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실상 방역 손놨는데, 방역패스 필요 있나"

안영 기자 2022. 2. 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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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셀프(self) 방역’ 시대를 맞아 ‘방역 패스’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국민이 알아서 (방역을) 하라고 하라면서 통제는 계속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발이다.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과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는 9일 백신 미접종 청소년과 성인 등 11명을 소송인단으로 모아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방역패스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행정법원이 받은 일곱 번째 방역 패스 관련 소송이다. 충북 지역 시민단체 백신패스 반대 충북연합과 전국학부모단체연합도 이날 청부지법에 충북도지사를 상대로 방역패스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함사연은 이에 앞서 학원·독서실 등 청소년 학습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취소 소송을 내 지난 1월 법원이 이들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바 있다. 소송대리인인 함인경 변호사는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 대부분은 돌파감염자”라며 “방역패스로 코로나 확대를 저지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하나둘 방역패스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미 정책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방역패스 확대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다음 달 유행 정점이 도래하기 전까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역 정책만 남기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자가 격리 앱을 통한 GPS(위치정보시스템) 추적도 포기한 마당에, 방역패스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해제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 체계를 풀었으니 다른 조치들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이번 체계 전환을 계기로 방역패스 정책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최근 ‘K방역의 성공과 그늘’이란 주제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토론회에선 “3차 백신까지 맞은 이들에게 자정까지 자유시간을 주거나 국외 여행 기회를 열어주는 등 인센티브를 줬어야 한다”며 “혜택은 없이 규제만 있으니 반발이 컸던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국민 신뢰를 얻어 접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갔어야 하는 예방접종전략이 무리하게 강제로 진행되다보니 부작용이 많았고 그 후유증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8일 “역학조사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방역패스 정책도 변동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면서 방역패스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9일에도 “방역패스와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한 쌍의 조합과도 같은 정책”이라며 “이 두 가지 정책 향방은 향후 2주간 유행 상황과 위중증 환자 발생 그리고 치명률, 의료체계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방역대책본부 일상방역관리팀 담당자는 “백신 접종 완료 여부는 코로나 감염 시 위중증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방역패스의) 목적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면서 “미접종자가 (감염) 고위험 시설을 드나들 때 (코로나) 음성 확인을 해서 주의를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가 일단은 조심스럽게 그동안 방역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쁘게 말하면 정부가 할 일을 않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은 이미 방역패스를 폐지해가는 추세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 가장 적극적이던 이스라엘은 7일 0시부터 더 이상 식당, 영화관, 호텔 등지에서 방역패스인 ‘그린 패스’를 제시할 필요가 없게 됐다. 영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미 잉글랜드 지역에 대한 백신패스를 폐지해 공공장소나 대규모 행사장의 자유로운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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