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무비] "그깟 돼지 한 마리가 아닙니다."

김세윤 2022. 2. 2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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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가 혼자 산다고 말하지만 그는 혼자 살지 않았다.

돼지가 찾아낸 최고급 트러플 버섯으로 '시골식 버섯 타르트'를 만들어 함께 먹는 행복을 알 턱 없는 세상 사람들이 그래서, 15년째 그를 오해하고 있다.

'그깟 돼지 한 마리'라고 오해하고 감히 훔쳐갈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돼지가 사라지고 말았으니 이제 그는 혼자 사는 사람이고 곧 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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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윤의 비장의 무비] 〈피그〉
감독:마이클 사노스키
출연:니컬러스 케이지, 앨릭스 울프

사람들은 그가 혼자 산다고 말하지만 그는 혼자 살지 않았다. 돼지랑 살았다. 사람들은 그가 외로울 거라고 믿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니까. 세상이 두려워 숲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했지만 그는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게 아니다. 굳이 나갈 이유가 없을 뿐이다. 돼지가 찾아낸 최고급 트러플 버섯으로 ‘시골식 버섯 타르트’를 만들어 함께 먹는 행복을 알 턱 없는 세상 사람들이 그래서, 15년째 그를 오해하고 있다.

오해를 했으니 그런 짓을 저질렀겠지. ‘그깟 돼지 한 마리’라고 오해하고 감히 훔쳐갈 생각을 했겠지. 세상이 두려워 숲에서 혼자 사는 인간이 뭘 어쩔 수 있겠느냐고 얕잡아 보았겠지.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혼자 살지도 않았고 외롭지도 않았고 숲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돼지가 사라지고 말았으니 이제 그는 혼자 사는 사람이고 곧 외로워질 것이다. 그게 싫어 15년 만에 숲 밖으로 나온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되찾기 위해 도시로 돌아온다.

“트러플 채집꾼들은 (예민한 후각으로 버섯을 찾는) 자신들의 귀중한 돼지를 훔치려는 경쟁자를 막기 위해 밤이면 총을 들고 현관문 앞에 선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저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무언가 미묘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그날 영화 〈피그〉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영화 〈피그〉 보도자료 중)

어떤 사람은 그를 껴안고 운다

‘돼지 찾는 숲속 노인’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감독 마이클 사노스키는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를 잃고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던 어린 시절 기억이 “〈피그〉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상실감과 슬픔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때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없어지진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던” 개인적 경험이 이 영화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가 그냥 호랑이 한 마리가 아니듯, 〈피그〉의 돼지도 ‘그깟 돼지 한 마리’가 아니다. ‘다시 되찾고 싶지만 다시 되찾기 힘든 존재’를 우리 각자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에겐 그 돼지가 ‘과거의 나’일 수 있다. ‘가까웠던 사람’이나 ‘이루고 싶던 꿈’ 혹은 ‘떠나버린 사랑’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롭(니컬러스 케이지)과 함께 ‘돼지를 찾는 여정’은 그래서 결국 ‘나를 찾는 여정’이다.

롭과 마주친 어떤 사람은 경계하고, 어떤 사람은 외면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를 껴안고 운다. 바로 그 사람의 마음으로, 어떤 관객은 이 영화의 엔딩을 껴안고 울게 될 것이다. 저마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딘가 조금씩은 고장난 우리들에게, 영화 〈피그〉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무언가 미묘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되어줄 것이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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