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에 '구멍'이 없는 것, '4번 타자' 만큼이나 중요하다
타자는 라인업 순서대로 타석에 들어선다. 이른바 '구멍'이 적어야 강한 타선이다. 값이 적을수록 좋은 PI 지표를 바탕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타순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거의 모든 스포츠에는 공격과 수비가 있다. 공격에는 규칙에 따른 제약이 붙는다. 축구에는 공격수가 상대 최종 수비수 뒤에서 패스를 받을 수 없는 오프사이드 룰이 있다. 하키의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퍽이 블루라인을 넘기 전 이 선을 넘는 것을 금지한다. 농구에선 5초룰, 8초룰, 24초룰 등으로 볼 소유권을 가진 선수에게 제한 시간을 둔다. 배구에서는 후위 선수가 어택라인을 침범하는 공격을 할 수 없다.
야구에서도 공격 팀이나 타자는 스리 스트라이크 아웃 등 다양한 제약을 받는다. 다른 종목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타순’의 존재다. 타자는 라인업 순서대로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농구나 배구처럼 득점 기회를 에이스에게 몰아주는 작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슈퍼스타 타자의 팀 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야구의 특징은 이 제약에서 나왔다.
그래서 득점력이 높은 타선을 꾸리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타순이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이른바 ‘구멍’이 적어야 강한 타선이다. 4번 타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머지 선수들이 약하면 점수를 내기 어렵다.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로 불렸던 2005년 팀 득점 꼴찌 롯데 자이언츠가 대표적인 경우다.

‘포지션 인덱스(Position Index=PI)’라는 지표를 고안했다. 각 구단의 한 시즌 포지션별 OPS(출루율+장타율) 순위를 모두 더해 나눈 값이다. 이 값이 작을수록 경쟁력 있는 포지션이 많고 타순에 ‘구멍’이 적다. PI는 실제 득점이나 득점 생산성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이를 바탕으로 시범경기를 앞둔 프로야구 10개 구단 타순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 KIA PI 8.9(10위) 타격 WAR 10.61(10위)
KIA는 2021년 프로야구에서 최악의 타선이었다. 팀 득점(568)과 타격 WAR 모두 꼴찌였다.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유격수 OPS는 최하위였고, 포수 좌익수 중견수는 9위, 3루수 우익수 지명타자는 8위, 1루수는 7위였다. 김선빈이 타율 0.307로 분전한 2루수만이 OPS 3위에 올랐다. 올해는 최형우, 나지완 등 주전 노쇠화와 지난해 팀 내 야수 중 WAR 2위 최원준의 상무 입대라는 문제가 겹쳤다. 프리에이전트(FA) 나성범을 6년 150억원에 영입했지만 올 시즌에도 타격은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 한화 PI 7.7(9위) 타격 WAR 11.86(9위)
2루수 정은원과 3루수 노시환은 지난해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두 포지션에서 한화의 OPS 순위는 2위였다. 최재훈은 지난해 10개 구단 포수 가운데 삼성 강민호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격 생산성이 높았다. 하지만 1루수와 좌익수 OPS 순위는 8위, 지명타자는 9위, 중견수와 우익수는 10위였다. 다섯 포지션 모두 수비보다 공격이 더 중요하다. 2020년에도 이 포지션 순위는 모두 9위 이하였다. 새 외국인 선수 마이크 터크먼이 잘하기만 기도해야 한다.
■ LG PI 6.4(8위) 타격 WAR 21.04(8위)
한화가 외야가 문제라면 LG는 내야가 골칫거리였다. 김현수-홍창기-채은성으로 이어진 외야 라인은 수준급이었다. 시즌 뒤 FA 중견수 박해민까지 영입하며 외야는 더 강해졌다. 하지만 1루수와 2루수 OPS 순위는 9위, 3루수는 꼴찌였다. 올해는 향상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루수 포지션의 실패는 로베르토 라모스의 부상과 후임자인 저스틴 보어의 부진 때문이었다. 박해민의 영입으로 타격이 준수한 우익수 채은성이 1루수로 전향했다. 3루수는 새 외국인 선수 리오 루이스가 맡는다. 2루수 서건창도 아직 전성기가 남아 있는 선수다.
■ 키움 PI 6.3(7위) 타격 WAR 22.33(6위)

키움은 2019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강타선이었다. 그 뒤 하향세가 시작됐다. 1루수 박병호의 성적 부진과 궤를 같이한다. 유격수 김혜성은 지난해 타율 0.304를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로 떠난 전임자 김하성의 공백이 워낙 컸다. 지난해 두 포지션의 OPS 순위는 6위. 2019년엔 압도적 1위였다. 가장 상대 우위였던 포지션이 평균 수준으로 떨어진 게 키움 타선의 가장 큰 문제다. 이정후가 지키는 중견수 포지션에선 리그 최고의 득점 생산성을 보였다. 박동원은 10개 구단 포수 최다인 홈런 22개를 날렸다. 하지만 중견수와 포수, 대타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의 OPS 순위는 5위 이하였다. 좌익수와 지명타자 포지션 OPS는 리그 꼴찌였다. 박병호는 팀을 떠났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프로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 삼성 PI 6.0(6위) 타격 WAR 21.87(7위)
삼성은 2021시즌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1~5번 선발이 모두 안정적인 투구를 한 선발투수진 공이 컸다. 타격은 득점 6위, 타격 WAR 7위로 썩 인상적이지 못했다.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이 되기 위해선 타선 재건이 필요하다. 강민호가 주전으로 활약한 포수 포지션 OPS는 전체 1위였다. NC 양의지가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오재일의 1루수와 구자욱의 2루수, 김헌곤과 호세 피렐라가 나눠 맡은 좌익수도 3위 이내였다. 하지만 2루수 10위, 3루수 9위, 유격수 9위로 내야의 득점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베테랑 2루수 김상수와 3루수 이원석이 모두 부진했고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 이학주는 논란 끝에 결국 롯데로 이적했다. 올 시즌엔 박해민의 이적으로 생긴 중견수(전해 5위) 자리도 메워야 한다. 이 포지션에서 젊은 야수들이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관건이다.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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