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운행 중 교통사고..제조사 법인도 형사책임 물어야"
해외 참고 형사제재 정비 제언
최근 국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율주행차 사고 시 제조사에 대해서도 형사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소 폐쇄, 기업자금 공모금지 등도 형사제재 수단으로 제안해 주목된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국경찰법학회 학술지 ‘경찰법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자율주행차 운행의 형사법적 쟁점’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를 대비한 형사법의 주요 쟁점들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쟁점 중 하나는 법인(기업)에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논문은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에 의해서만 운행되는 ‘레벨4’ 이상 단계에서는 운전자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렵고, 법인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봤다.
논문은 “현재 형사법제는 법인에 대해 ‘양벌규정’을 통해 벌금형을 중심으로 하는 처벌을 상정하고 있을 뿐, 법인 자체의 범죄능력은 사실상 부정하는 입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형사책임의 주체는 차량을 제조하거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 내지 법인 자체가 아니라 그 소속의 대표자, 종업원 등의 자연인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책임의 귀속주체가 되어야 할 기업 내지 법인이 형사처벌을 면탈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처벌규범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제재의 다양성 및 규범의 실효성 확보방안 등이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 논의를 위해 논문은 프랑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프랑스 형법의 경우, 중죄·경죄를 범한 법인에 벌금형 외에 다양한 형사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 해산, 직업활동·사회활동 금지, 영업소 폐쇄, 기업자금 공모금지 등을 비롯한 11가지 형사제재가 가능하다.
논문은 “기업이 법 위반으로 기대되는 이익에 비해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낮거나 그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인식된다면, 기업에 대한 형벌의 위화력을 전제로 한 범죄 억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비교입법례를 참고해 법인에 대한 실효적인 형사제재를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직업활동·사회활동 금지, 사법감시, 영업소 폐쇄, 기업자금 공모금지, 수표발행·법인 지불카드 사용금지 등이 실효적인 형사제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벌금형에 대해서도 자연인에 대한 벌금형과 분리해 법인에 대한 벌금형을 기업 규모와 형벌능력을 감안해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일수벌금형제도 도입·적용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와 관련한 경찰의 대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문은 “자율주행차 사고에 있어서는 사고 원인이 제조물의 기계적 결함에 의한 것인지,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것인지, 또는 통신설비 고장으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해내는 일이 관건”이라며 수사절차와 방법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전문성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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