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돌잔치·졸업식 특수 실종.. 사진업계도 코로나發 불황
여권·취업사진 수요도 줄어
사진업계, 영업제한 업종 아니라 손실보상 못 받아
“보증금까지 까먹고 카드 대출에 차까지 팔아가며 버텼지만 결국 폐업했다. 통장 잔고는 4만2000원이다.”
경기 동두천에서 100평대 사진관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10월 폐업신고를 한 후 아내 명의의 40평대 공간으로 이전했다. 10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사진관이었지만, 폐업 지원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그는 임대료도 제때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까먹고 카드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차까지 팔았으나 폐업을 막지는 못했다. A씨는 “코로나 2년에 10년 경력이 사라졌다. 사진업이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 있다. 바로 사진업계다. 졸업식과 결혼식, 돌잔치 등 사진업계를 먹여 살리던 주요 행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되자 사진업계의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기준 인물사진 및 행사용 영상촬영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 중 폐업신고를 한 인원은 1110명이다. 2019년 사진업계 종사자는 1만6131명(통계청 자료)이었다. 한해에만 6.8%의 종사자가 폐업에 나선 것이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사진관 단위로도 업계 종사 인원이 줄었다. 한국프로사진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협회에 가입한 회원수가 20~30% 줄었다. 사진관 단위로 협회에 가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진관수 역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프로사진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지속된 업계 불황으로 회원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전국 16개 지부 중 회원으로 등록한 100개 업체당 20~30개가 폐업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A씨는 자녀의 성장을 기록하는 ‘베이비 스냅’을 주로 찍었는데, 코로나19로 임산부와 어린 아이의 외부 출입이 줄자 손님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는 “임산부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자칫 코로나에 걸릴까 외출을 꺼리다 보니 베이비 스냅은 꿈도 못꾼다”고 했다.
여기에 단체 사진 수요가 많은 돌잔치, 결혼식 등이 뜸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었다. 단체 사진 대신 젊은 층이 소규모 스냅샷 촬영을 선호하지만, 실제 매출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사진업계의 설명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염희서(39)씨는 “졸업식 스냅샷 문의가 늘었지만, 액수가 단체 촬영에 비할 바가 안 된다”며 “손님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거나 아예 코로나에 확진돼 예약 취소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남기는 ‘우정 촬영’ 문의가 들어와도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질수록 매출이 감소해 2020년 대비 2021년 매출은 반토막났다”고 말했다.
증명 사진 촬영 수요도 감소했다. 해외여행을 못 나자 여권 사진 수요가 줄었고,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취업 사진을 찍는 수요도 감소했다. 염씨는 “해외 출국이 제한되니 여권을 갱신하려는 사람도 줄고, 취업자수 감소로 아예 증명사진을 찾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진업계는 자영업자 대상 정부 지원금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업은 식당, 카페처럼 정부의 영업제한 대상이 아니기에 손실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자영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A씨의 경우 코로나19가 발생하고 2년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140만원이 전부였다. A씨는 “전체 자영업자에 지급된 100만원의 지원금과 중소기업벤처부가 작년 초 위기업체들에 준 40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사진업계는 정부가 방역 조치를 결정할 때 보다 다양한 업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염씨는 “사진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발 벗고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국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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