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부모님도 '인생네컷' 찍어요" 힙한 노후 책임질 시니어 여행사업 2

우리나라는 2025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예측이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이른바 ‘58년 개띠’라고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에 들어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는 속도에 비해 노인 고립 및 우울증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은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심각성은 오히려 배가됐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할 때 자살생각 비율이 4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13.5%가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노인정 폐쇄, 요양병원 가족 면회 금지 등이 보편화되면서 노인들이 받는 소외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나 시니어 세대나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건 똑같다. 다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20대인 기자만 해도 낯선 일에 대한 도전이 머뭇거려지는데,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진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싶다.

“전 아직 튼튼한데, 고령자가 참여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있을까요?” “여행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여행기는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죠?” “동년배들과 테마별 소모임을 구성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손사래 쳐 온 많은 어르신들도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아갈 테다. 은퇴자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활동으로 꼽히는 여행. 스스로 여행하는 것에 대한 공포, 여행 정보 수집 및 스마트 기기 활용의 어려움 등으로 집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대부분의 노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힙한 노후’를 책임져줄 시니어 여행사업 2가지를 소개한다.

“퇴직한 지 10년이 넘어 친분이 있던 이들과도 소원해지고 마땅히 소일도 없던 차 우연히 꿈꾸는 여행자 과정을 알게 돼 참여했다. 여행 관련 앱 소개와 활용 방법을 배운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였다. 이제 난 망설이지 않고, 일단 떠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생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여행도 하고 사진 찍는 기술도 나누면서 여물어 가고 싶다.”-대전 1기 참가자 양병옥씨 “지난 2016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냈다. 다정한 딸 부부와 손녀와 함께하는 서울 생활이 즐겁지만, 이제는 홀로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작은 여행이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꿈꾸는 여행자 과정에 지원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해 20여년을 해외에서 많이 활동했는데, 이번 과정을 듣는 동안 해외 못지않게 국내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걸 알았다. 새롭게 얻은 여행 정보와 실행 방법, 그리고 나의 문화 감각을 더해 투어를 계획해 볼 생각이다.”-서울 6기 참가자 유명자씨
시니어들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여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야놀자 계열사 여행대학의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주관하는 이 과정은 국내 최초로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여행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8년 서울에서 시작해 대전,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지역까지 확대했다.

여행대학은 성숙한 여행 문화를 전파하고 여행가를 양성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된 소셜 플랫폼이다. 전문 여행가들이 자유롭게 강의를 개설하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해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총 600여 회 교육을 진행, 4000여 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은 수강생들이 은퇴 후에도 다양한 여행 테마를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여행 취향을 파악하고, 스스로 여행을 설계하는 ‘액티브 시니어’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여행작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을 초청한 열린 강연회도 열리며 수강생 간 여행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다.
총 7주 동안 수강생들은 여행 계획 수립, 여행 콘텐츠 제작법, 여행 정보 검색 및 예약 과정에서 필요한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배운다. 이론 교육을 마치면 동기생들과 함께 실습 여행을 떠나고, 느낀 점과 앞으로의 포부를 발표하면서 마무리한다. 교육 과정 이후에도 시니어 커뮤니티를 통해 여행 동반자 찾기, 정보 공유, 취미 활동 모임 등을 통해 여행을 일상으로 만든다.


정상근 여행대학 대표는 “교육 과정에 대한 시니어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모집 지역과 대상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여가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실용적인 교육을 통해 시니어들의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여가 경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년 꿈꾸는 여행자 과정 신청은 3월, 5월, 8월 3차례 진행됐다. 2022년 과정은 3월 중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할 예정이다. 60세 이상(1963년생부터)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전 일정 참가 가능자, 프로그램 지원동기 적합성 및 참가 활동 의지, 국내여행 활동 계획, 관심도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각 기수별로 30명 내외로 선발하며, 여행 경비를 포함한 수강료는 전액 무료다.

“오늘처럼 나를 위한 시간, 한가한 식사는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친구와 함께 참여한 70대 김모씨 “자식들 챙기느냐 부모님은 뒷전이어서 마음이 늘 불편했는데 오랜만에 효도한 기분입니다.”-아내와 함께 참여한 80대 김모씨의 자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자 포페런츠 대표 장준표씨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돌봄 서비스 ‘포페런츠’를 창업해 일본과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트레블헬퍼’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했다. 트레블헬퍼란 혼자 여행이 어려운 어르신 및 교통약자를 위해 고용된 나들이 도우미를 뜻한다. 가이드를 활용하는 기존 단체 투어회사와 달리 요양 노인 전문 사회복지사가 동행한다.

“승합차를 개조해 전국일주를 다닐 만큼 활동적이셨던 조부모님이 면허 반납 이후 집에서 TV만 시청하며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지시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주말마다 조부모를 모시고 근교 나들이를 다녔지만, 점점 바빠지는 일상에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 대신 조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장준표 대표
포페런츠는 노령의 어르신과 함께 다니면서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할 수 있고 노인 복지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 사회복지사를 선별해 헬퍼로 고용한다. 고객의 신청이 들어오면 헬퍼를 배정하고, 나들이에 필요한 어르신에 관한 정보 및 주의사항을 공유한다. 컨설팅 후 헬퍼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어르신의 나들이에 헬퍼가 동행하며 요청이 있을 시 자녀에게 나들이 과정을 공유한다.
빡빡한 일정 속 고단한 여행이 아닌 부모님의 즐거움을 우선시하고, 넓고 쾌적한 차량으로 신체적·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검증을 통해 ‘어르신 친화가게’로 선정한 식당, 카페 등을 포함시켜 구성한 나들이 이후 심층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통해 어르신의 만족도 및 심리 변화를 기록해 자녀에게 상담 결과를 보고한다.

포페런츠는 지난 8일 스마트모빌리티 업체 벅시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트레블헬퍼에서 이동을 맡을 벅시는 코스피상장사인 국보의 자회사로 공항 중심의 이동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바탕으로 공항이동(buxi-air), 프리미엄 골프(buxi-golf), 국내 여행(buxi-trip), 귀빈 의전 서비스(buxi-black)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 코스는 인천 옹진군의 노을 명소, 경기 광주 퇴촌 드라이브 명소, 포천 허브 아일랜드, 파주 프로방스 등 인천과 경기 지역의 관광 명소를 대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포페런츠는 트레블헬퍼가 4인 이하의 부부나 친구 단위의 소수 인원으로 나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코로나19로 활동이 크게 위축된 노인층에게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페런츠는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3월 중 시범서비스를 종료하고 4월부터 본격적인 정식 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시범서비스 기간이라 가격 변동이 잦으니 이용 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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