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듣는 신기한 야구 이야기.. SSG 선수들의 시야가 넓어진다

▲ SSG 선수들은 야구장 안에서 또 다른 야구 이야기를 학습하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테로이드가 왜 위험한지 아세요?”
대회의실에 모인 SSG 퓨처스팀(2군) 선수들과 이날 함께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강연자의 한 가지 질문에 귀를 쫑긋거렸다. 스테로이드가 나쁜 약물인지는 모두가 안다. 그래서 금지약물로 지정되어 있고, 특별한 치료 목적이 아니면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도 모두가 안다. 그런데 그게 왜 나쁜 약물이고, 선수 건강에 어떻게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라고, 내가 이해해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시즌 때 치료 목적으로 허용된다고 하지만, 스테로이드가 염증을 가라앉히는 원리가 강력한 혈관 수축 작용을 통해 이뤄집니다. 문제가 되는 부위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혈관도 수축시켜버려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겁니다”라는 추가적인 설명이 이어지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장에서 듣는, 또 다른 신기한 야구 관련 이야기를 접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미키 맨틀은 “자신이 평생을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리는 놀랄 만큼 무지하다”고 했다. 야구 선수라고 해서 야구를 모두 잘 알 것 같지만, 어쩌면 이는 기술적인 문제에 한정되어 있을지 모른다. 야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는 단순히 경기장에서 기술을 뽐내는 것은 물론, 이에 둘러싸인 수많은 복합적 학문과 지식을 통해 완성되고 또 조명된다.
그래서 SSG의 1년짜리 프로젝트는 참신하고, 또 의미가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올해 아마야구와 함께 퓨처스팀 선수들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와 접목된 과학 및 다양한 분야를 1년의 큰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룬다. 특히 아마추어 선수들과 함께 교육을 듣고, 또 그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스포츠사이언스 아카데미를 마련하는 등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강연 프로그램은 총 9가지 카테고리로 짜여 있다.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하루, 한 달에 끝낼 수가 없다. 경기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한 달에 1~2가지 주제를 듣고, 또 생각한다. 3월에는 선수들이 최근 큰 관심을 보이는 운동 심리, 그리고 트레이닝 기법에 대해 학습했다. 4월 22일에는 스포츠 의학이 주제였다. 몸 관리에 민감한 선수들이다. 강연자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두 수첩을 들고 나섰다.
재활을 하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많이 질문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연 내용이 풀어져 지루하지 않게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느끼는 어깨 통증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유발되는지, 데드암 신드롬과 내적 충돌증후군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어깨와 팔꿈치 수술이 실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도핑과 부작용에 관련하여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제가 어떤 특성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주제로 올랐다.
막상 팔꿈치 수술을 한 선수도 자신의 팔꿈치가 왜 망가졌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수술이 진행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냥 인대를 접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활만 잘하면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인대가 찢어지는 자체의 과정과 단계별로 예상되는 증상을 알면 훨씬 더 수월하게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관리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선수들에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관심도가 높은 분위기였다. “공을 던진 뒤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경험이나 구속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관절의 가동 범위를 설명하는 주제에서는 선수들이 스스로 어깨나 팔꿈치를 돌려보며 자신의 몸을 체크해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을 같이 한 인사이자, 운동역학박사로 이 분야 권위자 중 하나인 김성용 SSG R&D 센터장은 “팔꿈치 수술을 하고, 또 하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선수들이 의학과 운동 생리에 대해 모르면 안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정도의 짧은 강연이었지만 선수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또 그 흥미가 공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신인으로 이런 강연이 처음인 윤태현 또한 "트레이닝 코치님들을 통해서 평소에 들었던 내용들을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한 번 강의해주시니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면서 "또 강의를 마친 뒤 직접 선수들의 몸 상태를 진료해주셔서 더욱 유익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과 SSG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 5월에는 운동 학습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고, 6월에는 관심이 큰 심리 부분을 다른 측면에서 다시 접근한다. 8월에는 운동 생리학, 10월에는 측정 평가를 하고, 시즌이 끝난 11월에는 영양‧윤리‧트레이닝으로 주제를 옮겨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모든 것이 아마추어와 함께하고, 또 프로의 노하우를 나눠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돌리는 것만 훈련이고 교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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