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스파이더맨, 두 명의 아버지를 계승하다
기사내용 요약
스파이더맨 3인 회동이 의미하는 것
악당을 설득하는 새로운 슈퍼 히어로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을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로 만들어줬다. 마블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의 본격적인 멀티버스 시대를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열었다는 걸 자축하듯 앞서 나온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영웅들을 소환했다. 세 스파이더맨은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한목소리로 말하며 스파이더맨 영화 20년 세월을 되짚었고, 관객은 열광했다.
'스파이더맨 3인 회동'은 완벽한 팬서비스였다. 그러면 이 영화를 이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 정도로 요약하면 될까. 너무 당연한 걸 묻는 것 같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얘기다. 섣불리 '네'라고 답한 이들을 위해 질문을 바꿔보자. 피터 파커는 악당을 제거하려 하는가. 이제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피터는 악을 절멸(絕滅)하려고 악당과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second chance)를 주기 위해 다툰다. 슈퍼 히어로 장르의 문법을 벗어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선 이렇게 요약하자. '스파이더맨 3인은 팬서비스만을 위해 뭉친 게 아니다.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후배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길을 전폭 지지하기 위해 등장했다.' 선배 스파이더맨 두 명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과 맞선 악당을 죽였다. 그런데 새 시대의 스파이더맨은 그와 같은 결정을 거부한다. 그는 악당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새 스파이더맨의 새 '히어로 윤리'다. 그리고 선배들은 후배의 결정을 전폭 지지하며, 오로지 죽음으로 평화를 유지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은 그렇게 슈퍼 히어로 장르 대전환의 시작점에 선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피터가 보여주는 다소 뜬금 없는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MCU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슈퍼히어로는 악을 제거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대전제에 가장 먼저 균열을 낸 건 사실 캡틴아메리카였다. 캡틴은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2014)에서 '캡틴아메리카:시빌워'(2016) 때까지 역사상 최악의 암살자 윈터솔져를 보호했다. 윈터솔져 버키 반즈가 오랜 친구인 것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가 정신을 지배당해 자유 의지를 빼앗긴 채 악행을 저질렀다는 점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악인을 이해하려 했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타노스와 전쟁을 벌인 이유 역시 캡틴이 이런 사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노스가 핑거 스냅으로 우주 인구의 절반을 제거한 건 그가 악당이기 때문에 저지른 악행이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우주 평화에 관해 깊게 고민했고, 번뇌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우주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타노스는 그래야만 우주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는 절멸과 통제만이 세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기어코 '핑거 스냅'을 행해야 했다.
캡틴의 생각은 타노스와 정반대였다. 그는 자유를 믿었다. 이 세계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건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성원의 자유 의지에 달렸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받을 수는 있어도 자유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여겼다. 타노스가 행하는 절멸과 통제는 쉽고 간편하며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순 있어도 결국 자유를 억압하기에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봤다. 캡틴이 슈퍼히어로 규제 법안을 담은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캡틴의 이 사상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악당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식(마치 타노스처럼)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캡틴이 그의 철학을 지켜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피터 역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는 데 성공한다(마치 캡틴이 그랬던 것처럼). 게다가 스파이더맨은 캡틴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캡틴이 어벤져스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으나 결국 타노스를 죽여야 했던 것과 달리 스파이더맨은 자신과 반목했던 악당들을 살려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한다.

피터에겐 아버지가 있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토니는 피터에게 슈트를 줬고, 피터를 어벤져스에 합류시켰으며, 슈퍼 히어로로서 마음가짐을 교육했다("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슈트를 더욱 가져선 안 돼"). 토니의 유사 아들인 피터는 아이언맨의 후계자로서 스파이더맨이기도 했다.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2019)에서 피터가 토니의 컴퓨터로 스파이더맨 슈트를 제작하는 장면에는 AC/DC의 '백 인 블랙'(Back In Black)이 삽입돼 있다. 이 노래는 '아이언맨'(2008)에서 토니가 처음 등장할 때 나오던 노래였다. 이 장면에서 허니는 토니를 그리워 하는 듯한 눈빛으로 피터를 본다.
이제 피터에겐 두 번째 아버지가 생겼다. 그는 바로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다. 피터와 스티브는 어벤져스 일원으로 타노스에 함께 맞서 싸웠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인연도, 특별한 접점도 없다. 하지만 피터는 스티브가 품었던 영웅의 철학, 슈퍼 히어로 윤리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행함으로써 캡틴의 후계자가 된다. 이로써 스파이더맨은 MCU의 두 축이었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를 모두 계승한 유일한 히어로로 격상한다.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MCU의 적자(嫡子)가 됐다. 스파이더맨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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