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수선화·애기동백꽃, 신안 퍼플섬엔 봄기운 물씬
신안 퍼플섬(purple island)엔 벌써 봄기운이 가득했습니다. 퍼플섬은 전남 신안군에 있는 1004개 섬 중 안좌도 아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가리킵니다. 오늘은 퍼플섬과 이 섬에 오가며 본 꽃과 나무 이야기입니다.
퍼플섬 가는 길 안좌도엔 수선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수선화 중에서도 흰색 꽃잎에 컵 모양의 노란색 부화관(덧꽃부리)이 조화를 이룬 금잔옥대, 거문도 수선화였습니다. 금잔옥대(金盞玉臺)는 금 술잔을 옥대에 받쳐놓은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마침 거문도에도 수선화가 피었다고 지인이 전해줍니다.

퍼플섬은 안좌도에서 걸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좌도 아래와 반월도·박지도를 보라색 다리(퍼플교)로 연결해 놓았습니다. 안좌도~반월도, 안좌도~박지도, 박지도~반월도를 각각 연결하는 3개의 보라색 다리가 있는데 3개의 다리를 합쳐 1.8㎞이니 딱 한바퀴 돌기 좋습니다. 신안군은 1004개 섬마다 고유한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퍼플섬은 섬에 흔한 도라지와 꿀풀 등에 착안해 보라색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리·지붕은 물론 주민들 옷까지 보라색이고 라벤더·아스타 등 보라색 꽃도 곳곳에 심었다고 합니다.

길가에 벌써 광대나물 꽃이 피었습니다. 광대나물은 진분홍빛 꽃들이 둘러나고 윗부분 잎이 줄기를 감싼 모습이 독특한 꽃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프릴 달린 광대옷 같습니다. 광대나물은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꽃이 피기 때문에 1월 하순 남녘에 광대나물 꽃이 핀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큰개불알풀(큰봄까치꽃) 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큰개불알풀 꽃은 하늘색 꽃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데, 퍼플섬이라 그런지 보라색에 가까운 꽃도 있습니다. 그냥 개불알풀은 꽃이 더 작고 꽃색도 연분홍색인데 큰개불알풀이 더 흔합니다. 수선화에 이어 광대나물·큰개불알풀까지 보고 나니 초봄 또는 늦겨울에 봐야할 꽃들을 다 본 것 같았습니다.

사실 아직 겨울인 지금 퍼플섬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상록수였습니다. 상록수 중 가장 웅장한 것은 후박나무였습니다.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줄기가 밝은 회색으로 굵고 튼실하게 올라가는 상록수가 보이면 후박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가지를 우산 모양으로 넓게 펼치는 웅장한 수형을 가졌습니다. 특히 퍼플섬 중 하나인 반월도 반월마을 당숲에 있는 후박나무는 높이 10m가 넘을 것 같았습니다.

멀구슬나무도 퍼플섬 오가는 길과 퍼플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대추만한 노란색 열매를 주렁주렁 단 나무들이 많았습니다. 옛날에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장롱을 해주려고 오동나무를 심었는데, 남쪽에서는 오동나무 대신 멀구슬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5월 말쯤 연한 보라색으로 피는 꽃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꽃 향기도 참 좋습니다.

퍼플섬 가는 길에 암태도 기동삼거리에서 ‘파마머리 벽화’도 만났습니다. 멀리서 보면 파마머리를 한 시골 노부부 모습인데 가까이 가보면 담장 위로 애기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는, 재미있는 그림입니다. 마침 애기동백꽃이 절정일 때여서 벽화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벽화 앞 도로변에는 인증샷 담으려는 관광객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2019년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약 7.2㎞)를 개통할 때, 볼거리 차원에서 신안군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팽나무입니다. 신안 천사섬엔 동네마다 수백년 자란 근사한 팽나무가 한 그루 이상 있는 것 같았습니다. 퍼플섬 곳곳에도 팽나무가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음껏 가지를 펼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지나면 수선화는 물론 후박나무·멀구슬나무·팽나무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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