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체부동 상가주택

<다양한 공간 활용>

오랜 시간 가족과 친척들이 머물렀던 집이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하며 탈바꿈됐다. 유년의 추억과 디자인, 수익성까지 놓치지 않은 상가주택이다.


앞으로는 경사진 도로에 면해있고, 뒤쪽으로는 막다른 골목이 있던 기존 대지에 건물은 앉혀졌다. ⓒWeiqi jin

집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간다. 지친 몸을 쉬게 해 주는 안식처,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재테크 수단, 때로는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이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사는 지역과 건물 유형, 규모와 건축 방식까지 달라진다. 그러나 이 의미와 조건들이 양립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무엇 하나 놓치기 싫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현명한 선택과 집중은 이 모든 것들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낸다. 바로 이 집처럼 말이다.

SECTION ① 근린생활시설 ② 주차장 ③ 임대세대(주거) ④ 현관 ⑤ 다용도실 ⑥ 방 ⑦ 거실 ⑧ 주방 ⑨ 욕실 ⑩ 옥상
새 건물이 지어지면서 이 집 주차장으로 길이 이어져 동네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지름길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범지대 같았던 골목은 더 밝아지고 상업 공간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Weiqi jin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외장재가 곡선의 에지 처리와 만나 특별한 외관이 완성되었다. ⓒWeiqi jin
4代에 걸쳐 살아온 집, 건축가 동생이 새로 지은 이유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벽돌 건물. 아래 2개 층에는 상업시설, 그 위에는 분리형 원룸 2개, 최상층엔 건축주가 사는 보편적인 구성의 상가주택이다. 외관이 주변보다 세련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그러나 이 건물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 집은 아버지가 지은 붉은 벽돌의 다가구주택이었고, 그 이전에는 외조부모가 살았던 한옥이었어요. 친할머니, 이모, 삼촌부터 저희 부부와 아들까지, 4代에 걸쳐 스무 명이 넘는 가족과 친척이 거쳐 간 패밀리하우스랍니다.”

천창과 실링팬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높은 층고의 3층. 화이트와 우드, 실패 없는 조합으로 간결하게 마감했다.
거실 및 주방을 중심으로 방과 서비스 공간은 가장자리에 배치했고, 그에 면해 수납장을 넉넉히 마련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했던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척들마저 이주하고 가족만 남게 되자, 건물의 노후함이 더 눈에 들어 온 건축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단이 서자 건축가인 동생,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현석 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한옥과 신축 빌라, 주거와 상점, 동네 토박이와 새로 유입된 젊은 층 등 다양성이 매력이면서도 아기자기한 동네인 서촌. 김 소장은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상가주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락 밑에 둔 아늑한 주방. 싱크대 앞면 바닥에 타일을 깔아 물이 튀어도 유지·관리가 편하다.


화장실은 세면 공간과 용변 공간을 분리해 실용성을 높였다.
외관에서 드러나는 곡선 에지가 실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이방. 두꺼운 단열재가 창문의 깊이감을 더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종로구 대지면적 ▶ 132.2㎡(39.99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거주인원 ▶ 3명(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79.30㎡(23.98평) │ 연면적 ▶ 304.78㎡(92.19평) 건폐율 ▶ 59.98% │ 용적률 ▶ 168.28%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1.42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 무량판 구조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200㎜ 외부마감재 ▶ 외벽 – 백고벽돌 / 지붕 – 컬러강판 담장재 ▶ 백고벽돌 창호재 ▶ 살라만더 PVC 시스템창호 39㎜ 삼중로이유리 전기·기계·설비 ▶ 승진설비 │ 구조설계(내진) ▶ 터구조 총공사비 ▶ 6억5천만원(지하 토목 공사비 포함, 설계·감리비 및 가구 제외) 시공 ▶ 이노앤테크 이원우 설계담당 ▶ 김현석, 김혜진, 최세진 설계 ▶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POINT 01 / 건물의 인상을 좌우하는 한 끗 차이 주변 다가구주택의 프로토타입 재료인 벽돌과 인접 건물의 색상을 반영해 외장재로 백고벽돌을 선택,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했다.   POINT 02 / 층고 UP, 무량판 구조 보의 깊이만큼 천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무량판 구조로 극복, 일반 원룸들보다 더 높은 2.45m의 층고를 구현했다.   POINT 03 / 습기·곰팡이 걱정 그만, 쾌적한 지하층 대책 이 정도 규모의 지하층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배수판·이중단열·방수의 구조체를 지하 외부에 적용해 쾌적한 지하를 완성했다.

시각적으로 개방감을 더하고자 다락에는 유리 난간을 설치했다.
어린 시절 옥탑층을 사용했던 건축가에게도 익숙한 풍경. 옥상에 올라서면 북악산과 인왕산, 저 멀리 북한산까지 내다보인다.
하나의 집, 다양한 주체…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묻다

“서촌의 분위기를 발전시키려면 한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60% 이상을 차지하는 ‘빌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네에 너무 튀지 않으면서 세입자와 건축주의 거주 만족도가 높은 집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실률을 낮추고 안정적이죠.”

그런 마음을 담아 지은 탓일까. 2층 원룸과 지하 상점까지 좋은 주인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경사진 땅에 전면이 드러나지 않는 땅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입지에도 인기가 있었던 건, 배면의 막다른 골목과 전면 도로를 연결한 주차장 설계의 묘안이 크게 작용했다.

상점은 접근성을 갖고, 동네 주민들은 지름길을 얻은 덕분에 골목이 한층 더 밝아졌다는 후문이다. 세입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층의 경우 습해지지 않도록 시공에 각별히 신경 썼고, 일조사선으로 인해 낮아진 층고를 확보하고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하는 등 쾌적한 공간 구현에 공을 들였다. 내부 마감재, 창호, 싱크 상판 역시 건축주·임대 세대 모두 동일 스펙의 제품이다.

1F – 가정식 패브릭 | 아기자기한 공방이나 소규모 상점이 많은 서촌이라는 특성을 고려, 쇼윈도가 큰 방식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만 오픈하되, 건물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주력했다. 1층에 입점한 ‘가정식 패브릭’은 작업실과 쇼룸을 앞뒤로 배치해 전시장 같은 입면에 일조했고, 건물 전체적으로도 완결성 있는 집이 구현되었다. 천장 가장자리에 밝기 조절이 가능한 간접 조명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 것 역시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B1F – 알카드 스튜디오 | 기존의 지하층은 열악한 채광과 높은 습도, 결로 방지용 이중벽으로 인한 면적 손실 등 주거로도, 상업공간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 건물의 경우 구조체 외부에 배수판·이중 단열·방수 시스템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사진 스튜디오로 쓰는 지하층의 경우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외벽 누수나 결로 없이 쾌적한 공간을 유지하며, 품질 좋은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그대로 쓰고 있다. 또한, 출입구를 양쪽으로 내어 채광과 접근성 문제에도 신경 썼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실크벽지 / 바닥 – 이건마루 온돌마루 GENA texture, 포세린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이태리 수입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렉스가구 제작, 칸스톤 조명 ▶ 비츠조명, 조명나라 계단재·난간 ▶ 화이트오크 원목 + 철재 환봉 현관문 ▶ 제작 단열문 붙박이장 ▶ 렉스가구 제작 데크재 ▶ 이페 19㎜

ZOOM IN / 공실률 낮추는 상가주택, 건축에 답이 있다?

도로에 면한 지하나 1층의 경우 주거 용도의 임대 세대를 둘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나 주차장 등 거주 환경이 좋지 않다. 반면 상가의 경우 적당한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 수익 면에서 불안정하다. 건축가는 과감히 2개 층을 모두 상가로 전환하고, 공간의 본질인 쾌적함에 집중했다.

옥탑과 다락층의 경사 지붕은 작은 산의 중첩을 닮아 있다. (ⓒWeiqi jin)
동네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은은하게 개성을 드러내는 주택의 외관 (ⓒWeiqi jin)

최상층은 다락 포함 26평 남짓한 공간으로, 좁은 집에서 오래 살아온 건축주 가족을 위해 방은 콤팩트하게 배치하되, 공간적으로 여유롭게 구성했다. 방 2개와 분리형 욕실, 통합된 거실 및 주방, 옥상으로 연결된 다락이 채광과 조망,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간결하게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빛을 가득 들이는 높은 층고의 거실과 넉넉한 수납공간이 건축주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여긴 저의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집이자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게 선물로 주신 집이에요. 팔았다면 더 넓은 집으로 갈 수 있었겠죠. 근데 저는 이 동네가 좋아요. 제가 자란 집에서 아이도 커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시 묻는 집의 의미. 삶의 여유를 되찾아준 휴식처, 안정적인 임대수익, 동네에 어울리길 원한 마음마저 담긴 집. 어떠한 의미를 붙여도 성립이 되는, ‘체부동 105’가 오늘도 서촌 골목 한편을 밝힌다.


건축가 김현석 _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june architects)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파리 라 빌레트 국립고등건축학교(ENSAPLV)에서 건축 및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프랑스 건축사(D.P.L.G)와 대한민국 건축사를 취득했다.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가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구로구 디자인심의위원, SH공사 청신호 건축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 젊은건축가상, 2018 ACA Award, Young Architect Award, 2018 The 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 2019 Iconic Design Award, 2019 경기도 건축문화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02-3144-0895 | www.junearchitects.net

취재_ 조성일  |  사진_  변종석, Weiqi Jin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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