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간 활용>
오랜 시간 가족과 친척들이 머물렀던 집이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하며 탈바꿈됐다. 유년의 추억과 디자인, 수익성까지 놓치지 않은 상가주택이다.

집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간다. 지친 몸을 쉬게 해 주는 안식처,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재테크 수단, 때로는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이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사는 지역과 건물 유형, 규모와 건축 방식까지 달라진다. 그러나 이 의미와 조건들이 양립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무엇 하나 놓치기 싫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현명한 선택과 집중은 이 모든 것들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낸다. 바로 이 집처럼 말이다.




4代에 걸쳐 살아온 집, 건축가 동생이 새로 지은 이유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벽돌 건물. 아래 2개 층에는 상업시설, 그 위에는 분리형 원룸 2개, 최상층엔 건축주가 사는 보편적인 구성의 상가주택이다. 외관이 주변보다 세련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그러나 이 건물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 집은 아버지가 지은 붉은 벽돌의 다가구주택이었고, 그 이전에는 외조부모가 살았던 한옥이었어요. 친할머니, 이모, 삼촌부터 저희 부부와 아들까지, 4代에 걸쳐 스무 명이 넘는 가족과 친척이 거쳐 간 패밀리하우스랍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했던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척들마저 이주하고 가족만 남게 되자, 건물의 노후함이 더 눈에 들어 온 건축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단이 서자 건축가인 동생,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현석 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한옥과 신축 빌라, 주거와 상점, 동네 토박이와 새로 유입된 젊은 층 등 다양성이 매력이면서도 아기자기한 동네인 서촌. 김 소장은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상가주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HOUSE PLAN


POINT 01 / 건물의 인상을 좌우하는 한 끗 차이 주변 다가구주택의 프로토타입 재료인 벽돌과 인접 건물의 색상을 반영해 외장재로 백고벽돌을 선택,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했다. POINT 02 / 층고 UP, 무량판 구조 보의 깊이만큼 천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무량판 구조로 극복, 일반 원룸들보다 더 높은 2.45m의 층고를 구현했다. POINT 03 / 습기·곰팡이 걱정 그만, 쾌적한 지하층 대책 이 정도 규모의 지하층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배수판·이중단열·방수의 구조체를 지하 외부에 적용해 쾌적한 지하를 완성했다.


하나의 집, 다양한 주체…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묻다
“서촌의 분위기를 발전시키려면 한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60% 이상을 차지하는 ‘빌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네에 너무 튀지 않으면서 세입자와 건축주의 거주 만족도가 높은 집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실률을 낮추고 안정적이죠.”
그런 마음을 담아 지은 탓일까. 2층 원룸과 지하 상점까지 좋은 주인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경사진 땅에 전면이 드러나지 않는 땅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입지에도 인기가 있었던 건, 배면의 막다른 골목과 전면 도로를 연결한 주차장 설계의 묘안이 크게 작용했다.
상점은 접근성을 갖고, 동네 주민들은 지름길을 얻은 덕분에 골목이 한층 더 밝아졌다는 후문이다. 세입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층의 경우 습해지지 않도록 시공에 각별히 신경 썼고, 일조사선으로 인해 낮아진 층고를 확보하고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하는 등 쾌적한 공간 구현에 공을 들였다. 내부 마감재, 창호, 싱크 상판 역시 건축주·임대 세대 모두 동일 스펙의 제품이다.





INTERIOR SOURCE
ZOOM IN / 공실률 낮추는 상가주택, 건축에 답이 있다?
도로에 면한 지하나 1층의 경우 주거 용도의 임대 세대를 둘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나 주차장 등 거주 환경이 좋지 않다. 반면 상가의 경우 적당한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 수익 면에서 불안정하다. 건축가는 과감히 2개 층을 모두 상가로 전환하고, 공간의 본질인 쾌적함에 집중했다.


최상층은 다락 포함 26평 남짓한 공간으로, 좁은 집에서 오래 살아온 건축주 가족을 위해 방은 콤팩트하게 배치하되, 공간적으로 여유롭게 구성했다. 방 2개와 분리형 욕실, 통합된 거실 및 주방, 옥상으로 연결된 다락이 채광과 조망,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간결하게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빛을 가득 들이는 높은 층고의 거실과 넉넉한 수납공간이 건축주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여긴 저의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집이자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게 선물로 주신 집이에요. 팔았다면 더 넓은 집으로 갈 수 있었겠죠. 근데 저는 이 동네가 좋아요. 제가 자란 집에서 아이도 커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시 묻는 집의 의미. 삶의 여유를 되찾아준 휴식처, 안정적인 임대수익, 동네에 어울리길 원한 마음마저 담긴 집. 어떠한 의미를 붙여도 성립이 되는, ‘체부동 105’가 오늘도 서촌 골목 한편을 밝힌다.
건축가 김현석 _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june architects)

취재_ 조성일 | 사진_ 변종석, Weiqi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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