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그는 누구?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클래식 즐기는 '큰 형님 리더십'
9수 만에 사시 합격
권력에 맞서다 좌천·징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정의와 상식 무너지는 것 두고 볼 수 없다"
'큰 형님 리더십' 마당발에 달변
클래식과 팝 즐기는 면모도 있어

결국 대한민국 민심(民心)은 ‘정권교체’였다. 이를 기치로 내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승패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는 초박빙 개표 끝에 10일 오전 4시쯤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윤 당선인은 역대 최초의 검찰 총장 출신 대통령이자 여의도 정가와 무관한 이력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윤 당선인은 명문대 교수 집안의 자제다. 그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설립 멤버인 윤기중 명예교수이며, 모친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중 결혼과 함께 퇴직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서울 충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그는 제주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암고 교가를 완창할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후보 시절 명문 충암고 야구단을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고교 졸업 후 애초 서울대 심리학과에 진학해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되려고 했었으나 ‘정의를 실현하기에는 법조인이 되는 게 가장 쉽고 안전할 것’이라는 부친 윤 명예교수의 조언에 따라 법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80년 5월 8일 교내에서 진행된 모의재판에서 판사로서 신현확 국무총리에게 사형,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동아일보 선배들로부터 12.12 군사 반란 소식을 듣긴 했으나 보도통제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든 시대였고, 훗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쿠데타 수괴로 오인했다”며 “이후 신현확 총리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모의재판 이야기가 교내외로 퍼지면서 보안사령부에 근무하는 먼 친척이 집에 전화를 걸어 피신시키라고 얘기를 했고, 그는 석 달간 강릉에 있는 외가 친척 집으로 피신한 뒤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유명한 일화다. 윤 당선인은 대선 주자로 나선 후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이 일자 직접 이 일화를 얘기하기도 했다.

◇인내심 보여주는 9수 끝 사시 패스
윤 당선인이 군 면제자라는 사실과 당시에는 대졸자의 사회진출이 매우 쉽고 빨랐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늦은 30대 중후반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9수 끝’ 합격은 윤 당선인의 인내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윤 당선인은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검찰 생활을 집약하면 권력자와의 싸움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경찰 실세로 꼽혔던 박희원 치안감을 소환해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다. 소환한 지 단 하루 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2002년에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1년간 재직하다 적성에 안 맞아 결국 경력직 채용 형식으로 검찰에 복직했다. 검찰 복직 후인 2003년 당시 참여정부의 측근 인사인 안희정과 강금원을 구속수사 했다. 2006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있었으며,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맡았다.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수사 결과 정몽구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사직서를 내밀었다. 이에 정 검찰총장은 고심 끝에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에는 파견검사로서 ‘BBK 특검’에 참여했다. BBK 특검 종료 후에는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장이 됐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장으로 부임했다. 그 후 대검찰청으로 복귀하여 범죄정보2담당관을 맡았고, 2010년에는 대검찰청 중수2과장, 2011년에는 대검찰청 중수1과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검 중수1과장 재직 시절인 2012년 6월에는 “윤석열이 ‘장모와 관련된 사건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때문에 내부감찰을 받고 있다”는 첫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감찰은 무혐의 종결됐고, 2012년 7월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1부 부장검사 자리에 올랐다. 아내 김건희씨와는 2012년 결혼했다.

◇권력에 맞서다 좌천·징계…“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은 2013년 4월 18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이 됐고, 동시에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 수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심했다”고 주장하며, “상관으로부터 ‘야당 도와줄 일 있냐’라는 질책을 받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지금도 권력에 저항하는 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말로 쓰인다.
정권에 대항한 윤 당선인은 2014년 1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공무원의 인사이동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발령받을 수는 있지만, 이는 명백한 좌천성 인사였다. 그리고 2016년 1월에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으며 지방을 전전했다. 그의 경력으로만 따져보면, 대검 중수 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라는 요직 중의 요직을 거쳤기에 차장 2, 3차 보직을 거쳐서 검사장급으로 승진해야 하는 커리어지만, 명백한 퇴직코스인 고검 검사라는 것은, 승진 가능성이 없는 윗선에 ‘찍힌’ 검사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리고, 윤 당선인이 사실상 좌천된 뒤인 2015년 2월에 판결이 난 항소심에서 그가 제출한 증거가 인정받아 원심판결을 깨고,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이는 처음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흠집이 나는 사태였다. 이로 인해 당시 윤석열의 검사 커리어는 거의 끝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검찰 총장 사퇴 후 여권 ‘집중포화’
그러나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탄핵 당하자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2019년 7월 제43대 검찰총장 자리에 앉혔다. 지청장 역임 경력 밖에 없던 그를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기 위해 문 대통령은 고검장 보직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추기도 했다. 그만큼 검찰총장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별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방해하는 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부정한 행태에 크게 반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뒤에도 윤 총장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이어갔다. 이에 여당 대표 출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했다. 행정소송으로 징계 효력 정지를 받은 윤 당선인은 추 전 장관의 뒤를 이은 박범계 장관과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고,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판단하에 결국 직을 던지고 야권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사의 표명 전 주변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검찰에 남아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의와 상식 무너지는 것 두고 볼 수 없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임명된 지 588일 만이었다. 임기 142일을 남기고 있었다. 그날 문 대통령은 사직서 제출 1시간 15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발탁했지만 그는 여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떠났다. 윤 총장은 그날 오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고, 직원들에게 보낸 글엔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그가 ‘정계 진출’이란 표현은 안 썼지만 결국 그의 행보가 대선으로 향해 있다는 걸 의심하는 이는 드문 상황이 됐다. 그날 검찰 내부에서는 ‘방패막이’가 사라졌다는 탄식도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친정권 성향 인물이 새 총장에 임명되면 후속 인사 등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올스톱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적용된 1988년 12월 31일 이후 22명의 총장 중 2년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8명뿐이다. 윤 총장은 임기 중 사퇴한 14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사퇴 다음날인 3월 5일 민주당은 맹폭했다. 이낙연 당시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도 “갑작스러운 사의는 정치 개시를 위해 미리 기획한 행보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법치는 명분에 불과하고 일부 정치 검사의 기득권과 입지 지키기 위해 검찰 조직 이용해왔다”고 했다.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대선 지지율 1, 2위 다투다 당선
윤 당선인은 검찰 총장을 그만두자마자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사퇴 나흘 후이던 지난 3월 8일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넘으며 1위에 오른 데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여론조사 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4%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24.1%)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6주 만의 17.8%포인트 급상승이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1, 2위를 다퉜다. 윤 당선인은 대선 정국에서 최대 변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도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이런 점 등으로 대선 직전에는 상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평가는 달변에 마당발이라는 게 중론이다. ‘큰형님’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도 많다. 그는 여러 정치권 인사와 두루 친하다. 윤 전 총장과 인연이 깊은 대표적인 인사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꼽힌다. 두 사람은 초임 검사를 대구지검에서 함께 시작한 인연이 있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정 의원이 윤 전 총장(23기)보다 세 기수 선배다. 반면에 윤 전 총장은 정 의원의 서울대 법대 5년 선배다. 사석에서 윤 전 총장은 정 의원을 ‘정공(公)’,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 의원은 사퇴 닷새 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년간 권력 핵심층과 단기필마로 맞선 사람”이라며 “지사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말했다.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앞선 인연이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에서 “윤 총장이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좌천돼 힘든 시기에 한 번 만나 밥을 먹은 적이 있다”며 “아마 저도 그랬지만, 서로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가정적인 면모도 있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에도 출연했다. 클래식과 팝을 중심으로 한 음악감상도 취미다. 한 지상파 예능에서는 가수 이승철의 노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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