당시 국밥값은 400원이었다. 그는 국밥 가격을 1990년대에 1000원으로, 2000년대에 1500원으로 올렸다. 2000원으로 올린 건 2010년 9월이었다. 이렇게 10년 터울로 500원씩 가격을 올렸다. 그래도 여전히 이 가격에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음식을 대충 만들지도 않는다. 그는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소뼈를 사다 육수를 낸다. 국밥에 들어가는 우거지도 직접 말린다. 깍두기도 직접 담근다. 권영희 사장은 “메뉴가 단품이기 때문에 맛이 없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국밥집 메뉴는 단 한가지 ‘우거지얼큰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주문을 할 필요가 없다. 자리에 앉아 조금만 기다리면 우거지얼큰국과 공기밥, 깍두기가 나온다.

단골도 많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주인이 정성으로 만든 만큼 맛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가 이천원 국밥집을 운영하는 건 5월 31일까지였다. 지금은 그의 여동생이 가게를 물려받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이천원 국밥집처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가게를 알아봤다.

‘원조 소문난집 국밥전문’의 우거지 얼큰국. /유튜브 FoodTour 푸드투어 캡처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 떡뽁기(떡볶이) 할머니가”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분식집 ‘오륙도 푸짐한집’이 포스트잇으로 도배됐다. 포스트잇에는 할머니 보고 싶어요ㅠㅠ 얼른 오세요!’, ‘할머니 음식 먹고 싶어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어서 나으세요’ 등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있다.

오륙도 푸짐한집은 떡볶이와 국물 어묵, 튀김 등을 파는 분식집이다. 지난 20년간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다. 지나온 세월은 물론 가격 역시 저렴해 인기가 많다. 요즘 프랜차이즈 분식집 떡볶이 가격은 1인분에 3000원에서 4000원 정도다. 그러나 오륙도 푸짐한집은 떡 한개당 100원에 판다. 1000원이면 약 1인분 정도의 양을 준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분식집 떡볶이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이 떡볶이집은 한 달 동안 휴업 중이다. 주인 할머니가 낙상으로 어깨를 다쳐서다. 단골 학생들이 이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가게 문에 응원의 메시지를 붙이고 갔고 어느새 가게 문은 포스트잇으로 가득 찼다.

주인 할머니 역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게에 나왔다. 떡볶이를 팔 수는 없었지만 문 앞에 자신의 쾌차를 바라는 아이들에게 답장을 남겼다.

“애들아. 편지 잘 받았어. 할머니 빨리 올 수 있게 노력할게.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 떡뽁기(떡볶이) 할머니가”

만나김치식당의 1000원 밥상. /유튜브 조반장TV 캡처

◇“주변 분들에게 보답할 길 찾다가…”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만나김치식당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아침 식사를 1000원에 팔고 있다. 1000원의 아침상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다. 1000원이라고 밥상이 부실하지도 않다. 각종 김치와 나물, 무채 등의 반찬과 국이 나온다. 공깃밥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또 반찬과 국은 매일 메뉴가 바뀐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에 아침을 제공하고 있는 주인공은 박영숙∙김일춘씨 부부다. 부인 박영숙씨가 전날 밤 국과 반찬을 만들어 놓으면, 남편 김일춘씨가 새벽 5시에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부부는 1990년부터 김치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시작한 뒤 직접 만든 김치를 홍보하고 팔리지 않은 묵은김치를 활용하기 위해 2006년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박씨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이 번창하면서 주변 분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다가 2008년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무료로 아침을 제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짜를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이 많아 1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박씨는 “무료 식사를 제공했는데, 2주가 넘어도 사람들이 식당을 많이 찾지 않아서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공짜로 주니까 오히려 미안해서 못 오겠다’는 말을 했다. 한 푼이라도 내면 조금은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손님 말을 듣고 그때부터 1000원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1000원을 받게 된 계기에서도 손님을 생각하는 두 부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해뜨는 식당을 연 故 김선자씨(왼쪽 사진), 해뜨는 식당의 외관./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엄마 뜻 이어 1000원 유지하는 식당

전라도 광주에도 잡곡밥과 시래기 된장국,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 한 상차림을 단돈 1000원에 파는 곳이 있다. 바로 대인시장에 있는 ‘해뜨는 식당’이다. 해뜨는 식당은 2010년 고(故) 김선자씨가 연 백반집이다.

김씨는 사업 실패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주기 위해 이 식당을 차렸다고 했다. 가격이 싸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들, 일용직 노동자들, 바쁜 하루에 끼니를 거르기 십상이었던 주변 상인들이 단골이다.

해뜨는 식당에는 하루 100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오갔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남는 것이 없었다. 적자만 매달 100만~200만원에 달했다. 1000원 백반을 고수하던 김씨는 2015년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딸인 김윤경씨가 식당을 물려받았다. 식당을 계속 이어나가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가격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모녀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쌀과 김치, 현금 등을 후원했지만 식당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딸 김윤경씨는 보험회사 일을 함께 하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 보험회사에 출근했다가 오전 10시 무렵 식당에 와서 100인분의 밥을 짓는다. 반찬도 준비하고 오전 11시쯤 손님을 맞는다. 오후 3시 식당 영업이 끝나면 다시 보험회사로 출근을 한다.

‘투잡’을 뛰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김씨는 끝까지 식당 운영을 할 생각이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과 응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쌀과, 배추, 김치 등 후원품을 보내거나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가게 한켠에는 후원자들과 고객들이 쓴 편지가 붙어 있다.

김씨는 이런 응원들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김씨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밥을 준비한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갈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손님들에게 더욱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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