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플래그십, 기아 K9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 그러나 안 팔린다고 외면하기에는 매력이 꽤 있다 . 어쩌면 납득 가능한 가격에 최상의 기분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기아 라인업에서 아픈 손가락 을 꼽으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차가 등장할까 ? 사람들에 따라서 스팅어 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필자는 K9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 생각해 보면 기아는 K9 1세대 모델을 만들 때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 당시 정몽구 회장이 에쿠스 대신 K9을 직접 애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 그리고 2세대 모델도 등장했고 , 지금 필자가 운전하고 있는 것은 그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


페이스리프트로 인상이 바뀌었다

1세대까지는 너무 머니까 잠깐 2세대가 처음 나왔을 때로 돌아가면 , 처음 등장했을 때 디자인으로 지적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던 걸로 기억한다 . 수직으로 나란히 배열된 두 개의 LED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도 꽤 독특한 것이었고 , 거대한 전면을 채우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다 . 동일한 패턴이 테일램프에도 이어졌고 , 전체적으로 보면 거대한 차체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


그 때 필자는 K9을 보고 마치 웅장한 벽과 마주한 느낌 이라고 기록했었다 .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 K9은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 1세대 모델에는 기교가 있었던 것도 같지만 , 2세대 모델은 특별히 도드라지는 라인도 적고 , 특별하게 근육미를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 정확히는 보닛 중앙이 약간 올라와 있어 근육미를 약간 보여주지만 , 그 외의 부분은 평범하다 . 대신 측면 윈도우와 차체 하단에 크롬 라인을 둘러서 고급차라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 .


그것이 지금 , 그러니까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와서는 인상이 약간 바뀌었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 커다란 이유로 헤드램프의 디자인과 크기를 꼽고 싶다 . 위아래로 길었던 헤드램프가 폭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꽤 날카롭게 다듬어졌고 , LED 주간주행등도 헤드램프 윗부분으로 붙었다 . 그릴이 육각형을 품은 호랑이코 형태로 변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 그 안에 새겨진 패턴은 K8과 유사한 다이아몬드 형태다 .


두 개의 테일램프를 붉은색의 긴 띠로 이으면서 , 번호판이 트렁크에서 범퍼 하단으로 내려갔다 . 이전의 기아는 K7을 통해서 Z자 라인을 강조했었는데 , 이제는 변화를 통해 Y자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 그래서 테일램프 안의 패턴도 Y자가 늘어선 형태로 바뀌었다 . 밤에 언뜻 보면 구형 제네시스 (DH)가 생각나기도 한다 . 중후함 속에 약간의 날렵함을 넣으려고 했던 것일까 . 주행 능력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변화이다 .


실내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 변한 것이 있다면 대시보드 좌측에 지문 인식 유닛이 마련되었다는 것 그리고 스티어링 휠 가운데 새로운 기아 로고가 적용되었다는 것 정도다 . 실내에 가죽과 우드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으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바로 다가온다 . 시트는 이전에는 푹신함과 단단함의 경계 사이에 있었는데 , 이번에는 푹신함을 좀 더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 대신 주행 모드가 스포츠로 바뀌면 , 옆구리가 부풀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준비한다 .


고급스럽다는 느낌에서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는데 , 센터페시아 중앙을 장식하는 모리스 라크로와 (Maurice Lacroix)’ 시계다 . 당시 기아가 의욕적으로 고급 시계를 적용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 이후 기아의 다른 차에서는 이 시계를 보지 못했다 . 기아가 각 자동차마다 특색을 살리면서 다른 디자인의 시계를 적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시대가 변하면서 시계가 더 이상 고급스러움을 대변하지 못한다고는 하나 , 모리스 라크로와 시계는 이대로 없어지기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


의외로 탄탄한 주행을 보이다

K93.8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도 준비하고 있지만 , 이번에 시승하는 것은 3.3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 5.0 엔진이 라인업에서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 이 정도로도 꽤 만족할 만한 주행 감각이 나온다 . 정숙하다는 면에 있어서는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 시동을 걸어도 초반에만 소리가 나고 그 뒤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 일단 처음이니까 주행 모드는 노멀로 맞추고 출발해 본다 .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인데 , 생각보다 서스펜션이 탄탄하게 반응한다 . 충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 바퀴가 요철을 만나거나 할 때 퉁퉁거리는 느낌은 바로 알 수 있다 .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있다고 하는데 , 그 때문에 충격은 걸러지는 것 같다 . 확실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40km/h 정도에서는 웬만한 충격은 다 걸러준다 . 물론 과속방지턱을 넘는다는 느낌은 전달하기 때문에 , 매직 카펫 라이드의 느낌까지는 아니다 .


그래도 필자는 이 서스펜션이 좋다고 생각한다 . 스티어링을 직접 잡고 운전을 즐기기에는 이런 반응이 더 좋기 때문이다 . 짜릿한 가속은 아니어도 제법 진중하면서 역동적인 가속이 가능하고 ,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는 재미도 있다 . 그렇다고 해서 승차감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 그 증거로 왕복 300km가 넘는 장거리를 주행하면서도 몸에 축적된 피로가 없었으니 말이다 . 휴게소를 들린 것도 잠시 화장실을 쓰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


그 승차감대로 고속에서도 불안한 감각은 일절 없다 . 특히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두면 더더욱 그렇다 . 아마도 주행 모드를 스마트로 두면 더 편안하면서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나중에 안 것이지만 , K9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 을 갖고 있는데 , 스마트 모드에서만 활성화된다 . 시승 중에는 스마트 모드를 한 번도 쓰지 않아 , 전방 예측 변속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시험해보지 못했다 .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모드에서도 전방 예측 변속은 되지 않는다고 .


한 가지 불만은 있다 . K9은 에르고 모션 시트를 옵션으로 넣고 있는데 ,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 엉덩이 높이에 차이가 난다 . 주행을 즐기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엉덩이 부분에서 힘이 빠지면서 시선이 약간 아래로 내려간다 . 반대로 이제 편안하게 가기 위해 스포츠 모드에서 노멀 모드로 바꾸면 엉덩이 부분이 부풀면서 시선도 같이 높아진다 . 주행 중 시선이 변한다는 것은 스포츠 주행에 있어 좋은 일은 아니다 . K9이 진중한 세단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


전체적으로는 조용하게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세단이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 K9은 뒷자리에 탑승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배려했다는 것이다 . 물론 제네시스 G90 수준은 아니지만 , 뒷좌석에서 발을 꼬고 편안하게 앉아 있을 정도는 된다 . 그러니까 직접 운전하는 일이 많으면서도 뒷좌석에 귀빈을 모시는 일이 가끔씩 있을 때 , 사용하면 좋을 자동차다 .


K9은 분명히 잘 만든 세단이다 . 크기도 , 실내도 , 주행 성능도 모든 것을 적절하게 확보하고 있다 . 그래서 만약 합리적인 선택을 필요로 한다면 , 여러 후보들 중에서 상위권에 넣어둘 수 있을 것이다 . 브랜드 파워가 조금 약하다는 게 단점은 될 수 있겠지만 , 여러 조건들을 따지고 무언가 하나를 딱히 선택할 수 없을 때 굉장히 좋은 차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 이대로 기아의 많은 차들 뒤에 묻혀 있기에는 아깝다 .


 

, 사진 | 유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