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상상력의 표본이다. 생각하는 대로 디자인하면 곧 작품이 된다. 천재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얘기다.


젊은 시절의 알랭 드롱과 제인 버킨, 로미 슈나이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태양은 알고 있다(La Piscine)>. 반가운 얼굴들 사이로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 같은 존재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잉고 마우러의 벌브 조명이다. 휴양지에 위치한 고급 빌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인테리어의 중요도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벌브 조명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슬쩍 보기만 해도 전구가 두 겹으로 되어 있어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이 아이템, 대체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잉고 마우러

독특한 디자인의 전구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잉고 마우러다. 그는 1932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독일로 다시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조명 디자인의 길을 걷게 된다. 따로 조명 디자인에 대해 배운 적은 없지만, 남다른 상상력에서부터 기인한 그의 조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 시간문제였다. 전구 안에 전구를 넣거나, 작은 알전구에 깃털을 달아 마치 새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등 언제나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현실 세계에서 마음껏 펼쳐냈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벌브 조명은 MoMA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파격적인 실험과 장난기가 가득한 시선이 잉고 마우러의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로 자리하면서 그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은 조명

잉고 마우러는 ‘빛의 연금술사’, ‘빛의 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빛과 조명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작업물을 선보였다는 의미다. 특히나 잉고 마우러 조명은 현대 설치 미술 작품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범인들은 예상하지 못하는 전개 방식 때문이다. 부서진 식기 조각이나 나이프, 포크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들을 모아 조명을 만들기도 하고, 메모지와 철사, 문구용 집게만으로 디자인을 완성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하던 것들을 한 번씩 꼬아서 반전을 선사하는데, 이는 재료의 의외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설치 미술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런 시도를 통해 잉고 마우러는 산업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고, 조명이 판타지를 창조하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조명의 본질적 가치

잉고 마우러의 키워드를 ‘상상력’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그가 판타지에만 빠져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무한한 꿈을 꾸면서도 조명이 가지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잊지 않았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만큼 신소재와 신기술에도 호의적이었던 것. 1980년대에 저전압 할로겐 시스템을 사용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LED, 2006년부터는 OLED 유기 발광 기술 등을 이용해 선구적인 조명을 선보였다. 언제나 유쾌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면서도 실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다니, 잉고 마우러의 조명이 오늘날 인정받는 이유다.
알렛츠에서 만나는 판타지 조명

미국 팝 아트의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전구 안에 전구가 들어간 파격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MoMA에 영구 소장되며 잉고 마우러가 조명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잉고 마우러 벌브 1백99만원대

메모지와 철사, 문구용 집게만으로 디자인한 샹들리에 조명이다. 자세히 보면 메모지에 글씨가 적혀져 있으며 공간에 걸어두었을 때 확실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메모지를 투과해 빛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것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잉고 마우러 제텔즈5 2백62만원대

잉고 마우러의 시그니처 조명으로 꼽히는 루첼리노 조명. 일명 천사의 날개로 불리며, 알전구에 깃털을 달아 새 모양을 형상화했다. 지지대와 전선을 별개로 디자인하여 마치 새가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테이블 램프와 천장, 벽 조명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잉고 마우러 루첼리노 NT 50만원대

나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전구 주위를 5마리의 나비가 에워싸고 있는 디자인이다. 지지대가 따로 있어 마치 나비가 실제로 날고 있는 듯해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 조명 외에도 나비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시리즈가 존재한다.
잉고 마우러 아이 리치 포베리 파이브 버터플라이 5백만원대
EDITOR 박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