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전설적 흑인 여기자로..금발·백옥피부 떨친 바비인형의 파격변신
엘라 피츠제럴드, 로자파크스 등 사회성 짙은 인물들 등장
목까지 올라오는 기다란 드레스를 입은 이 여성의 눈빛과 구릿빛 얼굴은 결연한 의지와 지성미를 피워낸다. 손에 들고 있는 신문의 제호는 ‘멤피스 프리 스피치’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이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완구 중 하나인 바비 인형의 따끈따끈한 신상품이다. 영감을 주는 여성들 시리즈 중 10번째로 나와 오는 17일 출시되는 ‘아이다 B 웰스 바비’다.

영감을 주는 여성들 시리즈는 지난 2018년부터 미국 근현대사에서 진취적인 발자취를 남긴 여성들을 테마로 만든 바비 인형이다. 금발 백인의 대명사로 꼽혔던 바비 인형이 파격변신으로 뉴스메이커가 됐다. 미국의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사가 1959년 처음 선보인 뒤 전세계 150여 개국에서 해마다 5000만개가 팔려나가며 ‘지구촌 소녀들의 완구’로 자리잡은 바비 인형.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여성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굳히는 시대착오적 완구라는 비판도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민과 회사 이미지 일신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영감을 주는 여성들’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최신판인 아이다 B 웰스는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초등학생 위인전에 등장할 정도로 전세대에 친숙한 인권운동가 겸 언론인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그는 1862년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여섯 동생을 건사했던 소녀 가장이었다. 그가 인권에 눈을 뜬 것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기차 탑승 중 쫓겨나는 인종차별 경험을 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출시된 바비인형의 손에 들린 그 신문, 멤피스 프리 스피치의 편집자로 맹활약하면서 흑인 민권 운동과 여성 참정권 운동의 선봉에 섰다.

고향인 미시시피주 홀리 스프링스에 그의 기념관이 있고, 워싱턴 DC에는 그의 이름을 딴 학교, 시카고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 등이 있다. 이로써 영감을 주는 여성 시리즈는 모두 10개가 됐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금발 백인 바비 인형이 주는 여성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와 180도 다른 이 시리즈의 컨셉트다. 우선 10명 중 4명이 흑인 여성이다. 이번에 신상품으로 소개되는 아이다 B 웰스 외에도 전설적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재봉사 출신 인권운동가 로자 바크스, 최근 25센트 동전에도 등장한 시인 겸 인권운동가 마야 안젤루가 그들이다.

백인 여성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헬렌 켈러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처럼 익히 알려진 위인들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참여와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사회개혁가 수전 앤서니, 미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꼽히는 엘레노어 루스벨트(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 버전의 바비 인형이 출시됐다. 고인이 아닌 유일한 생존 인물을 주제로 한 바비 인형도 나왔다.

전설적인 테니스선수로 스포츠 분야의 여권 운동을 이끌었던 빌리 진 킹(79)이다. 그는 특히 운동선수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성소수자 인권의 아이콘으로도 추앙받고 있다. 이런 바비인형의 파격과 다변화는 현실적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카멀라 해리스)까지 배출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기존의 파격을 깨는 다양한 완구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언젠가는 아시아계 유명 여성인사를 모델로 한 바비인형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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