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여성+가족부 해체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입력 2022. 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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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유력 대통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플로어에서 질문하자 방금 발표를 마친 여성 활동가가 답했다.

“저는 폐지가 아닌 해체를 주장합니다만, 여성가족부가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 왜 여성을 가족에 묶어놓습니까? 여성이 가족 안에 갇혀 돌봄을 전담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유아, 청소년, 노인, 환자를 계속 돌보라는 건가요? ‘여성가족유아청소년노인환자부?’ 여성을 가족에 붙여놓으니까 여성의 다른 삶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잖아요. 그러니 가족 밖에 나가서도 값싼 돌봄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 아닙니까? 여성을 가족에서 따로 떼어내어 여성부로 만들죠. 그래야 여성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수자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뭔 소리야? 여성부를 따로 만들자니. 지금도 숨 막혀 죽겠는데.” “여성이 무슨 소수자야? 누릴 건 다 누리고 아쉬우면 소수자 코스프레야.”

플로어가 순식간에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해지자, 보다 못해 사회학자가 나섰다.

“여성부를 만들기 전에 성기 중심의 이성애에 대한 근본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논의를 보면 여성가족부든 여성부든 이 세상에 남성과 여성 딱 두 개의 성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듯해요. 출산과 양육을 목적으로 하는 ‘이성애’ 이외의 다른 섹슈얼리티, 예를 들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트랜스젠더, 퀴어, 인터섹스를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비난하고 법적으로 차별해서 급기야 흉악한 반인륜 범죄로 추락시켜버립니다.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이 ‘낭만적 사랑’을 통해 가족을 구성해 평생 함께 살아가라고 합니다. 둘만의 배타적인 성적 애착 관계를 찬양하지만, 사실은 여성의 에로티시즘을 재생산과 돌봄 노동에 가두고 있습니다. 여성은 <먼 그대>처럼 낙타가 되거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처럼 자살하거나, <82년생 김지영>처럼 치매에 걸리거나, <채식주의자>처럼 고사목으로 말라 죽어갑니다. 남성은 노동시장에 나가 생산 노동에 힘쓰고, 여성은 집 안에서 재생산 노동에 힘쓰는 ‘가부장적 핵가족’을 정상가족이라 이상화합니다. 현실에서는 생산 노동 능력과 상관없이 남성이 가부장 행세할 수 있는 사회구조 때문에 여성이 시장과 가족을 넘나들며 돌봄 노동을 하느라 죽어나는데도요.”

플로어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회학자가 다시 나섰다.

“다양한 섹슈얼리티와 가족 양식에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고 정당한 제도로 만들면 됩니다. 최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부부가 배우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재판부가 사실혼이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며 동성 간의 결합까지 확정해서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랑을 부부의 친밀성이 아니라 이성애 여부로 판단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남녀 성기의 결합을 통해 인구 재생산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죠. 섹슈얼리티를 인구 재생산으로 축소하는 행위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거로 그치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남성 성기에 반응하는 수동적 성기로 여성 존재를 축소하고 가부장제 재생산 안에 가둡니다. 이런 상태로는 아무리 젠더 인지적 관점에서 사회 전 영역을 공정하게 만들려고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성기 중심의 이성애적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한 젠더 인지적 관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럼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한반도에 사람이 사라진다잖아, 여자들이 애를 안 낳아서.” “그러니까 애를 낳으면 매달 100만원씩 주자니까 그러네.”

옆에 있던 누군가 고개를 주억거리다 말고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근데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한담?”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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